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소 열화우라늄탄 비밀개발에 대한 녹색연합, 조승수의원(민주노동당) 기자회견

2004.10.21 | 미분류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 개발 경과와 문제점

원자력연구소는 지난 1980년대 중반 방사선 차폐제용으로 수입한 열화우라늄을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을 개발했다. 녹색연합과 조승수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2일 중국의 <과학과 국가안보연구소(PSNSS)>가 난징에서 개최한 비공개 국제안보회의 내부 자료를 입수하여 확인하였으며,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 개발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 개발 경과

지난 1982년 국방과학연구소의 용역을 받은 원자력연구소는 1983~87년까지 비밀리에 수백kg 이상의 열화우라늄탄 탄두용 금속우라늄을 개발하였다.
당시 원자력연구소는 미국에서 방사선 차폐제 용도로 신고하여 수입하던 열화우라늄(육불화우라늄, UF6)을 수출국인 미국은 물론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채 대전차포용 금속우라늄(U metal)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이후 원자력연구소는 지난 1987년 미국의 정보기관에게 발각되기 전까지 매년 수백kg의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을 개발하였다.
이 때 미국측에 발각된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은 모두 파기되었으며 대부분은 대전 원자력연구소 저장소에 저장되었다. 매년 회원국의 핵물질 재고량변동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는 IAEA 역시 1987년 한국의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 개발사실을 인지하였다.

□ 주요 문제점

ꋫ IAEA 안전지침과 한미원자력협정의 위반

원자력연구소가 원전의 방사선 차폐제 명목으로 수입하는 열화우라늄을 신고없이 대전차포용으로 전환한 것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핵물질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규정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을 위반한 사항이다. 더욱이 우라늄 수입시 우라늄의 양, 조성, 용도 변화에 대해 신고하게 되어있는 IAEA의 안전지침(Safeguards)을 위반했다는 측면에서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 개발사업은 명백한 국제협약 위반에 해당된다.

ꋫ 과학기술부의 은폐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개발이 17년전 일어났으며, 핵확산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최근 우라늄농축 및 플루토늄 추출건으로 두 차례나 공개기회가 있던 과학기술부가 이 사실을 은폐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제기된다. 과학기술부의 이 같이 명분없는 비밀주의로 국민의 알권리가 무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결국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지고 핵확산 관련 의혹이 필요이상으로 증대되었다.

ꋫ 한국정부의 대미외교 종속 심화

미국이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개발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미국의 사정에 따라 정략적인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달 미국 고위관리에 의한 원자력연구소의 플루토늄실험 폭로사례처럼, 한국정부가 은폐하려 할수록 외교안보정책상 대미 종속이 심화되고 뒤늦게 폭로되었을 때 신뢰도는 더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다.

ꋫ IAEA와 미국의 은폐 및 이중 잣대

IAEA와 미국이 한국의 IAEA 안전지침 위반하고 우라늄의 용도전환 사실을 인지하고도 국제사회에 이 사안을 문제제기하지 않고 같이 은폐했다는 점 역시 문제제기 된다. 북한과 이란 등 국가들에 대해 취하는 엄격한 감시활동과 비교할 때 이 같은 이중적 태도는 스스로 국제핵비확산체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6자회담 등에서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 열화우라늄탄이란?

열화우라늄탄은 99.7%가 우라늄 238, 0.3%가 우라늄 235로 구성되어 있으며, 천연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방사성폐기물이다. 비중이 높아 대전차포용으로 사용되는 열화우라늄탄은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이 핵분열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1991년 이라크전과 나토군이 1990년대 중반 유고 내전 등에서 대량으로 사용한 뒤 주변지역의 우라늄238 오염과 기형아 출산율 급증 등 국제사회에서 비인도적인 무기로 비난을 받아왔다.


정부의 열화우라늄탄 개발 은폐에 대한 녹색연합, 조승수의원 공동기자회견문

우리는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 비밀개발에 대한 폭로가 국제사회에 불러올 파장과 국익에 미칠 영향으로 인해 공개를 앞두고 많은 토론과 고민을 거듭하였다. 만약 열화우라늄탄 개발사실을 덮어두고 넘어가면 당장 문제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정부에 의한 한국의 플루토늄실험 폭로사례처럼, 이번 사안도 미국의 사정에 따라 정략적인 카드로 활용되어 외교안보의 대미종속 심화는 물론 한국의 국제신뢰도에 더 큰 손상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공개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유지해온 명분없는 비밀주의 핵통제 행정에 종지부를 찍기를 희망하며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밝힌다.

1. 정부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직시하라

정부는 그동안 우라늄농축 및 플루토늄추출 폭로사태이후 취해온 “우리만 억울하게 당한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핵물질의 양과 종류를 떠나서 비확산체제의 원칙을 준수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정정당당하게 행동했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해야 할 것이다. 국제비확산체제에서 소아병적인 “꼼수”는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웃 일본에게 핵무장 정당화에 대한 정치적 명분만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2. 정부는 열화우라늄탄 개발사실을 공개하고 은폐책임자를 처벌하라

정부는 국제사회가 아직도 “한국정부가 플루토늄추출이나 우라늄농축을 주도하지 않았다면 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비록 열화우라늄탄개발이 20년전에 일어났고 핵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지난 9월 플루토늄실험 폭로과정처럼 명분없는 비밀주의로 한국의 국제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특히 최근 두 차례나 사실을 공개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플루토늄 추출은폐에 이어 열화우라늄탄 개발까지 은폐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열화우라늄탄 개발에 대한 모든 사항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공개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벌하여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3. 정부는 핵통제체제를 과학기술부로부터 분리하라

정부는 지난 우라늄,플루토늄 분리사실 폭로를 계기로 원자력연구소 산하에 있던 원자력통제센터를 과학기술부 산하로 격상시킨다는 개선안을 내놓은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형식적 조치로 땅에 떨어진 한국의 신뢰도를 개선할 수는 없다. 한국정부가 그동안 이번 사태의 원인을 “몇몇 과학자의 순수한 학문적 활동”으로 돌리는데 반해 국제사회는 한국정부의 핵통제의지 자체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이미 원자력연구소가 과기부 산하 출연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핵통제센터를 원자력연구소에서 과기부 산하로 옮긴다는 것은 “밑에 있는 벽돌을 빼서 위로 올려놓는”식의 눈속임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부는 플루토늄 및 우라늄농축은 물론 열화우라늄탄 개발에 관한 정보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전까지 국가안보회의(NSC), 외교부, 통일부 등 관계부처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에 대해 자성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대안으로 핵통제센터를 미국과 같이 원자력연구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로부터 완전히 분리하여 대통령 직속기구로 편재시킬 것을 요구한다.

4. 우리는 열화우라늄탄 개발 은폐의 공범자 미국과 IAEA를 규탄한다

우리는 한국이 IAEA 안전지침을 위반하고 열화우라늄탄을 개발한 사실을 지난 1987년 당시 인지하고도 국제사회에서 이를 지적하지 않은 채 은폐한 미국과 IAEA를 비판한다.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해서 엄격한 IAEA 안전지침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IAEA 회원국인 한국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눈감아준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이다. 국제비확산체제를 유지하고 북한과 이란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평하게 규율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IAEA는 또한 일본, 대만 등에 대해서도 안전조치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모두 공개하여 엄격한 감시원칙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2004년 10월 21일

녹색연합.국회의원 조승수

문의 : 녹색연합 이버들 간사(02-747-8500) / 조승수 의원실(02-784-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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