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 있다면 청와대가 나서라 지율스님은 살아야한다

2003.11.12 | 미분류

지율스님 단식 40일째, 시민사회단체 긴급성명서

○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관통반대를 위한 내원사 지율스님의 단식이 오늘로 40일째 접어들고 있다. 지율스님은 지난 봄에도 38일간의 단식농성을 통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과 생명사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 그 결과 천성산 고속철도의 사업중단 및 노선재검토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의 천성산 구간의 사업중단과 노선재검토 약속은 당사자 합의와 기본적 생태·지질조사도 없이 고건 총리실의 일방적인 사업강행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 지율스님은 신라 1500년 역사가 깃든 선방사찰인 양산의 천성산 내원사 비구니 수행자였다. 그런데 ‘이판’의 가녀린 비구니스님이 겨울의 문턱인 11월, 단식 40일을 넘기며 ‘사판’의 차디찬 부산시청 콘크리트 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거짓 공약과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 때문이다.

○ 노무현대통령은 대선 당시 두 차례나 천성산 구간의 백지화공약을 했고,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합리적인 재검토위원회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사업입찰이 강행되면서, 지율스님의 38일간 단식농성이 1차로 진행되었다. 결국 단식 30일 만에 노무현대통령의 재검토 발표에 이어, 고속철분쟁의 중재자를 자청한 문재인 민정수석이 부산의 농성장으로 직접 찾아와 “청와대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안검토위원회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 하지만 문재인 민정수석은 ‘공정한 틀’에서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노선재검토위원회는 분쟁 구간에 대한 30일의 검토기간을 제기하였고, 이나마 천성산의 당사자인 내원사와 지율스님은 배제되었다. 당연히 노선재검토위원회는 노선합의에 실패하였고, 급기야 고건총리실은 천성산 구간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지율스님의 2차 무기한 단식농성이 진행되면서, ‘도롱뇽의 친구’의 이름으로 공사강행반대 가처분신청이 제기되었고, 천성산 생명의 염원을 담은 교수, 교사, 불자, 종교인의 줄기찬 지지 성명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 오늘 현재, 청와대와 민정수석실은 지율스님의 40일 단식에 대한 한마디 대답도 없으며, 스스로의 입과 글로 한 공약을 한 생명과 함께 묻어버리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시민불복종과 비폭력 생명사상은 비단 먼 외국이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나 죽어서도 세상의 아름다움 잊지 못하겠다는 지율스님의 뭇 생명에 대한 사랑은 바로 한국사회에 자각된 정신자산인 것이다. 왜 참여와 개혁을 뼈대로 세운 이 정권은 지율스님의 정신적 지향, 그 아름다운 충고의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는가.

○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여 우리들은 죽음으로 가고 있는 지율스님을 방관하지 못하기에, 노무현정권에 ‘살림’의 메아리를 전하고자 한다. 한 종교인의 순교를 통해서만 그릇된 국책사업의 잘못된 방향을 바꾸려는 이 정권의 오만방자한 자세를 생명사랑으로 바로잡으려 한다. 귀가 있으면 똑바로 들을 것이며, 입이 있으면 진실을 말할 것이다. 거짓된 참여정부는 죽어도 천성산과 뭇 생명은 살아야한다. 속으로 곪아 가는 돈과 권력의 힘은 죽어도 지율스님의 숭고한 자세는 살아야한다. 지율스님은 살아야한다.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관통계획을 백지화하라.

2003년 11월 12일

경남포교사단, 경제정의 실천 불교시민연합, 관웅회,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연합, 녹색평론, 대한불교산악회, 대한조류협회, 대한조수보호감시단, 두레생태기행, 마창환경운동연합, 민노당 부산지부, 바다사랑 스킨스쿠버, 부산교직원노조, 부산녹색연합, 부산등산연구소, 불교환경연대,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 생태보전시민모임, 수원환경운동센터, 습지보존연대, 습지와 새들의 친구,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야생동물연합회 수달보호협회, 양산사격연합회, 양산사암연합회, 여성환경연대, 울산불교연합회, 울산생명의 숲 가꾸기, 울산환경운동연합, 원효연구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자전거 동호회 mtb 랜드, 장산반딧불이, 전국귀농운동본부, 제주참여환경연대, 조망산악회, 조계종중앙신도회, 지리산생명연대, 천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천성산지킴이 산악회,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부산교구, 청산에 드는 사람들, 초록의 공명친구들, 통도사신도회, 통도사환경위원회,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하북청년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불교환경교육원,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자원재생재활용협회,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한살림, 환경과 공해 연구회,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환경정의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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