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살리기 범 종교인 단식기도 결의문

2006.03.07 | 미분류

제발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를 멈춰주세요

앙상한 가지마다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잎들이 푸른 꿈을 하늘에 밀어 올릴 기지개를 준비하는 희망의 봄입니다. 앞산 뒷산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날 진달래 개나리꽃들의 희망 노래가 인간과 자연의 세상에 평화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어린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엄마와 손잡고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이들, 세상을 향한 첫 출발을 축하하기에는 봄이 너무도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의 미래에 검은 먹구름을 드리울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기성세대의 개발과 성장의 탐욕에서 비롯된 새만금 사업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절망적인 미래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쌀협상이 끝난 농민들이 희망으로 못자리판을 준비할 수 없는 것처럼 서해안 어민들 또한 희망의 그물을 정리하기에는 너무도 절망적입니다. 어민과 바다 생명들의 삶의 터전인 새만금 갯벌이 죽음 일보 직전까지 몰렸기 때문입니다. 새만금 갯벌이 죽고 시화호처럼 썩을 수밖에 없는 새만금호가 전북의 미래에 어떤 재앙의 먹구름을 드리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폭력 앞에 말 한 마디 못하고 죽어갈 수많은 뭇 생명들의 목숨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에 더 두렵고 떨릴 뿐입니다.

태초에 보기 좋았던 창조세계가 인간의 편리와 안락, 개발과 성장으로 참혹하게 파괴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인 지구가 인간에게 자연재해를 넘어선 자연재앙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쓰나미가 동아시아만의 일도 아니고, 2만 명을 수장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만의 일도 아닐 것입니다. 자연재앙의 수위가 해가 갈수록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해서 내리는 자연재앙으로 인류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해마다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연재해가 없어 온전한 고을이었던, 온고을 전주(全州)에도 380mm의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올겨울 서해안에 한 달 동안 폭설이 내렸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개발하고 파괴한 자연이 어떠한 재앙을 어떻게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절망처럼 느껴집니다.

지구도 인간과 같은 커다란 생명체입니다. 그동안 많은 이견이 있었던 새만금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새만금으로 인해 어떤 재앙이 내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갯벌을 간척한 나라는 있어도 섬과 섬 사이 바다를 막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3월 16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쌀협상 이후 해마다 새만금 농지만큼의 휴경지가 늘어날 것이고, 정부가 쌀농사를 짓지 않는 휴경지를 보상해 줄 것인데도 농지를 만들기 위해 갯벌을 막는 새만금 사업은 상식이하의 정책입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물어보아도 반대할 일입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유치원 아이들보다 못해서야 어떻게 헌법을 수호하는 대법원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상식 이하의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을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잘못된 판결로 인해 다가올 새만금 재앙의 모든 책임은 대법원 판사님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현명한 판결을 내리시길 호소하는 바입니다. 새만금 갯벌은 대법원 판사는 물론 우리 모든 미래세대의 추억이고 생명이며 희망입니다.

돈으로 냉장고와 자동차를 만들 수 있지만 돈으로 갯벌을 만들 수 없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바다의 고기를 잡을 권한은 주었지만, 바다를 막을 권한은 주지 않았습니다. 바지락과 백합, 쭈꾸미와 낙지를 잡을 권한은 주었지만, 그들을 죽일 권한은 주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개발과 성장을 멈춘다고 해도 파괴당한 자연이 원상회복 될 때까지 수많은 재앙을 내릴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여름 전주에 내린 380mm 폭우와 올겨울 서해안에 한 달 동안 내린 폭설이 그러한 자연재앙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재앙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우리를 더 절망하게 만듭니다.

그동안 공업기반공사와 전라북도는 새만금의 진실을 왜곡해 왔습니다. 환경부가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2004년 6월 발간한「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인해 발생할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사실상 새만금사업 중단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이 조사결과 보고를 묵살하고, 나아가 조사 자체를 중단시킨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해양수산부도 많은 조사연구기관에 의뢰하여 2005년 2월에 작성한 「새만금 해양환경보전대책을 위한 조사연구 보고서(3차년도)」에 의하면 해양환경의 악화와 수질오염의 가능성을 주장하며 새만금사업 강행 중단을 요구하였습니다.

강현욱 도지사님만 전북이 잘 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사는 전북은 우리 모든 도민과 종교지도자와 종교인들의 염원입니다. 그러나 새만금은 전북 경제에 치명적인 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새만금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생명 파괴입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갯벌에 사는 무수한 생명은 신의 창조물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무현 정부는 새만금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오는 3월엔 한국농촌공사에게 맡겨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새만금갯벌의 마지막 숨통인 2.7km 구간을 틀어막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산들이 파헤쳐져 수많은 바위와 돌들을 물막이 공사 시작지점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있습니다. 새만금 공사가 계속 될 때 서해안 일대에 남아날 산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 시점에서 ‘온 세상의 생명평화와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만은 일단 멈춰달라고 애원하며 호소합니다.’ 범종교인들이 단식기도를 통해 일단 끝물막이 공사만은 멈춰서 전라북도의 발전과 새만금의 생명을 함께 살리고자 호소합니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만 년에 걸쳐 형성된 갯벌을 사라지게 한다면, 그 결과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습니다. 갯벌간척을 중단하고 오히려 매립된 갯벌을 복원하는 정책이 세계적인 추세가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역사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진심어린 마음이 통할 때까지, 유치원 아이들마저 반대할 새만금 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이 있을 때까지 단식하며, 새만금 물막이 공사만은 제발 멈춰지길 호소합니다. 그리고 자연과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라북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2006. 3. 7

전북지역 종교인협의회
(개신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 등 5대 종단 단식기도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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