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개혁이 죽어가고 있다 – 3대 개혁입법처리 촉구 시민사회단체 성명서

2001.01.09 | 미분류

개혁이 죽어가고 있다

– 3대 개혁입법 처리 촉구
시민사회단체 성명서 –


[ 3대 개혁입법 회기내 미처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 ]

민심이 사납게 일렁이고 있다. 나라전체가 제2위기의 폭풍 속을 표류하고
있다. 개혁의 불씨는 꺼져가고 우리 모두는 혹한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캄캄한 어둠 속에 고통스럽게 서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3년 전 IMF의 한파는 차라리 따뜻했었다. 나라를 살리자는 눈물어린
호소가 있었고 흔쾌히 개혁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온 국민의 의지와 합의가
있었다.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라는 대통령의 호소는
진정한 변화를 염원했던 많은 이들에게 나름대로의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IMF를 몰고 온
정치인들의 당파투쟁은 사라졌는가? 온 나라를 부실덩어리로 만들고
심지어 수십 조의 국민혈세를 헛되이 탕진한 부실재벌경영진들과 경제관료들은
그 책임을 졌는가? 사정공안기구의 인권유린과 정치적 전횡, 관료들의
무사안일은 사라졌는가?  철석같던 고통분담의 약속은 무참하게
배반당했다.  번지르한 그 허다한 자성과 개혁의 구호는, 위정자들의
궤변과 말장난에 의해 싸늘한 허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늘날의
이 참담한 현실의 궁극적 책임은 개혁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자들과 결탁한
채 길이 아닌 길을 길이라고 강변해온 김대중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지난 11월 말,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향한
마지막 소망의 불꽃이 꺼져 가는 이 위기의 순간을 타개하고 참다운
국정쇄신을 추진할 최소한의 징표로써 3대개혁입법의 연내처리를 촉구하는
3일간의 농성에 돌입하였다.  비록 늦었지만 그때라도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을 단행하고 시민의 견제와 참여의 힘을 복원함으로써 반개혁에
맞설 진정한 개혁의 주체를 복원할 것을 애타는 심정으로 촉구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시금석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인권위원회법·부패방지법
제정 등 3대 개혁입법의 연내처리를 요구하였다. 이 3대 개혁과제는
정부여당이 이미 수 차례 국민 앞에 약속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새 밀레니엄을
떳떳이 맞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최소한의 개혁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공안사정기구의 인권유린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민주주의와 노벨평화상을 말할 수 있겠는가?  온 국민을
자기검열과정으로 내몰면서 양심, 사상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제도적 장치를 계속 유지·온존시키고서야
어떻게 민주와 인권을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IMF를 몰고 온
부정부패를 막을 법적 장치 하나 만들지 못하고서 어떻게 제2건국을
말하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2월 29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집권여당 정책위원장을
만나 3대 개혁입법의 연내처리 무산을 항의하고 마지막 경고를 발하는
면담에 나서야만 하였다. 거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예전의
방안보다 더욱 후퇴하여 강퍅해진 여당의 태도뿐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명시적 일정도 약속 받지 못했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무책임한 태도는
지난 28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3일간 눈보라치는 혹한 속에 명동성당의
맨바닥 위에서 처절한 노상단식농성을 전개한 20여의 인권활동가들의
절규로도 바뀌지 않고 있다. 도리어 여야 국회의원들은 임시국회가 마감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구태의연한 당파싸움으로 국민들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리고 있다. 농성과정에서 숱한 인권활동가들이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정작 우리가 안타까워했던 것은 우리의 육신이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를 향한 최소한의 국민적 기대조차 무너지는
것이었다.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우리들의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특히 김대중대통령에게 깊이 실망하고 있다. 대통령의 수 차례에 걸친
개혁입법추진약속을 자신이 총재로 있는 집권 민주당이 하는 시늉만
할 뿐 사실상 묵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행정부 부처인 법무부가 개혁입법문제의 온전한 해결에 막무가내로
저항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식으로
개혁실종상태로 계속 간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실패한 대통령중의
한사람으로 기록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 실패는 야당의 비협조 때문이
아니라 김대통령 정부 자신의 사실상 개혁포기 때문에 초래된 것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개혁실종과 개혁포기라는 역사의 평가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는 야당의 존재나 또는 노벨평화상이나 남북정상회담으로도
분식될 수 없는, 엄정한 것이다.

이제는 국민의 정부라는 최소한의 명분마저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이 정권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재정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2월 대통령 취임 3주기는 이 정권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확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만일 그 때까지 개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면,
또 그 최소한의 징표로써 3대개혁입법의 폐지·제정이 온전히
실현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정권에 더 이상 개혁을 기대하지도, 또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명심하라! 오늘 개혁의 임무를 방기하는 자에게, 내일 하늘이 그
기회를 다시 주지는 않는 것이다.

※ 별첨 : 3대 개혁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안

※ 문의 :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 올바른국가인권기구실현을위한민간단체공동대책위

(연락처 : 김기창 017-213-6740, 김기현 018-278-3200, 이창수 017-717-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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