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피해 키우는 한국고속도로공사의 절개지 관리

2006.10.23 | 미분류

해마다 집중호우로 인한 절개지 붕괴와 이에 따른 교통통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며, 도로 유실에 따른 지역의 고립으로 국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는다.  절개지 붕괴에 대해  천재지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일반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절개지 붕괴는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녹색연합은 정장선 의원실과 함께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2003년부터 2006년 7월까지 수해발생에 따른 ‘고속도로 붕괴 이력’ 자료, ‘절개지 유보수 세부내역’, ‘고속도로 유실현황 및 하자보수 및 신규공사 현황’자료를 분석하였다.

녹색연합과 정장선의원의 고속도로 절개지 자료를 분석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첫째, 절개지 점검에 있어서의 늦장 대처이다. 자료 분석에 따르며, 붕괴가 예상되는 절개지에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안일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 붕괴된 절개지가 9군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허술한 절개지 점검이다. “이상없음”이라고 진단한 절개지가 1-9일 후에 붕괴된 곳이 16군데이다. 셋째,  200m내에서 반복적인 유실 또는 재보수가 있었던 곳이 12군데에 이른다.  반복적인 유실 또는 재보수가 일어났던 12곳의 절개지에 대하여 한국고속도로공사는 이들 지역의 위치가 다르다는 해명을 해왔다. 그러나 절개지 하나의 길이가 수 백미터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절개지 붕괴가 발생한 절개지에 대해서는 같은 이유로 절개지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함에도 붕괴면 면적만 땜질식으로 조치를 취하는 안일한 대처가 해마다 절개지 붕괴가 반복 발생하는 원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도로관리 시스템이 그래도 잘 가동되는 고속도로가 이러한 상황이라면, 이번 분석에서 빠진 국도나 지방도 등의 경우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7월 중순에 내린 호우 피해에 따라 주요 도로 63곳이 절개지, 사면 붕괴에 따라 도로가 통제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절개지 관리방식에 대한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녹색연합과 정장선 의원실의 결론이다.

1) 절개지 붕괴위험에 대한 늦장 대처

붕괴 조짐이 발견되거나 보강공사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도 대처 없이 방치하다가 절개지 붕괴된 곳이 아홉 곳이나 된다. 예를 들어 중부고속국도 통영방향 26.8킬로미터 지점의 절개지는 3월부터 관찰요라는 판단을 하고서도 방치해 두었다가 7월 6일에 마지막 점검을 한 후 4일 후에 붕괴된 경우이며, 영동고속국도 강릉방향 159.8킬로미터 지점 절개지는 3월 달부터 우기시 배수용량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강우가 집중되는 7월에 강우로 인한 함수비 증가로 붕괴되고 많다. 6,7,8월에 강우량이 집중되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계속해서 제기 되고 있는 지질 특성도 간과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발간한 ‘절토사면 유지관리 매뉴얼’에 의하면 절리의 방향은 암반비탈면의 안정성 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인자이다. 그러나 절개지 관리에 있어서 절리 문제가 고려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절리가 발달하고 그 방향이 고속국도 쪽일 경우 그 안정성은 ‘매우불리’ 하다고 ‘절토사면 유지관리 매뉴얼’이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역에 대한 대책은 미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부고속도로 통영 118.1km 와 124.1km 구간이 그 좋은 예이다. 절리가 발달하였음이 검토 소견서에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강 공사를 제때 하지 않다가   두 곳 다 최후 점검 바로 다음날에 붕괴하고 만다. 이러한 늦장 대응으로 반복해서 발생하는 절개지 붕괴를 모두 ‘천재’라고 계속해서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허술한 절개지 점검

아래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양호, 이상 없음의 판단을 내린 절개지가 바로 그 다음 날 또는 그 다음 주에 붕괴되는 경우는 절개지 점검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절개지가 16곳에 이른다. 해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절개지 붕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절개사면에 대한 이력을 데이터로 만들어 체계를 갖춰 관리하여야만 함에도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단한 절개지들이 열흘이 채 못 되어 무너지는 현실에서 한국도로공사는 그 점검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짚어 보야야 한다.


3) 같은 지역에서 반복하여 발생한 절개지 붕괴

지난 4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2개 절개지에서 200m내에서 반복적인 유실 또는 재보수가 있었다(표3 참조).  위 12군데의 반복 보수 지역에 대하여 도로 공사는 위치가 다른 지역, 예산상 문제로 연차 공사 시행, 공사 내용이 다름 등을 이유로 모두가 반복된 보수 지역이 아니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내용을 살펴보면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너무도 많다. 예를 들어 영동선 인천방향 227.2킬로미터 절개지는 2004년에 227.25킬로미터 지점을 공사하였고 2005년에는 227.20킬로미터 지역을 공사했으므로 이는 동일 구간에 대한 반복적 유지 보수가 아니라는 식이다. 이러한 예는 중부내륙선 여주 방향 244.71킬로미터 지역과 244.70킬로미터 지역에서 나타난다. 불과 10미터 차이의 지역을 도로공사에는 “위치가 다른”지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절개지의 연장이 1킬로미터를 넘는 경우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50미터, 10미터 떨어진 지역을 서로 다른 지역으로 보고 공사, 보수 한다는 것은 안일한 절개지 관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하겠다. 현재의 기술로는 도저히 절개지의 붕괴를 예방할 수 없다는 도로공사의 변명은 이러한 임시방편의 관리 체계를 바꾼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표3. 절개지 붕괴가 반복하여 이루어진 구간


절개지 붕괴가 단순한 천재로만 볼 수 없음이 이번 자료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절개지 전체를 유기적으로 바라보는 관리 방식과 꼼꼼한 절개지 점검 없이 단지 하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개지 붕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리고 절개지도 교량과 터널처럼 치밀한 관리와 점검을 통해 무너지지 않는 사회 기반 시설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로의 신설 확장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안전한 도로관리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려가야 할 것이다.

2006년 10월 23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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