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안일한 대처 제2의 태풍‘루사’피해 우려된다

2003.04.28 | 미분류

정부의 안일한 대처 제2의 태풍‘루사’피해 우려된다
      – 복구도 보상도 외면한 송전탑산사태로 고통받는 지리산주민들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때 송전탑 작업도로에서 시작된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 내공리는 산사태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복구 없이 방치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을 위의 송전탑 작업도로를 따라 총 34개소의 균열이 발견되어 돌아오는 여름 추가 산사태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산사태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며 복구조차 하지 않고 있어 눈에 보이는 재해와 재난의 싹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처는 산청 반천리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악몽과도 같았던 ‘루사’ 피해의 재연이 우려되는 반천리, 내공리 실상을 정리하여 보고한다.

송전탑이라는 국가기간 시설로 인해 고통 받는 주민들이 있다. 재산 피해와 함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붕괴와 산사태의 위험 속에서 8개월 이상 방치되어 살고 있다. 사업자인 한전을 비롯하여 경남도청 과 행정부 등의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수해의 계절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법한 상식이하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장은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와 내공리 일대의 지리산 마을들이다.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산사태는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 송전탑 작업도로에서 최초 발생하여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골짜기 전체를 휩쓸어버렸고, 하류의 인가와 농경지까지 심각하게 파괴시켰다. 산사태 최초 발생지점은 폭 2m에서 폭 35m까지 패여 나갔고, 심한 곳은 작업도로가 끊어진 상태로 깊이 47m까지 패여 나갔다. 산사태는 마치 어마어마한 폭탄을 맞은 현장처럼 초토화된 모습으로 계곡 전체를 따라 수천 톤의 유실물을 쓸고 내려오면서 아래 마을 전체를 파괴시켰다. 피해를 입은 폭2-3m의 계곡은 폭이 최대 200m까지 확장되었다. 이로 인해 가옥과 농경지 등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큰 피해를 가져왔다.
  
  반천리와 내공리의 산사태는 모두 산청양수발전소와 의령변전소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건설을 위해 개설한 작업도로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전력공사가 1997년 11월~2000년 4월까지 산청양수발전소에서 생산해낸 전력을 경남중남부지방에 공급하기 위하여 산청양수발전소와 의령변전소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131기(길이 45.9km가량)를 건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에도 산청양수발전소와 의령변전소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13기와 10.48㎞의 작업도로가 개설되었다. 그러나 송전선로 노선은 한국전력공사 345kV 건설처 송전부장이 “급경사인 산악지로서(평균 해발 700m) 철탑건립이 불가능하며 본 선로 건설 완료 후 사고를 대비하여 신속한 유지보수를 해야”이라고 말할 정도의 급경사 산지여서 건설과정부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과 작업도로 건설에 따른 지역주민 안전문제를 뒤로한 채 당초 평지를 지나도록 계획되었던 송전선로 노선을 급경산 산지인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을 지나도록 변경하였고, 급경사지에 무리하게 송전탑과 작업도로를 건설하였다. 송전탑과 작업도로가 개설된 지 2년이 조금 지난 2002년 8월 31일에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345kV 작업도로 26개소가 붕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반천리와 내공리의 산사태가 급경사 산지에 무리한 송전탑 건설에서 비롯된 것임을 의미한다. 애초 송전탑이나 작업도로를 건설하기에 부적절한 곳에다가 그나마 기본적인 산림토목의 규정조차 무시하고 부실한 공사를 한 결과 대규모의 산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한전은 비가 많이 왔다고 발뺌을 하고 관련 행정기관인 경남도청이나 행자부는 원인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재해지구’로 선포하여 그냥 넘어가려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송전탑과 작업도로 건설이 반천리와 내공리의 산사태에 영향을 미친 사실은 산사태 발생요인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인 강우량 분석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2002년 8월 31일 반천리와 내공리에 내린 강우량은 하루 총 285mm, 시간당 최대 47.5mm였다. 그러나 송전탑이 건설되기 이전인 1987년에 하루강우량이 287.5mm, 시간당 최대 53mm가 내린 적이 있었고 1998년 지리산 대원사에 100명 가까이 사망한 대참사 때 내린 하루강우량 332.5mm, 시간당 최대 83.5mm 때도 이번 피해 지역인 반천리와 내공리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즉 과거 더 많은 비가 내렸지만 송전선로 개설 전에는 반천리와 내공리 일대에 산사태가 발생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역대 강우량 중 산림청과 건설교통부의 산사태주의보나 경보 수준이상의 강우량이 내렸던 때는 총 69회였지만, 송전탑과 작업도로가 건설되기 이전에 안정된 산지 상태에서 산사태가 발생된 적이 한번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산사태가 발생한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와 내공리 중에서도 작업도로가 마을 뒷산에 위치한 반천리 서당골, 불계마을, 내공리 일대만 산사태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고, 마을 뒷산에 작업도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인근 마을들은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반천리와 내공리에 발생한 산사태가 송전탑과 작업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절․성토사면을 만들면서 불안정한 사면이 형성되어 산사태가 발생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 내공리는 피해와 고통이 과거 일이 아닌 지금의 일이고 앞으로 일이라는데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도 마을 위의 작업도로를 따라 총 34개소 균열이 발견되어 추가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고작 4억원의 복구 공사비를 주면서 이것으로 일단 끝내자고 하는 상식이하의 대응이다. 산청 반천리의 일대의 항구적인 복구를 위해서는 4억원이 아닌 40억원으로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나 경남도청은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복구조차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재해와 재난의 관리감독청인 행자부도 산청의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수행된 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고도 관련 정부 부처는 서로 외면하고 있다. 보상이야 시간이 걸린다지만 복구는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재해와 재난의 싹을 정부 스스로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두메산골의 주민들은 안전에 무방비로 내몰려도 된다는 것인지, 또 다시 산사태가 발생해서 사람이라도 몇 죽어야 정부는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울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산청 반천리의 경우처럼 한국전력공사의 송전탑 건설은 생태계파괴와 재난재해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환경부의 송전탑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송전선로 건설 이후에는 환경훼손과 피해에 대해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 환경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송전탑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고, 주민의 안전을 무시한 송전탑건설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라야한다. 전국에 건설된 송전탑 사후환경영향평를 실시하여 환경훼손과 피해를 관리감독하고, 송전탑 환경영향평가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사전에 송전탑에 의한 환경재앙을 방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향후 녹색연합은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환경피해와 문제점을 모니터링하고 정리하여 환경소송을 전개하고, 시민과 정부를 대상으로 송전탑 건설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알려내고, 관리대책 마련을 촉구 할 것이다.

녹색연합의 주장
   ○ 정부는 추가산사태가 우려되는 산청 반천리 송전탑작업도로 전구간에 대한 항구복구를 즉각 실시하라.
○ 한국전력공사는 산청 반천리의 산사태 피해를 즉각 보상하라.
○ 환경부는 부실한 송전탑 환경영향평가를 책임지고 송전탑 관리대책을 마련하라.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서재철국장(019-478-3607), 정용미간사(011-9585-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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