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구구간의 고속철 환경관리 실태 보고서

2003.07.25 | 미분류

부실과 훼손으로 얼룩진 경부고속철도
-서울~대구구간의 고속철 환경관리 실태 보고서-

녹색연합은 경부고속철도 서울~대구 구간에 대한 지하수 누수, 소음/진동 피해 및 폐갱도군을 지나는 터널구간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2003년 4월 이후 총 2차에 걸쳐 고속철 환경관리 실태 조사를 진행하였다. 경기도 광명역사를 비롯하여 폐갱도 논란이 있었던 상리터널, 조남1터널, 장상터널, 비룡터널, 마성터널, 화신5터널 구간의 공사현장을 확인하였고, 주택균열, 축산농가 피해를 입은 대전 대덕구 읍내동,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 그리고 배수로 문제와 고속철 변전소 건설로 피해를 입은 충북 옥천군 상촌면 임산2리와 김천시 남면 옥산리를 방문, 조사하였다.

그 결과 직선을 고속으로 달려야하는, 서울~대구 총연장 2백 81km 공사구간의 75%가 교량 및 터널인 고속철공사는 터널발파 공사로 인해 지하수 누수가 필연적이었고, 인적이 드문 곳에 부지기수로 널려 있는 폐갱도는 터널붕괴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1백m 마다 정밀하게 조사해야 할 지질시추가 미흡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속철 공사에 따른 소음/진동 피해 및 수해, 그리고 교각구간의 그림자로 인한 농작물 피해사례를 현장에서 확인하였다. 일례로 충북 청원군 부용면 비룡터널은 공사가 80% 이상 진척된 상황에서 지하구간에서 10개 이상의 지하수로 가득 찬 폐갱도가 발견되었으나, 그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다.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2구는 고속철 천안아산역사 공사를 위해 마을 진입로가 공사차량에 전용되는가 하면, 파일직타공사로 인해 축산피해, 지하수 누수, 산모 유산 등의 피해를 받은 지역이다.

경부고속철도는 1992년 6월 30일부터 시작되어 18조 4358억원이 투자되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대의 국책사업이다. 내년 4월이면 10여 년의 공사 끝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임시개통을 하게 된다. 그러나 건교부와 고속철도 공단은 공사과정에서 실시설계에 앞서 연약지반 등에 대한 지질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상당수의 환경파괴와 훼손을 낳았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주민들이 입은 재산상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계속 접수되었고,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도 고속철공사의 폐갱도 위험요인과 부실이 지적되었다.

10년 이상 진행된 고속철공사는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면서, 터널의 안전위협, 생태계파괴의 부실을 양산하였다. 한편, 환경영향평가를 관리, 감독해야 할 환경부 역시 고속철도 서울~대구 구간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현장 확인이나 사후 확인을 하였는지 의심이다. 한국 사회의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욕망은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구 구간의 고속철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전면적 실태조사 없는 고속철공사는 제2, 3의 안전 위험을 야기할 뿐이다.

천성산/금정산의 양산, 부산 구간에 16km 이상의 장대터널이 계획되면서 지하수 누수에 의한 천성산 고층습지의 파괴와 생태계 파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구간의 기존 환경영향평가는 조작과 부실로 얼룩져 있다. 사업자측이 작성한 평가서에는 식물상부터 부실하게 되어 있다. 금정산과 천성산을 합쳐 식물종이 586종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천성산 만 하더라도 700종이 넘는 식물상을 자랑한다. 더욱이 천성산은 무제치늪과 화엄늪 등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이 2곳을 비롯하여 20개소 고층습지가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습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아울러 수달, 삵, 황조롱이, 참매, 수리부엉이, 소쩍새, 까치살모사 등과  소쩍새, 솔나리, 천마, 산작약,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무늬대사초, 무늬생강나무 등,  30여종의 보호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에는 한 종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제라도 환경부는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를 반성하고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녹색연합의 고속철 서울~대구 구간의 현장조사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역사 광명터널, 일직터널 공사과정에서 1999년 50여 가구의 지하수가 고갈되었고, 충북 청원군 비룡터널 공사로 부용면 문곡리 대국재, 골말, 구절골 등 50여 가구의 지하수가 메마르면서 물길의 흐름이 변했다. 장재리2구에서는 천안아산역사 공사 과정에서 60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이용하는 식수가 말라버렸다. 이에 고속철공단은 주민들에게 대체 관정을 뚫어주었으나, 이나마 식수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터널을 뚫거나 땅속을 파헤치면서 지질조사와 지하수 조사를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결과다. 천성산은 국내 최대의 고층습지 지역이다. 환경부도 자연환경법상의 보호지역인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건교부와 고속철공단은 이제라도 천성산의 생태계 현황, 활성단층이라 여겨지는 천성산 지역의 지질조사를 다시 실시하고 고층습지를 보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층습지는 존재의 근거가 지질과 토양을 아우르는 지하수다. 대규모 터널공사를 하면 필연적으로 고층습지는 사라진다. 건교부는 임하호에서 영천호로 대규모터널을 조성하여 수자원을 공급하려 했던 ‘영천도수로’의 엄청난 재앙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30여개 마을의 지하수와 농업용수를 훼손하고 추가 보상비만 500억 이상 더 들었다. 천성산 고속철도가 백지화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녹색연합의 주장

– 서울-대구 구간의 위험지역에 대한 정밀한 안전조사를 실시하라
– 고속철 환경평가를 부실하게 처리한 환경부 관련자를 문책하라
– 환경부는 부실한 환경평가를 반성하고 경주-부산 구간의 전면 재평가 실시하라  
– 정부는 천성산 고속철 노선을 백지화하고 대안노선을 마련하라    

2003년 7월 25일
녹색연합

※ 문의 : 자연생태국 국장 서재철 (019-478-3607)
                             간사 구대수 (017-224-3735)      
                             간사 윤상훈(011-9536-5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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