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해안국립공원 50km 해안선이 기름범벅으로 초토화

2007.12.08 | 미분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학암포부터 소원면 파도리까지 태안해안국립공원 50km 해안선이 기름범벅으로 초토화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기름띠는 가로림만과 안면도 해안도 곧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의 기름띠의 해안선 도달 시뮬레이션 예측과 달리, 12월 7일 사고 당일 저녁 8시부터 구름포 해안에는 기름띠가 확인되었고, 밤 11시가 넘어서면서 해안가 백사장은 ‘검은 모래밭’으로 변했다.

태안군 최고의 해수욕장인 만리포 역시 기름띠가 해안가를 덮쳤으나, 재난 방재를 위한 어떠한 준비도 보이지 않았다. 해안가에 번지는 기름냄새에 주민들은 두 발만 동동구르며, 올 한해 전복과 해삼, 굴 양식은 모두 끝장났다며 아우성쳤다. 기름띠 제거를 위한 흡착포를 다급히 주문했으나,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감감 무소식이었다.

사고 당일 저녁 8시, 태안 앞바다의 풍랑주의보는 해제되었으나, 해상에 둘러친 30cm 높이의 방재휀스는 무용지물이었고, 정부가 방재활동을 나선 시점에는 이미 기름띠가 폭넓게 태안해안국립공원을 감싸고 있었다.

지역 마을회관에선 방재를 위한 ‘지역주민 동원령’이 떨어졌지만, 청정해역의 모래갯벌을 뒤덮은 기름덩어리를 걷어내기엔 인력과 장비,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아래의 기록은 사고 발생 하루 뒤인 12월 8일 태안해안 곳곳의 오전 상황이다.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학암포 해안

학암포 해안은 학암포 마을과 포구, 선착장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2곳의 해안으로 구분된다. 태안화력발전소와 연결되는 북쪽 해안선은 사고 지점의 기름띠를 막을 수 있는 지형의 영향으로 화력발전소와 맞닿는 부분 일부 갯벌만 피해를 입었다. 반면 남쪽 갯벌과 해안사구, 해안림은 그야말로 완전 초토화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이 트럭 2두대에 흡착포를 준비했으나, 바다 상황을 바라본 주민들은 아예 바닷가에 나설 엄두를 못냈다.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구례포 해수욕장

구례포 해수욕장은 민가와 팬션이 해안림 뒤로 후퇴된 곳으로, 해안사구와 해안림이 잘 보존된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갯벌에는 아침이 되어서도 어느 누구하나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차량 만이 피해지역을 잠시 확인하며 사라졌다.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천연기념물 ‘신두리 해안사구’와 습지보호지역인 ‘두웅습지’는 바람과 모래가 오랜 시간 형성한 독특한 해안지형을 대표한다. 신두리 해안 역시 사고 당일 밤 만조시간에 기름띠가 해안선을 덮친 흔적이 가득했다. 엽낭게의 피신굴이 기름으로 막혔고, 조개류의 입수공도 기름으로 채워졌다. 천연기념물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안타까운 순간에도 어느 누구 해안가엔 없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구름포 해수욕장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자랑하는 태안해안의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해안가 왼편은 바닷쪽으로 길게 자갈밭이 형성돼 굴 양식에 적합한 지역이다. 굴이 자라는 자갈밭은 전체가 기름웅덩이로 변했고, 모래갯벌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의항해수욕장(십리포)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가장 피해를 많이 받은 지역인 소원면 의항리 의항~구름포 해안이다. 일출 직후 지역 주민들이 방재 작업을 위해 여러차례 시도를 해봤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밀려드는 검은 바다에 삼켜지는 해안가를 바라보며 한 숨이 길게 내뿜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백리포 해수욕장

번잡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여름 피서의 적격 중에 적격인 곳이다. 태안해안의 다이빙 사이트로도 유명하며, 해양구조단이 운영하는 다이빙샾이 있다. 하지만, 이번 피해에선 어느 누구 손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 해수욕장

한반도 최대의 천리포 수목원을 배경으로 천리포항과 잘 어우러진 곳이다. 천리포항 방파제 위엔 지역 주민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검은 포말이 방파제 테트라포스에 부딧힐 뿐이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만리포 해수욕장

태안해안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남쪽 방향으로 모항과 이어지는 만리포 전역이 기름띠의 타격을 받았다. 유명세를 누리는 만큼 인력과 물량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흡착포를 모래갯벌에 부착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어은돌 해수욕장 / 파도리 해수욕장

만리포 북서방향 5마일 해역에서 발생한 기름띠가 만리포, 모항을 넘어 어은돌, 파도리 해안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학암포~천리포에 서식하는 갈매기와 오리류는 기름띠를 피해 이곳에 100여 개체 정도 모여있다. 기름띠는 태안해안의 가의도를 넘어 안면도 해안을 덮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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