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줘야 할 친구, 점박이 물범이야기

2007.08.09 | 미분류

8월 8일 – 그린맵(Green Map) 대장정 – 9일째

8월 8일, 대장정 9일 째. 백령도로 떠나기로 했던 날. 매번 하늘은 우리를 돕더니, 이번만은 아니었다. 백령도로 향하는 부푼 꿈을 깨운 것은 달갑지 않은 빗소리였다.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새벽부터 도시락을 먹고 버스에 올라탔으나 헛수고였다. 장비를 갖추고 버스에 오르자마자 백령도로 가는 모든 배편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천연비행장으로 사용했다는 사곶해안(천연기념물 391호)은 물론, 콩알 같은 조약돌로 가득 차 있다는 콩돌해안(천연기념물 392호),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갈람암 포획 현무암 분포지인 진촌리해안(천연기념물 393호),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점박이 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의 집단 서식지. 이 보물섬으로의 탐사는 아쉽게도 꿈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어졌다. 대원들의 마음은 허탈했지만 하늘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실내에서 진행된 귀중한 강의는 속상한 마음들을 충분히 진정시킬 수 있었다.



백령도로 함께 떠나기로 했던 안용석 선생님께서 찾아오셔서 좋은 말씀들을 들려주셨다. 안용석 선생님께서는 현재 ‘고래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고래 연구소’는 국립수산과학원 산하로 울산에 위치한 고래류 전문 연구 기관이며 고래류에 분포범위, 개체수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령도에 물범 보호 센터 추진과 물범의 개체수와 서식 현황, 체계적 보호 대책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점박이 물범이 고래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로서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 먹이사슬의 교란이 와서 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준비해 오신 물범 동영상을 함께 보여주시기도 했는데, 그 생김새가 너무 귀여워 참가자들을 들뜨게 하기도 했다. 점박이 물범은 무게가 80~120kg에 달하는 야생 동물로 크기는 1.6~1.7m 가량 되며 수며이 약 35년 정도이다. 특히 백령도 주변에서 발견되는 물범은 은회색 바탕에 타원형 점무늬를 가진 점박이 물범으로 서해가 연중 따뜻하기 때문에 여름에 가까워지면 새끼를 낳기 위해서 이곳을 찾으며, 다른 곳으로 크게 이동하지 않고 중국과 백령도 인근에서 내내 머무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점박이 물범은 어업활동, 관광산업, 포식 등에 의해 위협받고 다. 특히 백령도 주민들은 300여 개체에 달하는 물범이 5000여 마리는 되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어업에 따르는 피해를 호소한다고 하셨다. 이는 영리한 물범이 그물 안에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범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는 일이며 주민들의 오해를 풀어나가면서 심도 깊은 연구와 함께 백령도를 생태관광 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이 강구되어야 한다.

1시간 남짓한 짧은 강의였지만, 소중한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우리의 남은 여정은 점점 줄어들지만, 마음은 반대로 풍요로워진다. 비록 슬라이드와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였지만 60명 참가자들 가슴에는 아끼고 사랑해야 할 또 하나의 친구가 생겼다. 이렇게 이틀을 남겨둔 그린맵 아홉 번째의 밤이 깊어간다.
  

● 글 : 안소정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

점박이 물범의 꿈 – 안용락 박사 (고래연구소) 인터뷰

Q. 네덜란드에 있는 물범 보호 센터를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A. 30여 년 전, 네덜란드 북부 Peterburn 지방에 한 아주머니께서 어린 물범을 데려다 키우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지속적으로 길 잃은 새끼들이나 상처 입은 물범 등 도움이 필요한 물범들을 보살폈습니다. 이 일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주민들의 도움과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점차 규모가 확장되었고 10여 년 전부터는 세계각지에서 물범의 정보를 얻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질 정도로 유명해졌고 교육사업도 점차 확장중입니다.

