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새만금 간척사업 백지화와 예산중단을 촉구하는 천주교여자수도자들의 호소문

2000.12.14 | 미분류

[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성명서 ]

새만금 간척사업 백지화와 예산중단을 촉구하는
천주교여자수도자들의
호소문

"저는 모든 피조물을 보호하여야 할 중대한 의무를 상기시

키기 위하여
가톨릭 교회 안에 있는 저의 형제 자매들에게 직접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하여 건강한 환경을 보전하려는 신앙인들의 투신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서 직접 뻗쳐 나오는 것이며, 원죄와 본죄의 결과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그리고 그리스도께 구원을 받았다는 확신으로부터
직접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대한 존중은 또한 인간과 더불어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부름 받은 다른 모든 피조물들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90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는 평화’

<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무총리님과 국회의원님들 >

저희 천주교 수녀들은 호소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하여 주십시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간 저희들은 직접 간척 사업의 현장에
가서,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하여 새만금 갯벌 이야기를 경청해왔습니다.
이 사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성찰과 기도 끝에 저희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라는 이 간척사업은
결코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적인 수치이며 생태계
파괴 작업이 분명합니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결코 전라북도 지역과 농업기반공사의 관심사로만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저희는 확신합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엄청난 돈은
온 국민이 낸 세금이니 온 국민의 입장에서 길고 넓은 안목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또한 그 간척으로 인해 바다생태계와 육지생태계 모두가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조사보고서 내용들은, 결국 그 피해를 우리 모두가
떠 안게될 것임을 말해줍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철새들의
쉴 자리가 사라진다함은 이 문제가 곧 세계적인 논란거리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우리의 지구가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이 사실을 모두가 절박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점증하는 자연계의 황폐화는 자연 그 자체를 지배하는
질서와 조화의 요구, 감추어져 있지만 감지할 수 있는 그 요구를 무감각하게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의 행동거지에서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위
메시지 5항).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간 오로지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려 질주해왔습니다. 그것만 해결하면 다되는 줄 알았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산이 잘려나가고, 농지 위에 러브호텔이
서고, 강물은 시커먼 폐수로 뒤덮이고, 공기는 오염되어 숨을 쉬는 것이
오히려 죽음을 들이마시는 환경에 살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로부터 삶의 교훈과 참된 가치관을 배우지 못하고
여전히 생태계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곳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특히 저 묵묵한 새만금 갯벌과 그 갯벌에 꿈틀대는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 가는 소리를, 거기에 대대손손 의지하며 살아온
어민들의 허덕이는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것들이 앞으로 미칠 파괴적인
영향 때문에, 아무 대책 없이 서서히 같은 운명을 걷게 될지도 모를
다른 지역 생태계들의 조바심도 느낍니다. "땅은 메마르고 거기에
사는 모든 것이 찌들어간다. 들짐승과 공중의 새도 함께 야위고 바다의
고기는 씨가 말라 간다"(호세아 4,3)는 성서 말씀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생명과 죽음을 넘나들고 있는 그 현장들은 참으로 시시각각 절박하건만,
뒤늦게 그를 목격하고 감지하고 있는 저희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고
죄스러움에 가슴을 칩니다. 우리들의 수도 생활이란 과연 무엇이었던가,
생명과 평화의 가치 위에 우리 자신을 봉헌했건만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였던가 하고 말입니다. 이제라도 저희는 하느님께서 빚어놓으시고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31) 하신 창조계와 모든 생명체들의
존엄성을 변함없이 믿는 수도자들로서, 그 창조질서가 깨지고 하느님의
피조물들이 꺼져 가는 소리에 함께 아파하고자 합니다.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 온 인류의 "반성과 행동"(위 메시지 2항)을 촉구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을 재삼 새기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무총리님과 국회의원님들.

저희들은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을 중단하여
주십시오. 2001년도예산을 중단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분명 다른 삶의 태도와 가치관으로 살아야 함을 웅변해 주십시오. 이제
무조건적인 개발,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와 물질주의를 중시하는 자세는
더 이상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농지가 중요하면 갯벌도
중요하고 농민이 소중하면 어민도 소중하다고 말해주십시오. 자연의
아름다움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누려야하는 것이니, 우리
세대가 할 일이란 그것을 조화롭게 보전하는 데에 있지 마구잡이로 간섭하고
왜곡시키는 데 있지 않다고도 말입니다.

저희 천주교 수녀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반성과
행동"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 문제가 조화와 평화가
이뤄지는 사회로 가는데 아주 중요한 지렛대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사회는 결코 생명에 대한 존중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생명
존중이 바로 모든 피조물의 보전이라는 사실을 경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위
메시지 7항).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

에는
의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베드로 후서 3,3).

2000년 12월 14일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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