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녹색연합 「2000년 환경정책제언」

2000.01.04 | 미분류

「2000년 환경정책 운영에 대한
제언」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위기는 자연보호운동, 쓰레기분리수거운동
등과 같은 단편적인 운동으로 극복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환경위기는
우리 사회 전체의 생산과 소비구조, 지금까지 누려온 생활양식 및 가치관,
그리고 정치·경제적 모순과 제도적 불합리성에 대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점에 와 있다. 즉 새로운 환경이념을 발판으로
하는 「환경지향적 패러다임」의 구상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기존의 개발지향적 패러다임은 근시안적 경제적 이익 내지 국익, 발전과
진보, 인간중심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음에 비해, 미래의 환경지향적
패러다임은 지구적 이익, 생명유지체제로서의 지구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인간은 지구시민으로서 자연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보다 단순한 생활양식으로의 전환을 단행하고, 아울러 난개발을
막고 청정기술을 개발하여 자연과 공생함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작금 「국민 정부」의 환경정책을 보면 도대체 중심축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이의 개선과 강화를 약속하고
다짐하지만 그것도 일과성으로 그치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동강댐
건설이나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린벨트까지 전면
해제하고 있으니. 환경을 보전하는 정책이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국민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규제의
철폐 및 완화조치이다. 정부는 경기부양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각 영역에 걸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일련의 정책을 펴고 있다.

문제는 각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규제완화조치들이 넘어서는 안될
영역까지 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환경」과 「복지」에
관한 규제는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더욱 엄격해져야 할 이러한 규제들마저 무차별로
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경제침체기의 레이건 행정부가 취한 정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레이건 집권기간 동안 미국 행정부는 경제침체에 직면한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서, 환경규제를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려고 하였다.

예를 들면 레이건은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 수백년동안 성장해온 나무의
벌목량을 두배로 늘릴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백악관 자문기구인 환경질위원회(Council
of Environmental Quality)의 전직원을 해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청
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하고, 운영예산의 3분의 1과 연구기금 2분의 1을
삭감해 버렸다.

레이건 행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은 결국 기업들의 환경파괴를 부추기고
결국은 경제마저도 어렵게 만들었다.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환경파괴를 감수할 밖에 없다는 논리가 거꾸로 환경문제 때문에 경제를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환경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제품의 질을 높여 세계시장을 장악한 예가 있다.
경제와 환경은 한 나라를 비상하게 하는 양날개이지 어찌 경제 따로
환경 따로이겠는가?

그러면 새 천년에 우리 정부는 환경정책을 어떻게 펴서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릴 것인가?

첫째,
헌법 제35조에 나와 있는 「환경권」을 국민들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
정부 스스로 국민들의 환경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질의 보장」이라는 이념이 일시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상징으로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실현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말로만 ‘환경’ ‘환경’하지 말고 환경권을 국민의
생활에 구현할 수 있는 환경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을
무슨 정치적 이해관계나 흥정의 대상쯤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둘째,
국가의 행정체계와 정책기조 자체가 「환경보전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조직 체계를
기존의 경제개발 지향형에서 환경보전 지향형으로 개편해야 한다. 총량적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는 경제주의가 정책이념이나 정책목표로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규제완화를 통한 단기적인 경기부양, 내수시장을 진작시키겠다는
발상보다는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친환경적인 사회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틀에서의 고민을 통해 정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셋째,
환경정책과 경제정책의 종합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인 「국가지속발전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하다
. 국토
및 토지정책, 산업정책, 교통정책 등 우리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반 개발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그동안 환경적인 검토가 대반히 미흡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정부의 주요개발정책 수립 및 추진의 사전심의기구가
설치되어 환경부장관 또는 차관이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지만, 개발논리에
밀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또한 각종 개발정책 및 산업정책안에서의
환경계획은 계획 수립시 입지의 타당성 등 사전적인 환경성 고려가 거의되지
않고 처리 설치 등 사후처리위주 대책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가지속발전위원회」의
조속한 설치야말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이다.

넷째,
환경정보의 공개와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환경정보의 공유는 환경보전에의 참여를
위해 필수적이다. 정보 없는 참여는 동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협의를 도출해내는데 실패했다.
소수의 정부 공무원들이 보안을 유지해 가면서 만든 다음, 몇몇 전문가들의
거의 형식적인 자문을 받은 후 확정해서 발표하는 정책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특히 에너지나 물 분야처럼 전국민 또는 당해 지역주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정책일 경우에는 더욱 합의 도출과정이 필요하다.  지역주민과
전문가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저인망식으로 수렴해야 한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 하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료·정보·지식·경험
등 넓은 의미에서의 정보의 사용자이자 제공자이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도
환경과 관련된 정보의 네트위킹과 공유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섯째,
「정책실패」로 인한 환경사안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 환경을 살려내기는커녕 도로 죽이면서
엄청난 인력과 예산의 낭비만 가져온 지금까지의 정부 환경정책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이 없는 상태에서 또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실패할 가능성을 이미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냉철한 분석 작업 없이는 새로운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없고,
따라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며 우리 경제만 더욱 주름지게
할 것이다.

여섯째,
환경예산을 효율적으로 짜야 한다
. 사후환경관리 시설 확충을 주목표로 하였던 예산정책을
환경오염저감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수요관리 쪽으로 점차 전환시켜
가야 한다. 그리고 대규모의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도 신중해야한다. 작금과 같이 정부의 무분별한 국책사업은
엄청난 환경파괴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시화호나 새만금지구
그리고 영정도 신공항의 경우가 그것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지만 환경보전 우선 순위 첫 번째인 생태계
분야와 대기오염 분야에도 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생태계 보전 예산은 전체  환경예산 대비 5.8%를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0.2%에 불과하다. 또한 그동안 환경예산이
주로 물과 폐기물 분야에 집중되면서 환경오염을 사전에 저감시키는
기술개발, 청정생산공정의 도입 등 환경친화적인 생산양식을 유인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투자도 미흡했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환경예산은 환경부·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농림부·재정경제부
등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데, 문제는 상호 연계성이 부족하여 예산집행이
비효율적으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환경예산분만 아니라
각 부처의 모든 예산에 「지속가능성」 개념이 녹아 들어가는 것이 또한
중요할 것이다.

일곱째,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등 지구환경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구환경문제는
냉전 종식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을 위한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으며,
환경문제는 그 사안 자체가 갖는 민감성으로 인하여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원래 오염원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국지적인 문제들에 있었으나 이제는
오염의 이동으로 환경문제가 국경을 넘어 주변국가에 까지 확산되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등 국제환경협약에 대한 대응은 다양한
영역이 연관된 종합정책이므로 정부내 기본정책방향을 입안하고 이에
따라 각 부처가 세부시행계획을 마련하여 집행토록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민간단체와의
대화 및 간담회 등을 정례화하여 국제 환경이슈 관련 자료 및 정보전달을
활성화 하고 정책수립시 민간의 의견을 반영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환경을 죽여놓고 경제를 살린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환경을 죽이면 경제가 사는가. 새 천년을 바로 눈앞에 둔 지금, 전근대적이고
잘못된 개발위주의 정책은 하루빨리 포기하고 국가의 녹색백년대계를
위한 그린플랜을 세워야 한다. 이제 정부는 「정치」가 아닌 확고한
「의지」로, 또한 국민들은 살려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위」로 환경을
꼭 살려내야 한다.

<문의 : 김타균 녹색연합 정책부장(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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