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반돌이’의 탈출은 예견된 일이다. – 환경부 ‘반달곰’ 복원사업 졸속추진 결과-

2003.11.28 | 미분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6일 지리산에서 자연적응 실험 중이던 방사곰 한 마리(반돌이)를 발신기 점검 및 교체를 위해 포획했으나 탈출했다고 27일 밝혔다. 반돌이의 목 부위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발신기를 제거, 보호를 하던 중 17일 새벽, 곰이 보호시설 바닥 땅을 파고 탈출한 것이다.  이번 ‘반돌이’ 탈출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반달곰복원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는가를 보여준다.

2002년 6월 환경부는 지리산 야생곰의 보호관리를 강화하고 지리산 생태계 복원을 위해 반달가슴곰 복원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현재 5마리 정도로 추정되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개체수를 2011년까지 50마리 수준으로 복원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사업추진 주체로, 계통분류 연구, 서식지 특성연구, 인공증식 기술개발, 야생적응훈련 기술 개발 등을 분담해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사업기간은 2003년-2011년까지이며, 총예산은 약 155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밝혔다.

환경부의 반달곰 복원사업은 당초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반돌이가 손쉽게 ‘우리’를 탈출한 것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변변한 보호시설 하나 갖추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반돌이’와 ‘막내’를 보호한 우리는 모 방송국이 제작한 것으로 현재 반달가슴곰관리팀이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 곰의 방사를 준비하고 치료하고 또 ‘막내’처럼 방사실패 개체가 생겼을 때 개체를 보호할 ‘우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반달가슴곰관리팀은 그 최소한의 ‘우리’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특히 반달가슴곰관리팀은 동물원에서나 곰 농장에서 사육하는 곰이 아닌 실제로 야성을 갖고 있는 성체 반달가슴곰을 관리하고 있어 ‘우리’ 수준이 아닌 야생성을 획득했음을 고려한 격리장이 필요한데 격리장 하나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환경부 복원사업 과정에서 버려진 반달곰 ‘막내’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환경부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산하 남부지소, 남부지소 산하 반달가슴곰관리팀이 전담하고 있다. 반달가슴곰관리팀은 동물과 식물분야의 행동, 생태, 복원, 관리, 환경 분석 전문과정을 학습하고, 현장경험을 지닌 석사, 박사 학위 소지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장을 누비는 국내 유일의 야생동물전문 연구조직이다.  

현재 ‘우리’도 확보하고 있지 못한 반달가슴곰관리팀이 사용하고 있는 그물, 곰을 이동시키는 운송장비, 차량, 반달가슴곰 제어장비, 추적장비 등은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원을 실행하는 연구조직에 대한 예산지원과 장비 확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이는 반달가슴곰관리팀원들의 안전문제도 걸려있는 중대 사안이다. 환경부가 10년 이상의 장기계획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복원계획의 추진 전담기관이 이렇게 열악한 상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환경부가 반달가슴곰을 ‘복원’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반달곰 복원사업을 대국민 생색내기 홍보사업으로 여기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11월 20일, 환경부는 국립환경연구원의 ‘멸종위기에 천한 야생동물 복원기술 개발’ 보고서에 따라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에 ‘반달가슴곰 복원센터’를 설치할 것을 발표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반달가슴곰 복원.서식지 관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국가주도하에 국가 연구기구의 지방산하조직으로 곰 보전연구센터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고, 환경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반달가슴곰 복원센터’ 건립을 발표한 것이다. 현재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복원센터’에 대한 구체적인 설립 계획과 예산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종을 복원하는 일은 먹이사슬 복원, 서식 범위 연구, 위험요소 연구 등과 같은 생태환경 조사를 비롯해 유전자 분석, 야생화 가능성 분석 등을 통합하는 오랜 연구조사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그 한 종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종이 살수 있는 생태계 전반을 복원해내는 일로 국내외 전문가를 중심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협력으로 최소 10년 계획을 갖고 수 백억 원대의 예산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등 외국의 경우, 곰 서식지역 마다 국가 연구기구의 지방산하조직으로 곰 서식지에 곰 보전연구센터가 설립되어 국가주도의 곰 보전사업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 및 보전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나아가 많은 비영리 사설 곰 연구센터들이 곰 보전을 위한 국민홍보 및 교육에 힘쓰고 있다. 성공한 복원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 프로그램은 1974년에 시작되었다. 그동안 1700권의 복원계획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고, 75만 건에 달하는 관련 자료가 만들어졌다. 복원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130차례의 공청회가 열렸다. 결국 미국은 옐로스톤 생태계 내에서 가장 중요한 포식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던 늑대를 복원함으로써, 생태계의 완결성과 자족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일본의 따오기 보호센터는 마지막 한 마리 남은 따오기를 살리기 위해 중국에 5억 원을 주고 따오기를 빌려와 짝을 맺어 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1999년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이 수입해 그 후 번식에 성공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센터에는 39마리의 따오기가 있다. 따오기 복원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일본에서 따오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만은 막은 것이다.

