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보도자료]”지금 나를 위해 이라크를 떠나주세요”

2003.03.25 | 미분류

한국과의 시차로 밤새 울려오는 전화 때문에 매일 밤 전화 곁 소파에서 잠드는 곤한 날들, 새벽녘 걸려온 한통의 전화가 그 모든 피로를 씻어줍니다. 카심, 한상진, 은하, 조성수 기자가 모두 무사히 살아있다는 바그다드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지금 나를 위해 이라크를 떠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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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심(여행사 직원, 44)의 집 근처 200미터 지점에 폭탄이 떨어졌지만 그의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다만 집의 모든 유리창이 깨어졌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문득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치고 지나갑니다.
그 200미터 지점에 살았을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죽음. 그 죽음은 잊은 채 카심의 소식으로 기뻐하던 우리의 기쁨, 그 근원에는 다른 죽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시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이 아니라, 그의 집이 있는 주택가마저 그 폭격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

▲ 바그다드에 남아있는 카심.  
ⓒ 반전평화팀

문득 마음속에 카심의 음성이 되살아옵니다. 끝까지 현장에 남겠다는 임종진 기자를 향해 우리를 떠나보내며 우리에게 건넨 카심의 마지막 인사. 노래처럼 살아있는 그 목소리가 제게 말을 걸어옵니다.

“나는 어려서 이란 전쟁을, 그리고 청년 때에는 걸프전을 겪어냈어요. 그 전쟁 속에서 내 심장은 커 왔어요. 그래요. 나는 이 폭격을 음악처럼 들을 수 있는 강한 심장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당신의 심장은 이 폭격과 죽음을 감당할 수 없어요. 나는 두 아들이 있지만 그들보다 당신이 더 염려되요. 당신의 심장이 이 전쟁을 겪기엔 너무 부드럽고 아름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나를 존경하나요? 내가 아프다면 날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 나를 위해 이라크를 떠나주세요. 당신이 지금 떠난다면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지만, 당신이 지금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어요.”

그의 말이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이 우리를 이곳에 묶어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경을 넘었지만, 그 국경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요르단, 암만에 말이죠.

후세인의 담화를 들으며 암만에서, 단식 오일째를 맞이하는 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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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 암만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임영신씨.(사진 왼쪽)  
ⓒ 반전평화팀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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