제2회 곰의 날 캠페인 – '우리 안의 곰, 자유를 꿈꾸다.'

2006.11.08 | 미분류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 곰은 가슴이 뻥 뚫린 채 쓸쓸히 누워있다. 이 화창한 날씨에 저 멀리로 뛰어나가 시야 저 멀리 사라져야할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가? 모른다. 모른다.



1982년 11월 4일.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 329호로 지정되었다. 허나, 왜 20마리조차 안되는 지리산의 곰들은 사냥꾼의 덫을 피해 다니느라 가슴을 졸여야 하며, 200마리의 곰들은 인간을 위해 전시되어야 하며, 1400마리의 곰들은 손짓하나 하기 힘든 철창에서 쓸개를 뽑히며 살아가야 하는가? 천연기념물이 이런 뜻이였던가? 모른다. 모른다.

2006년 11월 3일 10시 인사동 남인사마당. 아직까지도 곰들이 나지막히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곰들을 위한 캠페인이 열렸다. 인간이 억압하고, 인간이 해방하려 힘쓰는 게 너무나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건 나뿐인가?

곰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제2회 곰의 날은 시작되었다. 시민들을 만나고, 사육곰 문제에 대해 알려 나가는 일을 한다.

‘일사공공’ 서명하기! 1400마리 사육곰을 위해 1400명 사람들이게 서명을 받는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바램을 적는다. 이 시간대엔 그 붐비던 인사동거리에 비둘기들이 내려앉는다. 플래시가 번쩍일 때마다 팻말을 든 사람들의 미소도 반짝인다. 지나가던 이들은 철창의 곰을 보고는 몇 걸음씩 떨어져서 걷는다. 신기해하며 마음 아파한다. 우리(Cage)안의 우리(Our) 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유를 꿈꾸고 있다.

한 마음으로 엽서쓰기를 한다. 환경부 장관에게 보내는 글을 쓴다. 우리의 바램을 들어달라가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엽서를 쓴다. ‘쇼생크 탈출’을 보면 매주에 한통씩 편지를 보내고 지원을 받는데 6년이 걸렸는데, 과연 우리는 어떠할까. 여기는 감옥이 아니다. 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을 것이다.

예쁜 곰이 그려진 곳에 색칠을 하고 나만의 버튼을 만든다. 몇 번의 손짓으로 그림은 버튼이 된다. ‘곰사랑’을 쓰는 사람들의 손이 자연스럽다. 그 마음이 오래오래 가길 바래본다.



비둘기들이 날아간 것은 또랑광대가 공연을 할 때였다. 절절한 북소리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불에 타서 허공을 춤추는 선언문은 사람들의 마음도 춤추게 한다. 사냥꾼과 반달가슴곰의 가슴 뛰는 추격전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마저 쿵쾅쿵쾅 뛰게 만든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에 맞춰 ‘곰을 살리자 곰을 살리자~ 쇠창살 곰 살리자~’하고 부를 때마다 더욱 더 신명이 난다. 앞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힘을 얻는다. 신난다. 시민들도 신나고, 활동가들도 신난다. 그래… 이렇게 신나게 어우러져 한마당, 한마음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언젠가는 그날은 올 것이다. 지렁이 기어가듯 느릿느릿 하지만 언젠가 그날은 올 것이다. 한번 더 서명을 하고, 한번 더 버튼를 만들고, 한번 더 엽서를 보낸다면 반응은 올 것이다. 미약한 전류일지라도 모이면 천둥번개가 되어 내려 꽂힌다. 너와 내가 손을 잡고 살아간다면.

곰들은 조금씩 웃는다. 상처는 아문다. 철창은 휘어진다.

글 : 자원활동가 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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