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고속, 환경은 저속 – 경부고속철 환경피해 현장 보고

2004.03.23 | 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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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 11-4공구 터널굴착공사로 인한 주민피해

4월 1일 개통을 앞둔 경부 고속철의 시공 현장에서 심각한 환경피해가 확인되었다. 대구-부산 구간의 터널 발파 공사로 인해 마을 하나가 심각한 주택 균열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현장은 경북 경주시 건천읍 방내리 일대다.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의 11-4공구 터널(송선터널)굴착공사에서 발생한 발파로 인한 진동 피해다. 방내터널 시점과 송선터널 종점의 사이에 위치한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 방내리(총 236세대)이고, 특히 공사현장과 가까운 방내리의 상부마을에서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경부고속철도의 서울-대구 구간은 새롭게 건설한 고속철선로로 다니고 대구-부산 구간은 기본의 경부선을 이용한다. 현재 대구-부산 구간의 고속철 전용선은 건설 중이며 이번 경주 구간은 그 일부다.

경부고속철도 11-4공구 송선터널 종점의 터널굴착을 위한 발파공사는 2003년 10월에 시작되었다. 발파가 시작된 작년 10월 15일 이후, 건천읍 방내리 상부마을 주민들의 40여채 가옥에서 건물균열이 발생하였다. 균열은 내벽과 외벽에 모두 나타나며, 특히 천장 쪽의 벽면에는 사방에 금이 간 상태이다. 또한 문이나 창문틀 주변의 벽면에도 예외 없이 균열이 가 있다. 벽지로 도배한 내벽에 금이 가서 벽지가 울어 있기도 하며, 화장실 및 다용도실의 타일에서도 균열이 확인되었다. 피해가 심각한 집에는 50여개 이상의 균열이 있다. 현재는 터널이 600m이상 굴착되어 진동이 약해진 상태이다. 그러나 터널이 1km 굴착된 후에는 다시 지하를 2m 정도 파면서 노상발파를 하며 나올 예정이어서 진동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 주요한 피해

– 발파로 인한 진동과 소음. 하루 2회(아침·저녁)
– 가옥 내벽 및 외벽에 균열. 한 가옥당 50여개 정도. 새로운 균열 다수. 자연균열 부분은 더욱 깊게 금이 파이는 현상.
– 발파하고 나온 골재(블럭)를 운송하는 덤프 트럭으로 인한 소음
– 발파하고 나온 골재(블럭)의 마을 내 야적으로 인한 문제. 저수지의 오염우려
– 소음 스트레스로 인한 가축 피해
– 공사차량으로 인한 마을 내 도로 균열
– 분진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김종대씨 댁
공사현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가옥의 내벽 및 외벽 사방에 균열 50여개 발견되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도 새고 있다. 발파시의 진동으로 인해 6개월된 아기가 놀래서 울기도 했다.

2) 정정식씨 댁
안방천장이 내려앉아 나무기둥을 받혀놓은 상태다. 나무기둥을 받혀놓은 후에도 계속 천장이 내려앉아 바닥장판이 눌리고 있다. 지붕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기와를 걷어내고 함석지붕으로 교체했다. 붕괴의 위험이 있어 기거하는 것이 위험할 정도다. 외벽의 균열 폭이 2.2cm인 곳도 있다.

3) 정종대씨 댁
집이 공사현장(송선터널 종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 집을 짓기 전에 경부고속철도가 마을을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특별히 튼튼하게 골조를 넣어 지었다고 한다. 집 지어 입주한지 3년 되었다(2001. 1. 3. 입주). 가옥의 내벽 및 외벽 사방에 균열 50여개 발견. 문이나 창문틀 위에는 100% 균열이 갔다.

4) 이외에도 시공회사와 방내리 주민등이 함께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가옥이   30가구 가량 된다.

■ 진단과 대책

오는 4월 1일 경부고속철도의 개통식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은 서울-부산을 2시간 반 만에 내달리는 황홀한 속도 뿐만 아니라 전국의 일일생활권화, 물류의 혁명, 삶의 질 윤택, 국토의 균형발전 그리고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심이 되는 것 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한편에는 경부고속철도의 부실한 공사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고속철도는 시속 300km 가까운 속도를 보장하기 위해 터널 아니면 교각을 통해 직선화를 구현했다. 골짜기와 구릉이 많은 산지 중심의 한국적 지형을 통과하면서 공사를 하다보니 산림훼손을 비롯하여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대구 구간의 공사과정에서도 발파와 직타공사의 진동으로 인한 피해는 곳곳에서 확인되었으나 정부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충남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를 비롯하여 충북 옥천군 옥천읍 가화리, 상촌면 임산리, 김천시 남면 옥산리 등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경주 건천 구간의 환경피해는 당초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문제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환경영향평가 항목 중에는 소음 진동 부문이 명확히 있고 거기에는 터널 공사시 발파 등으로 인한 주변 주택이나 구조물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전적으로 환경영향평가가 졸속과 부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주 건천 구간을 비롯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구-경주 구간 전체의 터널 발파공사 일체를 중지하고 근본적인 소음-진동에 관한 환경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고속철 전용선으로 건설중인 대구-부산 구간의 나머지 공사의 터널 공사 자체에 대한 공법과 환경저감방안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대책을 수립하기 이전에는 나머지 공사 일체를 중지해야 한다.

녹색연합의 주장

경부 고속철 11-4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경주 건천 방내리 피해지역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라
대구-부산 구간의 진동 공사에 대한 정밀 환경재평가를 실시하라
정부는 고속철의 환경대책을 근본에서 재검토하라

2004년 3월 23일

※ 문의: 자연생태국(02-744-9025), 서재철국장(019-478-3607), 이신애간사(011-9735-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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