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겨울 밀렵방지 캠페인을 다녀와서…

2007.03.14 | 미분류

2월 24일.  장갑, 등산복, 책, 필기구, 보조가방, 도시락통, 침낭,…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배낭이 부풀어 오른다. 부산 노포동 터미널에서 울진행 버스를 3시가 좀 넘어서 탈 수 있었다. 경주, 포항을 지나 4시간 반 만에 도착한 울진 버스 터미널은 저녁에 내린 비로 한적하다. 역에 도착한지 10여분이 지났을까. “차 끊겼어. 오늘은 근처 숙소에서 묵고 내일 아침 와” 수위아저씨가 다가와서 문을 닫아야 하니 나가 달라고 한다. 역 앞에 편의점에서 3시간 정도를 보냈을 무렵 캠프 관계자 분이 휴양림에서 울진 터미널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나 하나 때문에 여럿 피곤하게 만든 건 아닐까? 그냥 집에서 토익 공부나 할 걸…’ 여러 생각이 스쳐 갔지만 내일 밀렵방지 캠페인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12시가 다되어갈 무렵 숙소에 도착해서 내일 산행할 조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에 나눠보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자기소개가 상당히 쑥스러웠다.

다음날 새벽부터 일어나서 산행에 들고 갈 짐만 챙겨서 인근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준비해온 도시락 통에 김밥을 담고, 10여분을 달려서 우리조가 맡은 소광천지역에서 내렸다. 아침부터 구름 낀 날씨가 마음에 걸렸는데. 도로에서 산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간단히 이 지역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국내최대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왕피천과 인접한 이 지역은 작은빛내(소광천은 한자이름)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흘러서 큰빛내(광천)을 만나 바다로 흘러간다고 한다. 고속도로 개통 문제, 자기소개, 농담을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빗발은 진눈깨비로 변하고 다시 보슬비가 되어서 내렸다. 길잡이 선생님께서 산에 비가 내리면 길도 위험하고, 자칫 잘못해서 조난이 되면 저체온 증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니 봉사활동은 접고 근처 소나무 군락지 구경을 가자고 제안하셨다. 아 여기 내가 무리해서 왜 왔을까. 서글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맥이 탁 풀렸다. “저 여기 차비만 4만원에 8시간에 걸쳐서 왔다고요” 결국 나도 모르게 투정 섞인 불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다른 조원들도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산행을 한번 해보자고 말했다.



마침 비도 그치고 우리 조는 산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보드라운 흙과 낙엽의 감촉, 비온 뒤 상쾌한 공기. 겨우내 메말랐을 산은 촉촉함 그 자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보니 나무 가지에 얼굴을 부딪치고, 길도 험하고 생각보다 산행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쯤 지났을 무렵 우리 조는 고라니 배설물, 멧돼지가 나무뿌리를 파먹은 흔적. 평소에 등산로로 다닐 때는 몰랐던 산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의 흔적과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한명의 밀렵꾼이 놓는 올무의 수는 평균 150~200여개 정도라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이날 설치한 일 년이 넘어 보이는 올무 하나만 발견 할 수 있었다.

길잡이 선생님 말대로 올해 이 지역에 올무 설치를 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라면 그것은 충분히 기쁜 일이다. 하지만 혹시나 이 지역에 야생동물의 수가 줄어서 올무 설치도 줄어든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해서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산행을 끝내고 비를 피해서 비닐하우스에서 김밥을 먹고 꼬불꼬불한 계곡을 따라서 걸으며 버들가지, 모래 위에 남겨진 족제비 발자국과 배설물, 새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다섯 시간의 일정을 끝내고 단체 사진을 찍고 전체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어떤 생명체를 재미로 잡는 종족이 인간 말고 또 있을까? 과연 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죽은 사체를 먹는다고 건강해질까? 라는 생각이 드니 사람이란 동물에 대해 소름이 끼쳤다. 하루 빨리 이 땅에 잘못된 보신 문화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글 : 장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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