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고 영향, 국내 갑상선암 증가

2005.04.27 | 미분류

최근 국내 갑상선암 발병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사고이후 한반도까지 이동해온 방사성 낙진(요오드-131)이 그 주요인이라는 주장이 환경단체로부터 제기되었다.

세계 최고수준의 갑상선암 발병률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여성 갑상선암의 발생률이 세계표준인구 국가간 보건통계비교를 할 경우 각국별로 상이한 인구의 연령별 구성을 감안하여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역간 차이가 있는 연령구조를 보정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작성한 세계인구구조 표준.
기준으로 10만 명당 15.7명(2002년)으로,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당사국인 벨라루시(16.2명)와 비슷한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다. 체르노빌 주변 국가들을 제외하고,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경우도 11명 정도이다. 증가율도 불과 14년 동안 4배가 넘어 애초부터 높던 미국의 수준을 추월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 입원환자수가 2002년 6,312건에서 2004년 12,054건으로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하였다. 비록 보험공단의 통계에는 동일 환자의 장기간 입원에 따른 중복이 있을 수 있으나, 이 같이 짧은 기간 내에 입원환자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는 사실은 그만큼 갑상선암의 높은 증가추세를 방증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내 갑상선암의 급증현상과 체르노빌 사고와의 연관성에 관한 근거로, 20∼30대 젊은 여성암환자 중 갑상선암 비중 증가 현상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20∼30대 인구는 체르노빌 사고 당시 20세 이하 청소년 및 어린이들로서, 그만큼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방사성 요오드에 의해 갑상선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체르노빌사고 이후 태어나 그만큼 방사능피폭이 적은 세대인 15세이하 암환자들중 갑상선암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갑상선암과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의 상관관계

세계보건기구, 방사선영향에 관한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유니세프 등은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주변 3국(벨라루시, 우크라이나, 러시아)에서 갑상선암 급증추세의 원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기관들이 지난 2002년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까지 체르노빌주변에서 발생한 1천8백건의 어린이 갑상선암은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요오드(I-131) 노출에 기인하며, 향후에도 8천~1만명 정도의 갑상선암 건수가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엔 기구들은 또한 사고가 발생한지 15년 후에도 이 지역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근거로서 일본 원폭피해자들이 피폭이후 15~29년경에 이르러서야 갑상선암 증가추세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UNSCEAR 2000).

더욱이 최근에는 체르노빌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낙진의 노출수준과 갑상선암 발생위험이 비례해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들도 제출되고 있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Fred Hutchinson Cancer Center)는 지난 2004년 9월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흡수선량과 갑상선암 위험의 증가 간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밝힌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센터는 그 증거로서 방사선 흡수선량이 가장 높은 그룹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45배 더 높다는 사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동안 방사선피폭 이외에 갑상선암의 발병 요인이 별다르게 알려져 있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갑상선암 급증추세에 대한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은 대체로 “초음파 검사방법의 도입으로 갑상선암 초기진단이 쉬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어왔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방사선영향에 관한 유엔과학위원회가 체르노빌 주변국들에서 갑상선암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초음파 장비의 영향은 장기적인 갑상선암 증가추세와는 무관”하다고 결론지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식생활문화의 차이로 평상시 요오드 섭취가 적은 국가들의 경우 그만큼 방사성요오드에 의해 받는 영향이 크다는 의학적 설명들이 있으나, 미역 등 평상시 요오드 섭취량이 많은 국내 식생활습관을 볼 때 적절한 설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 한반도 이동

한반도로부터 약 8,000km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은 국내 상공까지 이르렀다. 사고 후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등 국제전문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후 6일∼10일째 기간동안 한반도 상공은 체르노빌 사고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으로 덮여 있었다(별도 그래픽 참조). 실제로 체르노빌 사고 직후인 5월 5일경 국내의 강수와 낙진에서도 방사능 함유가 측정되었으며,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I-131이 서울, 충주 등의 지역에서 검출된바 있다.

체르노빌사고 직후 정부의 안일한 대응

녹색연합은 이처럼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낙진이 5월초 수일간 한반도 상공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당국(과학기술처)은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여 국민들을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한다. 당시 과학기술처는 아직 방사능 낙진이 이동하고 있는 시점인 5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순히 “빗물에 방사능낙진이 없으니 안심하라, 우리나라는 별 피해가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이 적절히 대비할 수 있게 하지 않았다. 또한 5월 5일 충주 관측소에서 빗물 중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뒤에도, 가장 주의해야할 우유의 섭취 특히 학교 급식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 없이 “빗물을 마시지 말라”는 등 현실성 없는 지침만 내렸을 뿐이다.



체르노빌 사고 후 방사능 낙진에 대한 국가차원의 조사 역시 매우 부실하였다. 당시 정부는 11개의 관측소에서 주로 빗물에 대한 조사만 벌였을 뿐, 우유에 대한 조사는 충주, 대전 등 불과 2개 지역에서 각각 5월 6일, 12일 한차례씩만 진행하였다. 기타 채소에 대해서는 서울, 충주, 대전 등 3개 지역에서 역시 각 한차례씩만 조사되었고, 공기 부유진도 대전 1개 지역에서 한차례만 조사하였다.

