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댐’에 수해 책임을 돌릴 것인가?

2006.07.19 | 미분류

– 무분별한 국토계획과 산림파괴가 악화시킨 수해 피해, 댐 건설 명분으로 삼지 말아야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온 이번 수해 피해의 원인을 두고 언론 일각과 정부에서 ‘댐’ 건설을 주장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주장을 보면, 소양강댐과 춘천.의암댐 등 여러 댐의 혜택을 받는 한강 하류 수도권은 대체로 무사히 넘긴 반면에 충주댐 하나에 의존하는 남한강 유역의 경우 영월.여주는 침수 피해로 비상대피까지 했다는 논지이다. 그리고 피해가 컸던 강원도 지역의 피해를 동강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댐 건설 계획을 다시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미약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수해로 인한 피해가 커진 것은 홍수 조절을 하는 ‘댐’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분별한 우리 국토계획의 잘못이 그 원인이다. 배수 시설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지역의 난개발과, 무분별한 산림파괴로 인한 자연적인 홍수조절능력 상실이 근본 원인이다.

실제로 이번에 피해가 가장 컸던 강원도 인제와 평창군 일대가 이틀간의 폭우로 순식간에 피해를 입었던 것은 하천이 제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계곡 상류 곳곳에서 물길을 막는 마구잡이식 난개발이 진행되고, 하천 곳곳에 설치된 교량에는 간벌목과 각종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어 물을 역류시켜 피해를 가져왔다. 강원도내 계곡 곳곳에 난립한 펜션, 대규모로 산을 깍아 만든 골프장, 산사태를 야기시키는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 등이 문제이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녹색연합은 피해를 당했던 강원도 지역을 현지 조사한 바가 있다. 조사 결과 가파른 절개지와 사면을 발생시키는 도로 공사, 발생된 절개지와 사면의 허술한 관리가 자연재해를 가중시키는 주요 인재 요소였다. 또한 물길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된 하천변 도로나 시설물들, 유속.유량.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세워진 교각 등 하천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자연재해를 가중시켰다.

또한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한경단체들의 반대로 건설이 유보되어 있는 한탄강댐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한탄강과 한탄강이 흘러가는 임진강 하류지역은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댐 예정지로부터 70km 떨어진 파주시 문산읍 외엔 피해를 입을만한 곳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도 한탄강 유역은 전체 임진강 유역의 16%에 불과해, 댐을 짓더라도 문산지역 홍수량을 10%(수위 50cm) 정도밖에 줄이지 못한다. 더구나 문산읍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홍수는 모두 배수펌프들이 고장 나서 도시 내부의 물을 퍼내지 못하고 시내가 물에 잠긴 것이어서, 임진강의 수위와는 별로 관계도 없다. 또 임진강의 지류인 문산천으로 흘러드는 동북천에 도로와 철도를 무리하게 시설하면서 홍수가 넘친 것이었다.

과연 일부 언론과 정부의 주장대로 동강댐과 영월댐, 한탄강댐이 있었다면 이번 수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까? 물론 댐이 가지고 있는 치수기능을 본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치수 측면만 보아선 안된다. 동강댐 계획이 취소되었던 것은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우려가 고려된 것이었다. 석회암 지대인 그 지역이 댐 건설지로서 적합하지 않았고, 원시림이 울창한 숲을 댐으로 파괴하면 안된다는 국민적인 합의가 있었던 결정이었다.  
더구나 동강은 건교부가 물 부족을 위해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으나 나중에 물 수요예측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고, 한강 서울 지점에서의 홍수조절효과는 겨우 20cm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었다. 그런데 온 국민의 수해 피해 걱정을 틈 타, 때 아닌 댐 건설을 언급하는 것은 결코 그 의도를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

자연적인 산과 숲이 그 무엇보다 훌륭한 홍수 조절 능력이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 홍수 방지를 할 수 있는 자연조건을 파헤치고,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댐’ 건설에 대해 나라를 막론하고 반대여론과 운동이 큰 이유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초대형 홍수가 7차례나 발생했다. 지구온난화, 엘니뇨현상 등 범 지구적 기후변화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140년간 지구의 온도가 0.6도 상승했고 한반도도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온난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다. 이로 인해 집중호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위기를 또 다른 ‘개발’로 막을 수는 없다.

정부는 이번 수해 피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데 있어 덮어놓고 ‘댐’을 지으면 된다는 식의 발상을 거두어야 한다. 그동안 수해가 날 때마다 지적되었던 난개발과 수방대책의 미흡, 생태적인 하천 관리 등의 대책들에 대한 점검부터 세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재해를 인재로 만들어버리는, 생태적인 고려 없는 국토계획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 문의 : 김혜애 정책실장 hakim@greenkorea.org

2006년 7월 19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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