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에 참가하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과 무지를 경고한다.

2004.12.08 | 미분류

녹색연합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앞두고 열리는 제1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는 곽결호 환경부장관을 비롯한 한국정부 대표단의 안일하고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곽 장관은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특정 년도를 기준으로 배출총량을 감축하는 교토의정서 방식에는 참여할 수 없다. 개도국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자발적이고 비구속적인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말은 어디서 들어봄직하다. 바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5%(2002년 기준)을 내보내면서, 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워 교토의정서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계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 대해 세계의 지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이 같은 외교전략이 얼마나 무모하고 타국으로부터 공격받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한국은 지난 2002년에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바 있으며, 이는 교토매커니즘 체제를 인정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다.

따라서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도 없이 어기겠다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며,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에 달하는 한국의 이 같은 입장을 다른 국가가 납득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인 EU와 일본이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에너지소비증가율이 높은 우리 나라를 비롯한 개도국에 의무부담 동참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은 공공연하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를 위시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의무부담기간을 3차 공약기간(2018~2012년)으로 최대한 미룬다는 것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 틀을 짜자는 것 이외의 대안을 세우고 있는지 미지수다. 앞서 언급했듯, 두 가지 방안 모두 현실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앞장서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미국과 개도국을 의무부담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은 단기간에 맺어진 협약이 아니다.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부터 논의해오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전 지구적 노력의 프로세스를 짜면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대비(83백만TC) 2000년(134.9백만TC)의 경우 두 배 가량 증가했으며, 이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에너지시스템 전환을 위한 노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구성(2001년)한 바 있으나 지난 1년 동안 회의도 한 번 하지 않은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시켰으며, 환경부의 주요 업무에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산업자원부 또한 에너지소비를 증대시키는 부하관리 위주의 에너지정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 기관 어디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EU에 소속되어 있는 국가들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왔다. 영국의 경우, 부총리격인 환경부 산하에 ‘에너지/환경 및 폐기물부(Energy, Environment and Waste Directorate)’가 소속되어 있다. 그만큼 에너지문제가 가져오는 환경 문제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독일 또한 기후보호를 위한 국가에너지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의욕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미 3년 동안 2000년 대비 18.6%나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2020년까지 40%를 줄인다는 장대한 계획 하에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 나라의 산업구조가 에너지다소비 업종에 의존, 에너지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의 에너지탄성치는 1.1로 오히려 에너지소비가 경제성장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게다가 근래에 들어오면서 에너지탄성치가 낮아지고 있어, 에너지소비의 한계곡선이 정점에 달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처럼 에너지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20년간 에너지탄성치가 0.66에 그친 것을 볼 때, 단순히 산업구조만을 문제삼아 에너지다소비 구조를 옹호하는 것은 모순이다.

오히려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쓰지 못하고 에너지과소비 체제를 불러온 시스템의 문제이며, 특정 에너지원만을 육성․보급하면서 에너지안보를 간과한 정부의 에너지정책 문제다. 이는 1970년에 47.5%였던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1996년 이후 97%를 넘어선 현재의 상황이, 단순 경기부양만을 위해 에너지과소비를 부추겨온 정부정책의 문제로 인한 결과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녹색연합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한다.
-. 에너지공급 중심에서 엄격한 수요관리, 효율향상 위주 정책으로 전환하라.
-. 에너지안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라.

이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며, 대책 없이 안일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녹색연합은 정부의 책임 있는 에너지정책 변화를 요구하며, 이와 함께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을 배출하는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문의 : 녹색연합 에너지 담당 이버들 (02-747-8500, 011-9402-4528)

* 우리 나라는 지난 1993년(12월 24일)에 기후변화 협약에 가입, 지난 2002년(11월 08일)에는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바 있다.

* 에너지탄성치 : 에너지 소비증가율을 GDP성장률로 나눠서 구한 수치로, 에너지소비와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2003년도 우리나라 에너지탄성치는 1.07로 지나친 에너지과소비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으며, 근래에 들어서는 에너지탄성치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1.35(90~95년)이었던 탄성치가 1.07(95~2000년)가 줄어들어, 에너지소비가 정점에 돌입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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