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는 숲, 이제 사람이 살려야 –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

2007.08.05 | 미분류

8월 4일 – 그린맵(Green Map) 대장정 2007 – 5일째

간밤에 쏟아진 번개를 동반한 폭우에 오늘 일정이 잘 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침에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도착한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입구에서 “살기 좋은 마을 선정”이란 현수막이 우리를 처음 맞이했다. 오는 길에 보았던 병풍과도 같은 해안림 사이로 약간씩 보이던 바닷가에서 정화작업을 시작하였다. 해안가는 그렇게 큰 쓰레기나 폐기물이 없었지만 작은 자갈들 사이사이에 끼어있던 쓰레기들을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다녀가는 피서객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화작업을 마치고 이민득 물건리 이장님의 해안림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해안림은 그 속의 다양한 생물과 해안사구를 보호하며 해일 등의 자연재해를 막는 방재림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바다에서 날아오는 염기를 줄여주어 농작물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 물건리 해안림은 관광객과 휴양객에게 아름다운 휴양 공간을 제공하여 피서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300년 전부터 바다에 그늘을 생성하여 물고기들이 찾아 들게 만드는 어부림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 어민들은 울창한 어부림이 바다에 영양소를 공급하여 물고기가 많이 서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004년 남아시아를 강타해 수십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 이후, 최근  해안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연안의 맹그로브 숲을 없애고 대규모 관광 리조트를 건설해 피해가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의 해안림도 마을과 사람을 살리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기후변화로 태풍과 해일이 늘어나게 되자 이런 연구가 점차 진척되고 있다고 한다. 물건방조어부림은 더구나 고기까지 불러온다니 정말 인간을 구하는 해안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어진 녹색연합 정인철 활동가의 물건리 해안림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들었다. 100여종의 수목으로 이루어진 물건리 해안림은 1959년에 천연기념물(제150호)로 지정되었다. 이것은 당시 도시 중심의 천연 기념물 지정 관례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2006년에는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선정한 ‘잘 가꾼 문화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인철 활동가느 작년에도 이곳을 방문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하여 형태상의 차이는 없지만 정책 시스템의 변화가 엿보인다고 했다. 그러한 변화는 부녀회 차원에서 쓰레기를 정화하고 바다 아래까지 정화활동 영역을 넓히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해안림만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최근에 주목을 끌고 있는 독일 마을과 물건리 마을, 그리고 해안림과 바다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관리하는 정책도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설명을 들으니 입구에서 우리가 보았던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현수막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물건리 주민처럼 전국 3,000여개의 해안림 주변 마을과 주민들에게도 이런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 살리는 숲과 바다
정화활동을 마친 뒤 우리는 해안림 안으로 들어갔다. 100여 종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고 했지만 나무들 이름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는 참가자들은 거의 없었다. 지자체가 방문객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예산을 들여 안내판을 설치하면 좋을 일이다. 그리고 많은 피서객들이 빼곡히 나무 그늘 하나씩을 차지해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이런 무분별한 취사행위 때문에 숲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출입을 제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해안림을 ‘해안보안림’이라고 하여 법적으로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모든 해안림을 관할관청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1990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안림 주민의 72%는 해안림 내의 개발은 신중해야 하며 관광개발은 절대 거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역시 해안림에 대하여 이와 같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해안림을 둘러본 후 우리는 설레는 스노클링 강의를 시작했다. 수영을 못 해도 물에 뜰 수 있다는 것, 물 속 세상이 훤히 보인다는 게 스노클링을 처음 접하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큰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철저한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장비를 갖추고 바다 속에 들어갔다.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 속은 통발과 각종 그물이 많이 보였다. 이렇게 버려진 통발과 그물은 스킨 스쿠버들의 안전에도 위협을 가할 뿐만 아니라 통발 안에 갇힌 물고기들이 죽어 새로운 미끼가 되고 또 다른 물고기들을 불러들이는 유령어업을 만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획량이 감소되고 바다는 썩어 들어간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민들이 오염의 주범이라는 현실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숲이든 바다든 이만큼 병들게 한 것도 인간이지만 다양하고 풍부한 생태계를 살리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고기를 불러오는 해안림은 보호하고 바다에는 마구 폐기물을 버린다면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 하루였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마음 한쪽에서는 스노클링을 하면서 보았던 해양폐기물에 대한 생각이 좀처럼 떠나지 않는 하루였다. 그린맵 대장정에 오른 지는 절반 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어느새 환경 문제에 대한 반성과 책임감, 그리고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 글 : 조준영, 강용원 /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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