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소나무에 둥지 튼 환경운동가

2006.12.07 | 미분류

‘인천의 마지막 남은 숲을 지키자’

글 : 녹색연합 정책위원 이유진

“또 비가 온다. 밖의 생활이 길어지니 날씨에 민감해진다. 비, 바람, 어둠. 각각 다 나름의 매력은 있겠지만 한꺼번에 나타나지는 말아라. 제발.” (신정은/인천녹색연합 활동가)

아침 기온이 영하 7도. 추운 날씨다. 지금 계양산 10m 높이 소나무 위에서 신정은(28) 활동가가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10월 26일부터 시작했으니 나무 위에 올라간 지 40일이 넘었다.

롯데건설은 지난 7월 신격호 회장이 소유한 계양산 북쪽 목상동, 다남동 일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테마파크형 근린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인천시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 이 부지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을 통해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행정허가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신정은 활동가의 소나무 숲 시위가 시작된 후, 롯데건설이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사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테마파크형 근린공원 부지 일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되는 것으로 밝혀져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롯데건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올해 5월 군부대 인접지역 계양산 임야 5만여 평을 훼손하고 골프장용 잔디씨를 심는 등 불법 형질변경을 추진했다.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인천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12월 26일로 미뤄졌다. 롯데건설이 당초 27홀규모로 짓겠다던 골프장을 환경단체가 농성중인 솔밭능선 양쪽에 9홀씩 18홀(18만6천평) 규모로 건설하고, 테마파크 부지도 2만8천평 줄여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신정은 활동가는 규모만 줄어들었지 골프장 건설 강행이라는 사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계양산은 반딧불이가 살고 있고, 도롱뇽과 버들치 등이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개발로 신음하는 인천에 남은 마지막 숲이다. 계양산 롯데골프장 계획부지에는 인천시에서 2년간 조사를 거쳐 인천에서 제일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으로 선정한 생태계보전지역 대상지가 포함되어 있다. 하루 1만여 명의 인천시민과 주변지역 시민들이 찾는 매우 중요한 자연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하루 하루 날짜는 지나가고 추위도 더해지고 있다. 계양산 상황을 알고부터 ‘롯데’라는 기업이 우리 생활에 참 많이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됐다. 씹는 껌에서부터 유통, 카드, 아파트까지. 그래서 나의 생활에서 ‘롯데’를 밀어내기로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롯데카드도 안녕이다. 그러고 보니 안면도 꽃지 해변에 들어선 대형 리조트도, 부산 낙동강 하구 철새들의 낙원을 가로지르는 명지대교도 롯데건설 작품이다.

환경에 대한 가치가 경제가치에 한참 밀리고 있다. 그래도 성미산이나 도봉산처럼 주민들이 아끼던 산을 지키는 지역운동들은 성공을 거두었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도 반드시 막아서 우리 동네 뒷산을 지키는 일에 성공하는 기록이 지켜지길 바란다. 이제는 인천시민들이 나서줘야 할 때다. 계양산을 지키는 일은 환경운동가들의 몫만은 아니기에.



“나는 작은 행동이지만 나무 위의 시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계양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많은 시민들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쉼터로서 공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제한된 공간에서 혼자서 지낸다는 것. 롯데와 골프장이 생기기를 바라는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는 것.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계양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녹색연합 활동가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결정에 힘을 얻는다. 부디 나무 위의 생활이 길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내려올 수 있기를.” (신정은. ‘나무 위 시위를 시작하며’)

‘나무 위 시위’를 시작한 지 20일째인 11월 14일, 신정은씨 활동가는 힘이 되는 문자 편지를 받았다. “요즘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커다란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계양산 산새들이 모일 때마다 재잘대겠죠?”

계양산의 소나무 숲이 영원히 푸르를 수 있기를, 계양산 소나무 숲 위의 커다란 새가 건강히 내려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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