Q. 그곳의 시설은 어떻게 구성되어 물범들을 보호하고 있었나요?

A. 5평 정도 풀 7개에 풀 당 2~3마리씩 보호하고 있으며, 찜질방 같은 포육실에는 젖먹이방과 관람방, 스태프만 출입가능한 방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 구역들에는 물범들의 약한 면역성을 고려하여 소독된 장화와 장갑을 착용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 곳의 역사와 활동을 정리한 영상관과 물범의 죽음에 관한 교육코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의 지원은 일체 없기 때문에 시설 입구에서 기념품등을 판매한 수익금을 기반으로 시설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 해 시설을 운영하는 자금은 약 20억 정도입니다. 이 시설의 해택을 보는 물범들은 한해 300마리에 이릅니다.

Q. 네덜란드 Peterburn 지방의 물범과 우리나라의 물범의 생태적 차이가 있나요?

A. 우선 우리나라 물범은 개체수가 매우 작아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따릅니다. 또한 네덜란드의 Peterburn 지방의 물범의 경우 번식기를 제외하고 인근지역에서 꾸준히 살아가지만 백령도의 물범은 여름에만 우리나라에서 머물고 중국의 랴오뚱 지방까지 이동하며 넓은 활동 영역을 보입니다. 하지만 생태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며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갑니다.

Q. 네덜란드 동물보호센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물범의 주 서식지인 백령도에 비슷한 센터를 건립할 계획은 있는지, 그리고 운영되었을 때 어떠한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A. 우리나라 최북단 백령도의 점박이 물범은 한반도 분단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 남북 경계선에 백령도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접근이 많지 않고 생태도 잘 유지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2010~2011년 쯤 현재의 연구 실적 결과에 따라 건물 2~3층 규모의 연구동과 사육동이 30억원의 투자비용으로 건설될 전망입니다. 이를 이용하여 더 심층적인 연구를 하고, 개체를 늘려 생태관광을 활성화 시켜 어업피해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도 억누를 수 있을 것입니다.

Q. 점박이 물범의 활동범위가 넓은데 인접국가와 연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A. 중국에서는 불법 포획으로 인한 상당량의 물범들이 식용으로 죽어가고 있고 새끼들은 동물원에 팔려가는 등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중국의 해양수산연구원, 그리고 일본의 총학연구센터(해양수산)가 공동 추진하여 각 국의 3개 기관이 해안환경, 양식업, 물범과 같은 생물들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습니다.

Q. 점박이 물범이 천연기념물이라고 들었는데 물범이 자주 출현하는 물범바위 같은 곳에서도 인간들은 관광을 위해 올라서고 물범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제재하거나 법적으로 단속은 안하는지 궁금합니다.

A. 가장 큰 문제점은 낚시에 있습니다. 많은 낚시꾼들이 과도하게 미끼를 뿌려서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어민들은 기상 등의 영향으로 한달 조업일수가 열흘정도 밖에 안 되는데 쉬는 날에는 낚시꾼들을 섬에 데려다주고 삯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더 심한 상황입니다. 작년에 만들어지고 올해 4월부터 시행된 환경부의 ‘야생동물 보호법’은 앞으로 물범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곧 만들어 지게 될 센터 또한 이 법에 의해 운영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겠죠.

Q. 점박이 물범보호에 있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A.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물범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여러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에서도 물범과 큰 바다 사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물범보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린맵 대원들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물범이 서식하는지조차 몰랐다. 오는 배편이 결항되는 바람에 동영상과 사진만으로 물범을 만날 수밖에 없었지만 안용석 선생님의 물범이야기를 통해 우리 대원들은 백령도에 못 오른 것이 아쉽지 않을 만큼 물범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물범뿐만 아니라 보호해주어야 할 많은 생물들이 있다. 앞으로 보다 많은 관심으로 보호 생물이란 이름이 사라지는 날이 왔으면 한다.

● 글 : 김정규 /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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