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없는 함성의 현장 ‘강릉 즈므마을’을 다녀와서

2007.08.13 | 미분류

황금어장 기수호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경포호에는 달이 다섯 개 뜬다는 풍류가 있다. 하늘에 뜬 달이 하나요, 호수에 하나, 그리고 술잔과 바다, 연인의 눈에도 똑같은 달이 하나 뜬다는 것이다. 또한 경포호는 수심이 얕아 예로부터 익사사고가 없고 그곳에서 나는 어패류로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사람에게 유익함을 준다하여 군자호라고도 불렸다. 경포호는 경관이나 해안이나 계류에 들어서는 정자를 열 두채나 거느릴 정도로 경치가 뛰어나다. 그러나, 안현동, 조동, 초당동에 걸쳐있는 자연석호로, 강문교를 사이에 두고 담수와 해수가 교차되고 있는 경포호는 예전에 둘레인 12km에서 1/3로 줄어든 4km에 불과하며 지금은 각종 폐수로 인해 거울처럼 맑지도 않고, 철새도 드물어져 예전과 같은 풍류와 낭만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석호의 가치를 알기 전에 너무나 많이 훼손되어 있는 경포호는 정부정책으로 인해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전의 모습과 기능을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송암천을 지키는 사람들

경포호로 유임되는 하천들 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1급 하천인 송암천.
이곳은 강릉시 대전동에 위치한 즈므마을에서부터 흘러 내려온다. 마을 주민들은 예로부터 하천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여 왔고, 태풍‘루사’가 마을을 뒤덮었을 때에도 주민들은 하천을 되살리기 위해, 옹벽이 아닌 자연석으로 하나하나 다시 쌓아올렸다. 발원지에서부터 경포호까지의 길이가 6km정도인 송암천은 지표종인 가재가 서식할 정도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그런 이곳에 건축물처리폐기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주민들과의 소통과정도 전혀 없이 이루어진 사업이다. 주민의 매수를 위하여, 돈까지 들여가며 7년 동안 준비한 건축물폐기처리장 때문에 조용하던 이 마을은 한순간에 투쟁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지역시민단체나 주변마을이 결합하여 싸우는 것이 아닌, 오직 즈므마을 주민 70여명만이 하천을 지키기 위해 하루 12시간 가까운 시간을 땡볕아래에서 메아리 없는 소리를 지르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킨 노력이 ‘죄’

아침 일찍, 일어나신 어르신들이 부랴부랴 모자하나와 장화를 신고 마을 입구로 모이신다. 농촌의 일상적인 아침과 같지만, 이분들은 논이나 밭이 아닌 동네 산중턱으로 오르신다. 건축폐기물처리장의 작업을 막기 위해, 포크레인위에 올라 소리를 질러대고 한쪽에서는 업체직원들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었다. 벌써 두 달 동안 반복되어가는 일상이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6~70이 넘으신 나이에 왜 이들이 투쟁현장에서 전사가 되어야 하는지, 많은 것을 걸러 생각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이들의 눈에는 젊음이 가득하다. 강릉시에만 3개가 있는 건축폐기물처리장은 가동률이 저조해서 존폐위기에 놓여있지만, 청정마을인 이곳에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주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현장을 보고 나오던 나에게, 깨끗한 자연을 가진 것이 죄다! 깨끗한 맘을 가진 것이 죄다! 외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깨끗한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이 더욱 피해를 받아야 하는 세상, 그분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메아리를 띄어 주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듯 하다.

글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정인철 활동가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