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의 어처구니없는 집단이기주의를 개탄한다.

2003.12.10 | 미분류

   원자력계의 어처구니없는 집단 이기주의를 개탄한다.

   지난 12월 8일, 원자력학회 등 원자력계 인사 30여명은 지난 3일 방영된 한국방송공사의 환경스폐셜 <특별기획 2부작, 방사성폐기물처분장> 편이 원자력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방영되었다는 이유로 KBS 본사를 항의 방문하였다.
   이들은 KBS 경영진에게 환경스페셜이 “지난 17년간 국가난제로 남아있는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기에 편향된 보도를 통해 일반인들이 부안 방폐장 사업에 불신을 일으키게 했다”며 “KBS의 공개사과, 관련자의 처벌, 2부 방송유보” 등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이 같은 원자력계의 돌발적인 행동이 지극히 집단 이기적인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원자력계의 이번 행동은 ‘학회’라는 이름을 내세운 한국 핵산업계의 폭거이다.

   지난 8일에 있었던 원자력계의 행동은 한국 원자력계가 합리적 대화나 학자적인 소양과는 거리가 먼,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사업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한낱 이해집단에 불과함을 보여준 사례였다.
   원자력계는 KBS 환경스페셜의 방송내용에 대해 다양한 매체와 자유로운 언로를 통해서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회소속교수 30여명을 동원하여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폭거를 보여주었다.
   이 같은 원자력계의 행동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양심적인 학자들이 국가의 폭력에 맞서 사회정의와 약자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우리사회의 지식인상과 대비되는 정권과 핵산업계의 사업을 옹호하는 수구세력의 전형적 모습이다.

2. 우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가까운 원자력계의 언동들에 경악한다.

   실제로 이날 원자력계의 발언들을 면면히 볼 때, 학자들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선동적이며 호전적인 발언으로 한수원의 부안 핵폐기장 사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기에 급급해했다.
   이날 원자력계 인사들은 KBS 경영진에게 “국민들에게 불안을 줄 수 있으니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방송에서 삭제하라”, “원자력계의 검증을 받을 때까지 방송계획을 중단하라”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안핵폐기장 논란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의 안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삭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방송내용을 왜곡하라는 요구는 학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사회적 지위를 남용한 폭력이다.

3.  학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까지 내던진 원자력계 학자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이들 원자력관련 학회들이 부안 핵폐기장 사업의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으로부터 지난해 지원받은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은 1,505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로, 이들이 한수원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있음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그러므로 원자력관련 학자들이 사업자이자 이해관계자인 한수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원자력계 학자들이 이러한 꼭두각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학자적 양심을 포기하고 집단적 이익과 용역발주자의 눈치만 살피는 이 같은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학자들을 앞세워 손바닥으로 햇빛 가리듯 책임을 미루려는 한수원 또한 비판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녹색연합은 지속적으로 원자력계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며, 학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까지 내던진 원자력계 학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문의 : 정책위원 석광훈 / 에너지담당 이버들 (02-747-8500)

<참고자료> 원자력계의 ‘환경스페셜’ 반박내용의 주요 문제점

1. 프랑스 사례

– 라망슈는 재처리 시설이 가동되고 있어서 재처리를 하지 않는 우리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였으나, 취재내용은 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인 라망슈 주변지역에 국한된 조사로서 라아그 재처리시설과는 무관함.
– 라망슈 처분장은 이미 폐쇄되었고 현재는 로브 처분장이 가동 중이므로 이를 취재해야 한다고 제기했으나 가동한지 10년이 채 안 되는 로브 처분장을 두고 안전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며, 처분장 가동시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알리는 것이 보다 객관적임.
– 로브 처분장 역시 가동수명(약 30년)후에는 폐쇄될 예정이므로 라망슈의 경험을 검토하는 것은 로브처분장의 미래에 대해서도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음.
– 현재 국내 핵폐기장 논란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문제이므로 취재를 저준위폐기물에 국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2. 미국의 사례

– 미국의 사례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최초로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으로 중요한 취재대상임.
– 유카마운틴 영구처분장은 단순히 환경단체들만이 반대하고 있지 않으며, 네바다주정부와 전임 미국 핵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인 빅터 길린스키 박사 등도 안전성의 측면에서 강한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임.

3. 대만의 사례

– 취재된 바에 따르면 현재 란위섬 지표나 농토 등이 인공방사성 핵종인 세슘137에 오염되어 있으며, 이는 대만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임.
– 물론 이러한 오염이 1986년 체르노빌사고나 과거 핵강대국들이 진행한 대기중 핵실험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한국 원전주변 토양에서 검출되는 세슘-137은 kg당 0.4~0.8베크렐(Bq) 이하의 미량이므로 란위섬의 경우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함.

4. 일본의 사례

– 일본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내 사용후핵연료 저장고의 냉각수 방출사건과 관련하여 “냉각수 방출량이 1초에 두 방울밖에 되지 않으므로 주변 환경에 지장 없다”고 주장하였음.
– 그러나 이는 해양오염문제 뿐만 아니라 사건처리과정에서 저장고의 냉각수(약 4천톤)를 모두 방출하는 등 로카쇼무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장기적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사안임.
– 즉 저장수조 냉각수중 4천톤 분량이 방출되었을 경우 고온상태의 사용후핵연료의 지속적인 냉각에 실패하여 핵연료 다발의 부분노심과 이로 인한 세슘-137 등 맹독성 방사성물질의 외부유출위험이 상존함.
–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한 취재는 국민의 알권리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음.

5. 영국의 사례

– 셀라필드 작업자들의 방사선피폭과 자녀들의 백혈병 발병문제는 소송당사자인 주민들과 법원의 판결 등을 제시했으므로 충분히 균형감있게 다루어졌음.
– COMARE 활동은 지난 1990년 영국 보건성(Department of Health)이 셀라필드 작업자들의 방사선피폭과 자녀들의 백혈병 발병간 상관성이 있다는 발표에 대한 반박일 뿐 주민들의 소송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없음. 즉 COMARE의 발표를 다루어야 한다면 그 이전에 제기된 영국보건성의 발표가 추가로 취재되어야 할 것임.
– 중준위폐기물을 포함한 핵폐기물에 대한 영국정부정책은 더 이상 통상산업부(DTI)나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만의 결정사항이 아니며, 영국 환경부(DEFRA)와 의회 통상산업위원회 등과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합의되고 있음.
– 영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원전사후책무(liabilities)의 문제는 “폐기장을 현세대에 지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원전사후책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책임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임.
– 이의 실천적인 의제는 기존까지 원전사업자 즉 BNFL이나 BE사가 부담해온 사후처리기금(Segregated Fund)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이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의 문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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