반달곰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개체군은 크기가 작고 고립되어 있어 자연적인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달곰 복원 사업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이에 대한 계획과 실현이 장기적인 계획아래에서 꼼꼼히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상태로는 환경부의 ‘반달곰복원사업’은 낙제점에 가깝다.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야생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환경부가 복원에 대한 세부 계획과 예산확보 없이 장밋빛 계획을 ‘발표’하고 ‘아니면 말구’식의 사업 관행을 보이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반달가슴곰 복원의 성공을 위해서는
첫번째, 복원계획에 따른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복원계획 수립에 있어 소요되는 기간, 인력, 예산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기획예산처 등과 사전협의는 필수적이다.

두번째,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선진국의 예에 비추어 최소한 방사개체의 30%는 도태되고 방사시도 중 50%는 실패한다는 가정하에 추진된다. 따라서 지역주민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복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사전에 홍보해야 한다. 복원은 오랜 시간 인내력을 가지고 꾸준히 예산과 노력을 들여 진행해야 한다.  

세번째, 모니터링(monitoring)과 순찰(patrolling) 등 복원팀 내 각자의 역할에 대해 구별해야 한다. 모니터링은 전문연구인력이 담당하고, 순찰은 전문순찰팀이 담당하는 등 복원팀 내에서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달곰 복원 사업은 자연생태계 피라미드의 상위에 자리 잡은 상위 포식동물이자 우리 민족의 기원을 상징하고 있어 자연생태계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따라서 반달곰 복원이 전폭적인 국민의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멸종위기종의 복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에 녹색연합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은 환경부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와 국민들의 성원아래 계속
    되어야 한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전면적인 보완과 예산 책정 등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2) 자연에 적응을 하지 못한 채 버림받은 ‘막내’에 대한 대책은 물론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보호시설과 장비를 당장 갖출 것을 촉구한다.  

3) 반달곰 복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반달가슴곰 복원센터가 즉각 개설되어야
    한다. 반달가슴곰 복원.서식지 관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하에
    국가 연구기구의 지방산하조직으로 곰 보전연구센터를 설립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방사곰과 야생곰과의 상호 관계를 알기위해 야생반달가슴곰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시급하다.

4) 환경부는 반달곰을 비롯해, 황새, 산양, 수달 등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야생동물 복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정부, 전문가, 지역주민, 환경단체를 포괄한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문의  :  녹색연합 정책협력실 김타균 실장(016-745-8500), 이유진 차장( 016-623-4907)

<참고자료.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관련 일지>
2000년 7월 18일 환경부, 반달가슴곰 보존대책 추진 발표
2000년 11월 29일 경남 진주 MBC 지리산에서 야생 반달가슴곰 촬영에 성공    
2001년 1월 5일 지리산 반달곰 보호 단속 강화    
2001년 9월 8일 새끼 반달가슴곰 지리산에 방사    
2001년 10월 27일 방사 반달가슴곰 중 암컷 1개체 부적응 개체로 판명, 환수    
2002년 1월 9일 국립환경연구원 지리산 반달곰 겨울잠 확인 발표  
2002년 4월 방사 반달가슴곰 관리업무 이관절차 진행(국립환경연구원-> 국립공원관리공단)
2002년 5월 방사 반달가슴곰 전담 관리팀 구성
2002년 6월 환경부-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 종합대책 수립 및 추진 발표
2002년 6월 14일 – 암컷 1개체 망실
2002년 7월7일, 반달곰 2마리 야생적응 성공, 건강양호 확인…지리산 재방사  
2002년 7월 16일 ‘반순이’ 끝내 주검으로 발견, 지리산 실종 반달곰 뼈. 털 발견  
2002년 9월 15일 “반달곰 21마리 서식”/국립환경硏 추정  
2002년 10월 13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생태연구소 “반달곰 최대400마리 지리산에 서식 가능” 발표  
2002년 11월 17일 야생 반달가슴곰 지리산 촬영성공, 정부 26년만에 공식확인  
2002년 11월 20일 환경부 지리산국립공원에 반달가슴곰 보호구역 지정 계획 발표  
2003년 5월 지리산 방사곰에 의한 한봉피해 발생  
2003년 8월 4일, 환경부 내년 지리산에 반달곰 6마리 방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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