반면 사고지점에서 우리보다 더 멀리 떨어진 일본은 체르노빌 사고 직후, 30개현을 포함 총 35개의 관측소에서 빗물뿐만 아니라 우유, 채소, 식수 등에 대한 체계적 오염조사를 벌였다. 특히 일본은 방사능 낙진이 일본에 처음 강하한 5월 5일 전후부터 6월 5일경까지 약 1개월간 35개 지역 중 30개 지역에서 우유에 함유된 요오드-131의 오염수준을 조사하였다. 또한 일본 정부는 같은 기간 토양에 대한 조사를 벌여 약 20가지의 방사성핵종을 검출하였다.

체르노빌사고 직후, 다른 국가들의 대응

원전의 대형 재난 시 각국 정부들이 공공 안전을 위해 가장 우선하는 조치들은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막기 위해, 잠재적 낙진 확산지역에서 요오드 대체제(요오드화 칼륨, potassium iodide)를 지급하는 것이다. 요오드 대체제를 복용하게 되면 충분한 요오드를 축적한 갑상선이 방사성 요오드 등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성 요오드의 주요 축적경로인 우유의 음용을 자제하도록 당부한다.

실제로 구소련과 인접해있던 폴란드의 경우 사고가 알려진 직후 약 1천8백만명의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하여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방지하였다. 또한 그 이후에도 국민들에게 우유나 채소류 등의 오염가능 식품 섭취를 삼가도록 당부하였다. 폴란드는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등 체르노빌 피해당사국들과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간 갑상선암 발생률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 밖에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체르노빌사고 직후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하고 음식물 섭취에 대한 주의지침을 제공하였다. 이 지역에서도 갑상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특별히 상승하지는 않고 있다.

해외에서의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장기적 인체피해에 대한 연구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지난 2004년 링코핑 대학(Linkoping University) 등이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이 가장 많이 검출된 스웨덴 북부지역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결과 북부지역 주민 1백14만여명중 2만2천여명이 1988~’96년 기간동안 암환자로 등록했으며 단기간동안 이 같이 높은 증가율은 방사능 낙진에 노출된 집단에서만 목격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만약 다른 교란요인이 없다면 낙진에 의한 방사선이 이미 형성된 초기단계의 종양의 성장을 촉진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스웨덴학술협회 Sweden Research Council 2004.11.).

프랑스의 경우 지난 2001년 평균 30대의 갑상선암 환자들로 이루어진 214명의 소송단은 국가를 상대로 체르노빌 사고 시 부적절한 정부대응으로 인한 갑상선암 획득에 대한 피해배상 소송을 벌였다. 그 뒤 2002년 프랑스 보건부(Ministry of Health)는 체르노빌 피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조사위원회는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과 갑상선암 증가사이에 충분한 연관관계를 찾지 못했으나 이후 갑상선암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녹색연합, 국가차원의 체르노빌사고 조사단구성 촉구

녹색연합은 체르노빌 사고 당시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고, 최근 갑상선암 발생빈도가 급증하는만큼 지금이라도 국가차원에서 체르노빌 사고 피해에 대한 역학조사 등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체르노빌 사고 당시 20세 이하의 여성 즉 현재의 20∼30대 여성들에 대해 무료 갑상선암 조사 등 조기에 갑상선 질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자료 1. 갑상선암 질환과 요오드-131 반감기

2005년 4월 27일

녹 색 연 합

문의 : 녹색연합 석광훈 정책위원, 이버들 간사 . 연락처 : 02-747-8500

참고자료 1. 갑상선암질환과 요오드-131의 반감기

갑상선은 인체의 성장.발육은 물론 심장박동, 혈압, 체온 등을 통제하는 기능을 갖는 장기이다. 갑상선은 흉골위, 호흡기관에 걸쳐 있으며 목앞부분에 돌출해 있다. 인체 발육을 위해서는 갑상선에서 요오드 축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오드-131에 노출된 사람은(특히 유년기에) 갑상선암을 포함하여 보다 높은 갑상선 질병위험을 안게 된다.
갑상선암은 비교적 치료가 용이해 치사율이 낮은 편이지만 치료가 늦어질 경우 다른 기관으로 암세포가 전이될 수 있다. 일반인이 요오드-131에 노출되어 갑상선암을 갖게 될 확률은 작지만, 미국정부(질병통제센터, 국립암연구소)는 원자탄 실험이 있던 지난 1951~’63년 기간동안 미국에서 성장한 미국인들에 대해 이와 같은 위험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인체가 요오드-131에 노출되는 경로는 주로 요오드-131에 오염된 우유 등의 식품섭취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고나 핵실험으로 대기중에 확산된 요오드-131이 바람과 비를 통해 주변으로 이동하여 대지위의 농지나 초지위에 낙하한 뒤 오염된 식물을 섭취한 젖소의 우유 또는 오염된 채소를 통해 인체에 축적된다.
요오드-131의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약 8일이며 대부분의 독성이 소멸하기까지는 약 100일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일단 요오드-131에 노출되면 15년 ~ 29년 후에도 갑상선이 갑상선암으로 진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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