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봉도를 만난 기쁨 그리고 마지막의 아쉬움

2007.08.13 | 미분류

8월 9일 – 그린맵(Green Map) 대장정 – 10일째

그린맵 대장정을 시작한 지 9일이 지나서 그런 것일까? 새벽 다섯 시임에도 불구하고 ‘기상’이란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체조를 힘차게 하고 정해진 시각에 배를 타기 위해서 부지런히 채비를 하였다. 그리고 7시 반, 예정대로 미리 인천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하얀 승봉도행 객선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 곳으로 향하던 도중 백령도행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비만 안 내렸더라면 지금쯤 백령도에서 물범과 천연의 자연 환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올해 그린맵 대장정 중에 백령도에서 이틀을 머무는 것은 나를 매우 설레게 했었다. 때마침 폭우와 만나서 그렇게 아쉽게 포기를 해야 했던 것이다. 배에 오르자마자 시원하게 갈라지는 바닷물결과 우리를 따라오며 힘차게 날개 짓하는 갈매기들을 보며, ‘아- 바다는 드넓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내 시야에 회색빛 살갗을 드러낸 인천대교와 그 뒤로 갯벌을 메워 생겨난 송도 국제 신도시가 보였다. 생명의 터전을 빼앗아 그 위에 생겨난 다리와 도시, 과연 이것들이 득일지 실일지 의문과 함께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목적지로 출발!

작지만 아름다운 섬 승봉도

이곳에는 이일레 해수욕장, 모래와 자갈, 조개 껍데기가 섞인 아름다운 해안으로 부수지, 촛대바위, 남대문바위, 부채바위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바로 옆에 있는 사승봉도는 무인도로 최근 그 천혜의 자연환경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곳이다. 승봉도에서 우리가 할 일정도 빽빽하게 채워졌다. 어제 회의를 통해 준비했던 해변에서의 캠페인을 비롯해 자연생태계보존지역인 풀등 방문, 해변에서의 체육대회, 그리고 마지막 밤을 밝힐 촛불 의식 등이 연이어 숨쉴 틈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즐거운 마음은 이미 많이 친해져버린 그린맵 대원들과 함께 있어서였을까?

우리들만의 캠페인

우리들에게 주어진 가장 첫 번째 일정은 캠페인 진행이었다. 사실 이번 캠페인은 3회에 걸쳐 계획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진행되었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다. 우리를 위해 매 캠페인마다 강의를 해주신 김성하 선생님의 도움으로 우리는 캠페인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무리 없이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그리고 준비하는 사람들조차 즐길 수 있는 그런 캠페인이었다. 2모둠씩 짝을 지어 3개의 캠페인을 각기 진행하기로 했다.

1, 4 모둠은 자연팀, 인간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줄다리기, 기마전 등 다양한 게임으로 경쟁을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서로의 힘을 과시하며 경쟁을 하였지만 결국에는 비기는 걸로 끝이 나 자연과 인간이 화합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내가 속한 2, 5 모둠은 물범과 인간의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꽁트식의 연극을 진행하였다. 물범이 인간에게 고백하러 다가가지만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만행에 갖은 고난을 겪게 된다. 결국 그 마음이 인간에게 전달되는 해피 엔딩으로 인간과 멸종위기에 처한 물범과 같은 야생동물이 공존하여 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을 제시하는 재미있는 캠페인이었다. 3, 6 모둠은 색다른 문구를 팀원과 자연환경을 이용해 표현했다. 그 중의 하나인 ‘I Love Sea’는 깨끗하게 보존된 아름다운 바다를 원하고 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우리가 그간 배운 지식과 캠페인을 동원한 ‘놀이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자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 스스로도 내가 이만큼 환경을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풀등 방문은 내일 아침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그새 높아진 거센 파도는 이렇게 우리의 발목을 잡아 놓았다. 인간이 이런 자연에 감히 맞서 싸울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화합의 마당 그리고 헤어짐

이제 하룻밤만 자면 해단식이다. 점심을 먹고 나자 다들 그런 생각이 새삼 들었는지 뭔가 씁쓸하고 아쉬워하는 마음들이 대원들의 표정에 드러났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우리들에게는 일정들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의 한 개는 체육대회로 대원들끼리 친목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다들 내심 기대하고 있던 프로그램이다. 남성과 여성 대원이 모두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게임들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더욱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짝축구는 게임 내내 이성 대원과 손을 놓지 않고 게임을 하는 터라 신선하기도 했거니와 더욱 더 친해질 수 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그린맵 골든벨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이 있었다. 10일간 우리가 배워왔던 많은 지식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이번 프로그램이 증명해 주는 것이다. 우리 조는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탈락하였고 우승한 5조는 소정의 상품도 받게 되었다. 많은 어려운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걸 맞추어내는 대원들을 보면서 그들의 남다른 환경에 대한 애정에 감탄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이루어낸 일들과 우리들의 그간 행동들을 사진 슬라이드로 감상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대원들 모두가 둥그렇게 모인 뒤에 그간 미처 알지 못했던 다른 친구들과 조금 더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의 우정을 더욱 더 돈독히 할 수 있었다.

아, 이제 하루만 지나면 우리는 모두 집으로 가는 건가? 이렇게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함께 한 대원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내게 또 있을까?

● 글 : 성주엽, 이지연 /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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