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원주 선언 2003

2003.02.10 | 미분류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원주 선언 2003

12년에 걸친 새만금 간척사업.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모였습니다.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 곧 인간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 되고, 인간 삶의 발전이 되고 있는,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을 거역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단지 어느 한 지역, 어느 하나의 개발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과 인간성이 파괴되어 가는 위기를 막음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발전을 여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온 국민의 간절한 여망에 부응하고 세계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자연과 인간 경제와 문화가 상생하고, 새로운 틀로 탈바꿈해 가는 이 시대의 필연적 흐름에 따르는 것이고 시민 삶의 발전이라는, 생존의 필연적 요구에 따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미래를 맞이할 단 하나의 길입니다. 시민들에게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저희들의 행동에 동참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진지하게 결단을 내릴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그동안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서 수많은 저항이 있어 왔습니다. 환경사회단체와 학자들은 새만금 간척 강행을 위해 간척지의 경제성을 높여서 평가했던 부당한 평가방법에 대하여, 강행 결정의 부당한 행정 절차에 대하여 분노했습니다. 종단을 초월한 종교인들은 새만금 갯벌에 생명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며 기도수행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또한 뜻있는 지역 인사들은 너무도 자명한 수질오염과 지역파괴의 위험을 장미빛 개발의 환상으로 눈가림해 온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여론 주도층에 대하여 항의했습니다. 생업 터전의 파괴와 생존권 박탈을 앞둔 어민들은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간척현장을 들러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농업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식량안보의 명분으로 갯벌을 볼모잡았습니다. 그것도 국토의 숨통이라 할 강 하구를 볼모잡았습니다. 결국 이제는 그 간척의 명분과 목적까지 상실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쌀 증산 정책을 포기하였고 경작을 축소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불합리할 뿐인 간척지의 농경을 우량농지라는 명분으로 덮어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간척지가 농지로 쓰일 것이라는 예측도, 기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큰 환경파괴의 징후가 최근 그린벨트 해제의 지역정책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새만금사업 강행 당시 정부 스스로가 내걸었던 약속조차도 이행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이 무모한 비합리성과 허구적 욕망을 끊어야 합니다. 그간 처절하게 진행되었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개혁이란 막힌 것을 뚫고 맺힌 것을 푸는 일입니다. 허구 위에 올려놓은 지역개발의 환상을 과감히 깨고, 진정한 발전의 물꼬를 트는 일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여 뜨거운 가슴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그 결과 새만금 간척사업은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시 한번 도달했습니다. 아직은 새만금 갯벌을 되살리고 주민 삶을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이 충만합니다. 어려움을 겪은 지역이기에 오히려 더 깊은 혜안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생명의 소리를 울리기로 했습니다. 새만금갯벌에서 머리숙여 생명의 존엄함을 터득했던 세계 곳곳의 벗들과 함께 생명의 소리를 울리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희망의 신호가 되고 깃발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노무현 당선자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어리석은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그것만이 국가와 사회를 구하는 길이며, 새만금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2003년 2월 7일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대화마당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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