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장항갯벌 매립, 새만금 갈등 부활하나

2006.07.27 | 미분류

○ 새만금의 악령이 또 다시 금강하구 장항갯벌을 덮치는가. 충남 서천군 장항읍 마서면 서측 해안에 374만평의 대규모 매립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국토의 균형개발 도모와 신규 산업용지 수요를 명분으로 ‘군장국가산업단지 장항지구’ 건설 사업이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천의 주 경제기반인 어업을 뒤엎고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며, 갯벌의 생명력과 멸종위기 조류생태계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환경부와 해수부는 “사업계획의 적정성과 철새서식지 및 갯벌에 대한 보호대책,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내용이 부실하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총리실 주재로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건교부, 환경부, 해수부 등 핵심 정부 부처가 장항습지 매립사업의 타당성을 최종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충남 서천지역 어민들은 ‘바다에서 살고 싶다’며 생존권 요구를 위한 폭우 속의 함성을 내뱉고 있다.

○ 전북 군산과 충남 장항의 군장국가산업단지 종합개발계획은 1988년에 수립되었다. 지난 80-90년대 경제가 매년 8% 가량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갯벌을 별 쓸모없는 땅으로 여기며 농지 등 부족한 용지확보를 위해 세워진 매립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2006년 현재, 경제 및 인구 성장률 둔화, 쌀소비량 감소, 갯벌 등 환경보호 의식이 높아지는 여건변화 속에서 연안매립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간척사업은 더 이상 연안의 심각한 훼손으로 지속적인 사회 갈등만을 양산할 뿐이다. 1985년 이후 전체 매립계획면적 1389.4㎢ 중 175.9㎢가 매립 완료되었고, 지금까지 미착공이거나 2011년까지 계획 중인 매립계획면적은 251.7㎢에 달한다. 건수로는 무려 315건이며, 규모면에서 여의도의 네 배에 달하는 장항습지 매립은 제2의 새만금에 비유될 만큼 거대하다. 군산산업단지의 분양률이 30%를 밑도는 상황에서 공단조성으로 지역경제가 회생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반면, 하구갯벌의 희생에 따른 피해는 명약관화하다.

○ 무차별 간척은 서해갯벌의 씨를 말리고 있다. 연안습지는 지속적인 간척과 매립으로 인해 1987년 대비 2005년 현재 20.4%가 상실되었다. 매립면적은 전남․북이 전체의 58.9%, 인천․경기가 23.9%를 점유하고 있다. 80% 이상의 매립계획이 서해안에 집중되면서, ‘90년 대비 ’05년도 해면어업 생산량이 경기․인천 연안에서 70%, 전남을 포함한 서해가 47%나 감소(‘90년 521톤->’05년 276톤)하였다. 서해 연안 수산물의 핵심 산란․서식지 중 함평만과 곰소만 만이 남은 실정이다. 1994년 금강하구언이 건설되면서, 금강이 바로 죽기 시작했다. 금강하구에서 부화한 농어, 웅어, 황석어, 황복, 참게, 종어, 뱀장어의 어린 치어들이 금강을 거슬러 오르지 못했다. 이제 장항갯벌 매립으로 어패류의 산란지, 조류생태계, 어민들의 삶의 현장이 사라질 위기다.

○ 장항갯벌은 송림사구와 옥남사구가 있고, 광활한 갯벌이 드러나는 곳에는 멸종위기야생조류인 노랑부리백로, 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1급 조류부터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흑기러기, 큰기러기, 검은머리갈매기, 흑두루미, 큰고니, 물수리, 솔개, 개리 등 2급 조류가 이용하고 있다. 특히 검은머리물떼새는 세계 최대 90% 이상이 인근 유부도에서 겨울을 보내며, 매립예정 지역은 검은머리물떼새의 주요 채식지다. 결국 장항습지 매립은 그 사업적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것임에도, 서천의 주경제기반인 갯벌을 매립하여 어업생산량을 급감시킬 것이고, 검은머리물떼새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것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일 및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를 저감시키는 연안재해를 막아줄 갯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 지난 6월 9일,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새만금 사업 이후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간척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간척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고 밝혔다. 국내외 사회경제적인 여건변화와 갯벌에 대한 생태적 가치의 인식전환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새만금 갯벌은 매립하면서 서천지역은 왜 안되냐는 지자체의 형평성 문제제기는 갯벌매립의 타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한번 계획된 국책사업의 변동은 없다는 논리는 1980년대의 인식을 20년 후에도 똑 같이 적용하자는 억지다. 장항지역의 어업보상이 10년 전에 거의 완료되었다. 이제 어민들도 돈이 아니라, 늙어도 일을 할 수 있는 곳, 바다에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의 어민 갈등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금강하구 장항갯벌 매립계획이다. 새만금의 갈등이 재현되는 구시대적인 발상, 장항갯벌매립을 취소하라. 국제적으로는 갯벌매립을 중지하고 해안복원, 갯벌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해답은 국토확장의 양적인 팽창이 아닌 자연생태계의 안정, 삶의 질의 확장인 것이다.

■ 문의 : 자연생태국 윤상훈 활동가 dodari@greenkorea.org

2006년 7월 27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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