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곰사육 정책 반대 캠페인을 돌아보며…

2007.12.05 | 미분류

“노래 부르다, 우리 안의 곰의 자유를”

곰아, 미안해

어렸을 때 이런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엄마 찾아 아빠 찾아 동그라미- 육- 육- 삼십 육-”
곰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 노랫말들을 따라 운동장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다보면 어느새 귀여운 곰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웃고 있네요.
곰이 얼마나 친숙한 동물인지, 뭐 말을 하는 것이 수고스럽습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둘러만 봐도 곰이 새겨진 티셔츠며, 인형이며, 아마 따분한 시간을 달래려 끄적거린 노트 한 귀퉁이에도 곰돌이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겁니다.

우리의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곰에게는 이런 수식어가 붙습니다. “멸종위기종”이라고. 말 그대로 이제 곰이 점점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고 아예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으며 어쩌면 앞으로는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하지만 너무나도 모순된 현실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야생동물로 지정된 1400여 마리나 되는 곰이 실제로 한국의 농가에서 철창에 갇혀 사육되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육곰”은 좁은 우리에서 여러 마리의 곰들이 함께 살거나 분뇨로 가득 찬 사육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단지 19그램의 웅담만을 위해서 말입니다.

곰을 위한 우리의 노래



이렇게 철창 속에서 고통당하며 살아가는 곰을 위해, 지구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곰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청계천 수변무대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지구를 위한 녹색음악회- 반달곰을 지켜줘”(이하 녹색음악회)는 청계천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시민들은 대부분 사육 곰에 대해 처음 들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철창 속에 갇힌 곰을 가리키며 “이게 다 사람들이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예요.”하고 설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녹색음악회는 마포문화센터 앞마당에서도 열렸습니다. 마포구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이 쓰던 물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되파는 마포희망시장 행사가 열리던 곳에서 우리는 곰의 아픔과 자유를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였습니다. 녹색음악회가 열리던 다른 한 쪽에서는 곰 사육 정책 반대를 위한 십만인 서명운동과 자신이 직접 그린 서명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는 캠페인도 진행하였습니다. 꼬마아이들이 신기한 듯 하나 둘 다가와 “뭐하는 거예요?”하고 물어보고는 종이에다가 열심히 곰 그림을 그렸지요. 설명해주는 내용이 어려웠을 텐데도 곰이 갇혀있는 모습에 불쌍한 마음이 들었는지 “왜 곰을 죽여요?” “웅담을 왜 먹어요?” 꼬치꼬지 묻기도 하고 “곰아 죽지마”, “곰을 살려주세요” 하고 서명그림도 멋지게 그려주었습니다.

거리에 곰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곰 탈을 쓰고 거리에 나가 일인 곰 시위를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곰을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기도 하고 바로 카메라를 꺼내서 찍기도 하고 가슴에 달린 곰 사육 정책 반대 캠페인 피켓을 보고 “어! 곰을 사육해?”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곰을 보고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는 통에 곰이 좀 멋쩍어지기도 했구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곰이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도 몰랐고 우리 사회의 보신문화 때문에 사육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의 노래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불리어지도록 곰 사육 정책 반대를 위한 캠페인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반성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름부터 계속된 녹색음악회와 곰 일인 시위 그리고 여러 거리 캠페인에서 함께 했던 목소리들은 11월 11일 “녹색콘서트 곰아, 미안해”로 한데 모여 더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관람신청을 한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윈디시티의 공연을 시작으로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 마지막 강산에의 열창이 있기까지, 800석 규모의 공연장이 꽉 채워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외침이 그리고 희망이 고스란히 곰의 자유를 위한 우리의 노래 속에 담겨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노래 속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삶의 터전도 잃어버리고 끝내 삶도 잃어버린 너무나 많은 동물들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도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곰 사육 정책 폐지 서명에 참여해주었고 티켓으로 나눠 준 엽서에 항의 메시지를 담아 건네주었습니다.

곰아 행복해!

2007년의 곰 사육 정책 폐지 캠페인은 이제 한 해의 마감과 함께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되어 우리가 불렀던 노래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를 수 있도록 캠페인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았던 한 두 사람의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행복하게 웃고 있는 곰을 만나게 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 글 : 박효경 /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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