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 특별법이 필요하다

2008.02.03 | 미분류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허베이 스피리트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50일이 지났다. 그 동안 피해 지역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전국의 자원활동가는 백 만명을 넘어섰지만, 유출 기름의 확산은 막지 못해 오염 물질은 전라도를 넘어 제주도까지 확산되었다. 생활 터전이 완전 박살난 충격에 괴로워하던 주민 세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 주민들은 지난 50일이 1년보다 더 길었을 것이다. 지난 1월 23일, 서산태안 주민 5천 명이 서울로 올라와 정부와 삼성을 상대로 규탄 집회를 열었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주름이 깊게 팬 이마에 ‘선지급 보상’, ‘삼성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띠를 두르고 있었다.

  
정부는 사고 확산 예측도 실패해 초동 대처에 늑장을 부리더니 주민들에게 나눠줄 지원금 배분에도 말이 많다. 태안군, 보령군 등 6개 지역 요구가 충돌하면서 정작 주민들에게는 1월 말이나 되어서야 돌아간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니 뒤늦게 국회가 나섰다.

각 당 기름유출사고 관련 특별법 국회 상정

대통합민주신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3당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태안 관련 특별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들 법안은 피해주민의 고통 해소에 국가가 적극 나서서 환경피해 복구와 피해주민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보상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안된 법안 중 주민 피해 보상금을 먼저 주민들에게 지급하고 국가가 국제기금, 사고책임 기업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지급을 의무화한 것은 민주노동당 안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3일 태안 주민 500여명을 모시고 초청 간담회를 연 탓인지 비교적 구체적이다.

민주노동당 안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선지급금만으로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특별 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법에서 정하는 최저생계비를 피해 주민 5만 명에게 3개월간 지급할 경우 약 2800억 원 추가 예산이 든다고 보고 있다. 생활 기반을 다 잃어버린 주민들의 생활고를 다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일단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취지다.

지난 31일(목), ‘삼성중공업해상크레인- 현대오일뱅크 화주 유조선 충돌 기름유출사고 법률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법률대책회의는 1차 적으로 시급한 피해보상 등을 위하여 지급되는 선급금, 2차적으로 어업 등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어 업종을 전환하여야 하거나, 이번 사고로 인하여 소득이 격감하여 소득보전이 필요한 경우에 행해지는 특별지원, 마지막으로 증거보전, 법률자문 등에 소요되는 비용의 국가지원, 토지거래허가 규정의 특례 등을 통한 기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나 스페인 사례를 따라 국제기금협약의 보상한도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경우도 국가가 지급해야 할 것이다.

피해 지역이 본래 가지고 있던 생태 가치를 고려할 때 환경피해와 복원도 중요한 쟁점이다. 해양환경이 훼손된 지역과 생태계변화 등이 우려되는 지역을 특별해양환경복원지역으로 지정해 이 지역의 환경의 복원을 위하여 다양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환경피해에 대한 복원노력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하지만 비용은 오염원인자에게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기 때문에 특별법에는 환경피해에 관하여 국가가 공공의 수탁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을 논의하면서 명심해야 할 점은 정말 주민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피는 자세다. 일반 법률이 아니라 특별법을 제정할 정도라면 그 내용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지금 현실은 주민들이 피해 보상을 받고 싶지만 무슨 증빙자료가 필요한지도 모르고 서류를 어떻게 작성해야하는지도 몰라서 난감한 상황이다. 매일 바닷가에 나가 기름을 닦고 집에 돌아오면 난방 기름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피해액은 이미 국제기금(IOPC)이 정한 3000억원 배상 한도액을 넘어섰다. 피해주민들이 적절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한도액을 초과하는 피해액을 누구에게 최종 부담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주민들은 앉아서 기름 폭탄을 맞았고, 사고 책임 있는 삼성중공업은 입 다물고 있다. 이제 국회에서라도 정치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삼성 눈치보지 말고 주민과 생태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언제가는 주민 분노가 정부와 삼성뿐 아니라 국회를 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 글 : 녹색연합 정책팀 고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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