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냐, 골프장의 지팡이냐 – 경찰골프장까지 가세한 수도권 난개발

2003.06.24 | 미분류

수도권 난개발에 경찰이 가세하고 있다. 다름 아닌 골프장이다. 경찰대학교내의 골프장 확장공사를 위해 수도권의 허파 역할을 하는 산림을 대규모로 무참히 훼손하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일대에 자리하는 법화산이다. 경찰대학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6홀짜리 골프장을 9홀로 증설하기 위한 공사다. 지난 4월 30일 공사를 시작한 이후  법화산 주능선과 골짜기까지 천연림을 베어내고 산을 완전히 갈아 엎어 버렸다.  

민중의 지팡이냐, 골프장의 지팡이냐
경찰골프장까지 가세한  수도권 난개발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의 굉음은 고요하던 법화산을 난개발의 한 가운데로 내몰았다. 골프 코스 3홀 증설로 허물어진 숲의 면적은 무려 3만 6천 269평, 증설 코스 길이 874미터, 절토 면적은 15만 1,760평방미터에 달한다. 녹지등급 8등급 이상의 울창했던 숲은 간데없고 완전히 파헤쳐진 붉은 흙만 남아 있다. 지금도 현장 곳곳에서 포크레인이 쉴 새 없이 흙을 깎아 내리고 있다. 수천년에서 수만년 동안 법화산 생태계의 밑거름이 되었던 토양은 덤프트럭에 의해 순식간에 산 밖으로 실려 나가고 있다.

법화산은 한강에서 용인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에 위치하고 있다. 남한산성-검단산-불곡산을 거쳐 법화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는 성남과 분당, 광주와 용인의 허파이자 생명의 터전이다.30년 이상 된 소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등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져 서울 근교에서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숲이었다. 천연기념물 324호 소쩍새를 비롯하여 큰오색딱따구리, 어치, 꾀꼬리 등 수십 종의 조류들이 번식하는 서식지였다. 그런데 이들이 둥지를 틀 수 있을 만한 굵은 나무들이  골프장 공사로 인해 수백 그루 이상 벌목된 상태이다. 주민들과 공존하며 서식했던 온갖 동·식물들의 터전은 골프장을 바라는 일부 경찰들의 욕망으로 단 며칠 사이에 황무지로 변했다.  



  보존 가치가 높았던 법화산은 경찰대학교의 골프장 증설로 인해 한쪽 능선이 완전히 무너져 내림으로써 앞으로도 지속적인 토양 침식과 숲의 건조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고, 골프장의 과도한 용수 사용은 지하수 고갈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또한 한강의 제1지천인 탄천은 바로 이 법화산 기슭에서 발원하는데, 경찰 대학에서 골프장의 잔디를 조성하고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은 법화산의 지하수는 물론 탄천, 나아가 한강의 수질 오염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허가 관청인 용인 시청은 산의 소유주가 경찰대학교이고, 학교부지 내 체육시설 증설과 관련한 산림훼손은 (구)국토이용관리법에 의거 개발행위가 신고된 사항 이라는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소유권만을 앞세워서  대규모의 산림 훼손이 벌이며 수도권 난개발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용인 일대의 주민들은 공사가 비록 법률상의 문제는 피해 갔다 하더라도 주민의 환경권을 송두리째 앗아간 난개발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법화산 자락에 사는 주민인 황 윤씨는 “일부 경찰 간부를 위해 수많은 주민들의 유일한 녹지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숲을 대규모로 훼손하는 골프장 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훼손된 생태계를 되살리고 파헤친 곳을 주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 방안을 경찰과 환경 전문가, 주민, 용인시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라며 해법까지 제시했다.    



경찰대 골프장은 경찰대학생과 경찰대에서 교육받는 경찰간부의 골프교육이 주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직이 아닌 경우회 소속의 전직 경찰간부가 다수 이용하고 있다. 공식적인 명칭도 골프장이 아닌 체력단련장으로 되어 있다. 녹색연합 조사팀이 골프장공사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대를 방문했을 때 잔디를 깍고 있던 한  의경은 “여기 골프장은 경찰대생보다 전직 경찰간부를 비롯해서 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용실태의 실상을 밝히면서 “시민들에게 알려져서 지금이라도 확장공사가 중단되었으면 좋겠다. 일부 전,현직 경찰간부을 위해 이렇게 좋은 산을 훼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의경으로 복무하고 있지만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라며 사업의 실체를 정확히 짚어 주었다.      

경찰청은 골프장 공사에 대해 “군부대도 골프장이 보유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의 변명은 주민들과의 공청회 자리에서 절정에 달했다. 6월 18일 구성읍 주민들과의 공청회에 자리에 나온 한 경찰 간부는”오만 종류의 범죄와 범죄자를 다루는 경찰이다 보니 골프도 칠 줄 알아야겠기에 골프장이 필요하다.” 라는 발언과 함께 “이날 이때까지 경찰 생활 수십년에 골프채 한번을 못 잡아 봤더니 어디가서 회식자리에서 골프 애기만 나오면 도저히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러니 주민 여러분들의 많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며 주민들의 정서와는 거리 먼 변명을 했다.  



죽전과 수지 등 난개발로 유명한 용인시는 제대로 된 도시 계획 없이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 서 있다. 구성읍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늘어난 주민수가  8만이 넘는데, 이에 비해 공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서 숲과 녹지에 대한 환경적인 요구는 생존권과 다름없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법화산은 이 지역의 유일한 녹지로서, 교통 지옥과 시멘트로 둘러 싸인 주민들의 삶의 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정서와 마음에 큰 위안이 되던 숲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일부 인사들의 여가를 위한 공간이 뒤 바뀌고 있다.    

경찰청은 법화산 골프장에 대한 일관된 입장의 하나가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들어 민생치안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정작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은 범죄소탕이 아닌 골프장을 숙원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이 경찰에 대해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경찰은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한다.  
            
녹색연합의 주장
● 경찰청은 법화산을 훼손하는 골프장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 경찰청은 주민과의 전면적인 대화의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라
● 골프장공사을 중단하고 훼손된 곳을 주민들의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라
● 용인시는 법화산을 포함한 남아 있는 녹지의 보전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 정부는 용인시에 더 이상 골프장을 허가하지 마라

문의
–  녹색연합 서재철국장(744-9025,019-478-3607)
    경 찰 청 공보관실  (313-0580)
– 생생한 현장 사진이 있으니 녹색연합(www.greenkorea.org)으로 문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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