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의 어처구니없는 집단 이기주의를 개탄한다.
지난 12월 8일, 원자력학회 등 원자력계 인사 30여명은 지난 3일 방영된 한국방송공사의 환경스폐셜 <특별기획 2부작, 방사성폐기물처분장> 편이 원자력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방영되었다는 이유로 KBS 본사를 항의 방문하였다.
이들은 KBS 경영진에게 환경스페셜이 “지난 17년간 국가난제로 남아있는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기에 편향된 보도를 통해 일반인들이 부안 방폐장 사업에 불신을 일으키게 했다”며 “KBS의 공개사과, 관련자의 처벌, 2부 방송유보” 등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이 같은 원자력계의 돌발적인 행동이 지극히 집단 이기적인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원자력계의 이번 행동은 ‘학회’라는 이름을 내세운 한국 핵산업계의 폭거이다.
지난 8일에 있었던 원자력계의 행동은 한국 원자력계가 합리적 대화나 학자적인 소양과는 거리가 먼,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사업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한낱 이해집단에 불과함을 보여준 사례였다.
원자력계는 KBS 환경스페셜의 방송내용에 대해 다양한 매체와 자유로운 언로를 통해서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회소속교수 30여명을 동원하여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폭거를 보여주었다.
이 같은 원자력계의 행동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양심적인 학자들이 국가의 폭력에 맞서 사회정의와 약자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우리사회의 지식인상과 대비되는 정권과 핵산업계의 사업을 옹호하는 수구세력의 전형적 모습이다.
2. 우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가까운 원자력계의 언동들에 경악한다.
실제로 이날 원자력계의 발언들을 면면히 볼 때, 학자들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선동적이며 호전적인 발언으로 한수원의 부안 핵폐기장 사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기에 급급해했다.
이날 원자력계 인사들은 KBS 경영진에게 “국민들에게 불안을 줄 수 있으니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방송에서 삭제하라”, “원자력계의 검증을 받을 때까지 방송계획을 중단하라”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안핵폐기장 논란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의 안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삭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방송내용을 왜곡하라는 요구는 학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사회적 지위를 남용한 폭력이다.
3. 학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까지 내던진 원자력계 학자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이들 원자력관련 학회들이 부안 핵폐기장 사업의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으로부터 지난해 지원받은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은 1,505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로, 이들이 한수원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있음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그러므로 원자력관련 학자들이 사업자이자 이해관계자인 한수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원자력계 학자들이 이러한 꼭두각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학자적 양심을 포기하고 집단적 이익과 용역발주자의 눈치만 살피는 이 같은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학자들을 앞세워 손바닥으로 햇빛 가리듯 책임을 미루려는 한수원 또한 비판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녹색연합은 지속적으로 원자력계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며, 학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까지 내던진 원자력계 학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문의 : 정책위원 석광훈 / 에너지담당 이버들 (02-747-8500)
<참고자료> 원자력계의 ‘환경스페셜’ 반박내용의 주요 문제점
1. 프랑스 사례 – 라망슈는 재처리 시설이 가동되고 있어서 재처리를 하지 않는 우리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였으나, 취재내용은 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인 라망슈 주변지역에 국한된 조사로서 라아그 재처리시설과는 무관함. 2. 미국의 사례 – 미국의 사례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최초로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으로 중요한 취재대상임. 3. 대만의 사례 – 취재된 바에 따르면 현재 란위섬 지표나 농토 등이 인공방사성 핵종인 세슘137에 오염되어 있으며, 이는 대만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임. 4. 일본의 사례 – 일본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내 사용후핵연료 저장고의 냉각수 방출사건과 관련하여 “냉각수 방출량이 1초에 두 방울밖에 되지 않으므로 주변 환경에 지장 없다”고 주장하였음. 5. 영국의 사례 – 셀라필드 작업자들의 방사선피폭과 자녀들의 백혈병 발병문제는 소송당사자인 주민들과 법원의 판결 등을 제시했으므로 충분히 균형감있게 다루어졌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