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장관, 상업포경재개 지지 의사 철회하라

2005.06.21 | 미분류

“고래잡이에 손 맞잡은 한국과 일본이 부끄럽다”

6월20일, 울산에서 개막한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 총회에서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은 한국정부의 상업포경재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수산국으로서, 고래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지속적•안정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추진해왔다”며 “IWC 회원국 조약 가운데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유예토록 한 ‘10조 e항’ 삭제 결정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다.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의 상업포경재개 지지 의사표명은 ‘고래 보호’를 원하는 국민들의 의사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울산시가 표방하는 ‘고래생태도시’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59.1%가 고래잡이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와 찬성한다는 의견 23.3%보다 훨씬 많았다. 이로써 온갖 고래잡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고래박물관’ 건설과 고래해체장 건설이 결국은 상업포경재개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녹색연합은 한국정부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상업포경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가를 되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고래에 대해 무관심했고, 그 결과 밍크고래를 제외한 대형고래류들이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6년부터 고래잡이를 시작했으나 1997년까지 고래에 관한 연구는 전무했다. 한반도 연안에 도대체 고래가 몇 마리가 분포하는지 고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그 누구도 모른다. 고래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상업포경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IWC 회의 개최국으로서 국민들의 충분한 의사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상업포경재개 지지를 선언한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은 한국계귀신고래를 비롯 고래보호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 국제포경위원회에서 고래잡이가 아닌 고래보호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

IWC 총회 첫날부터 일본은 상업포경재개를 위한 노골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에 일본은 65명의 공식대표단을 파견, 상업포경재개를 위한 RMS(개정관리제도)타결과 남태평양해에서 과학고래포획량을 두 배로 늘일 것을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이 주축인 된 “한일포경추진 NGO”라는 단체는 6월 19일, 울산고래축제에서 “우리는 과학적 조사에 근거한 포경재개를 지지합니다”라는 플랭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또한 상업포경재개를 위해 표를 사는 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다. 아프리카 소국, 태평양 작은 섬나라에 경제지원 등 물량공세를 통해 지지표를 몰아 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도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고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은 과거 포경의 영화를 재현시켜 놓은 것이고, 전시물들의 대부분은 포경 지지국 일본으로 부터 기증받아 일본의 포경재개와 고래고기 가공품과 같은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국의 고래가 일본의 대량포경으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또다시 일본을 추종해 포경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동해지역에서 서식하던 대왕고래, 귀신고래 등 대형고래류의 멸종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남획에 의한 것이다. 한국계귀신고래는 일제강점기 집중 포경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지금은 세계에서 100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총회가 시작되자마자 일본의 공격적인 제안이 논의되었다. 고래보호구역을 의제에서 삭제하자는 제안(찬성 24: 반대 31/ 한국 반대)부결되었다. 또한 상업포경 재개 표결을 ‘공개투표’에서 ‘비밀투표’로 변경하자는 일본측 안건은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찬성 27: 반대 30, 기권2 / 한국 찬성)되었다. 상업포경을 위해선 회원국 4분의 3 이상의 득표가 필요하나 현재로서는 이번 울산회의에서 상업포경이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상업포경을 지지하는 국가가 과반수를 넘어설 경우 당장 포경은 재개할 수 없지만 각종 결의안이나 의사결정에 있어 진행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 포경재개 결정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현재 표결에서 보듯이 포경찬성과 반대가 근소한 차이로 접근했다.

일본의 상업포경재개를 위한 노골적인 활동과 국민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한국의 지지선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번 울산에서 개최되는 IWC총회의 결과로 울산이  ‘고래들의 무덤’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시 한번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에 촉구한다. 어떠한 형태의 포경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정부는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유예토록 한 ‘10조e항’ 삭제 결정에 반대해야 한다. 지금도 잔인한 ‘고래죽이기’를 자행하는 일본은 상업포경재개를 위한 로비와 시도를 중단하라.

2005년 6월 21일

녹색연합

문의 : 이유진( 016-623-4907, leeyj@greenkorea.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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