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 그린맵(Green Map) 대장정 2007 – 7일째
새만금 갯벌을 돌려주세요
8월 6일, 부안에서 이틀 째 새만금 관련 활동이 시작되었다. 2003년 삼보일배 영상을 보고 새만금 사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분명 이것은 환경파괴와 어민들의 삶의 붕괴뿐 아니라, 경제적 손해가 있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도 왜 하늘이 준 선물인 ‘갯벌’을 파괴하는 것일까. 참가자들끼리 질문과 답변을 하며 환경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백용해 그린맵 대장정 대장님께서(녹색습지교육원 원장) 우리의 질문에 솔직하게 환경운동의 한계점과 어려움 등을 토로하셔서 큰 감동을 받았다. 시민들의 환경의식 변화야말로 환경보전의 첫걸음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참가자들이 환경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린맵 대장정의 의미를 깊이 느끼게 되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빡빡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대원들 모두 열정적으로 새만금이 처한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탐구하는 모습은 정말 열정적이었다.
우리는 환경의 주인이 아닌 자연에 속한 수많은 종의 하나일 뿐
불등 마을에서 해창갯벌까지 갯벌을 걸으면서 인간이 환경에 행하는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5시간 동안 갯벌을 걸으며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을 보았다.
분명 아직도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지만, 동시에 방조제 공사 완성 으로 생기는 환경의 변화로 다량의 생물들이 죽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비온 뒤 밟은 땅이라 많이 질퍽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바닷물이 2~3m가량 차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황폐한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갯벌에 세워진 장승의 절반가량이 잠길 정도였다고 하는데…. 갯벌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죽은 굴, 조개껍데기로 인해 부상자가 생길만큼 변해버린 갯벌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탐욕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다른 참가자들도 ‘죽어가는 갯벌을 보면서 갯벌에 대해 무지 하고 무관심하였던 자기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거나 ’자연은 정복하려는 인간의 무지함이 결국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자연을 파괴하고 지배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자연은 끊임없이 신음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도 그 중 하나이다. 눈에 보이는 경제효과를 누리기 위한 새만금 개발은 해야만 하는 것인가? 자연정화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종 다양성을 자랑하는 새만금 갯벌. 식량자원과 같은 풍부한 천연자원이 풍부한 갯벌을 없애는 일을 우리 인간이 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부안군 계화면에 살았던 (故)류기화씨는 계화도 동네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 새만금 지역 갯벌에서 그레로 백합을 캤고 새만금 간척 사업 반대운동에도 열심이었다.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다도 죽고 사람도 죽는다.” 그녀가 늘 하던 말이었다. 인간들이 마음대로 바다를 바꾼다면 그 재앙이 우리에게도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난 해 7월 바닷물이 예전처럼 들지 않자 백합을 찾아 더 깊은 물까지 나갔다. 그러나 방조제 공사 이후 어민들이 수 십년동안 익혀온 물길은 이미 바뀌어 있었고 그녀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의 말 대로 바다도 죽고 사람도 죽었다.
나 스스로에게, 우리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과연 우리에게 갯벌과 바다를 파괴할 권한이 있나?’ 인간이 세상 모든 종 가운데 으뜸이라고는 하지만 한낱 수많은 생물종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구라는 생물계를 만들어낸 신도, 대리인도 아닌 우리에게 자연을 파괴하고 변형할 권한은 없다. 발전된 기술력만 믿고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을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 [그레] 소개
지난 2004년 12월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은 죽음의 방조제를 터서 갯벌을 살리자는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과 함께 갯벌배움터 ‘그레’를 열고 누구나 와서 “갯벌 생명이 죽어갈 때 우리 인간도 살아갈 수 없다.” 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민 교육공간이자 마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