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터널, 제2의 이화령터널로 전락시킬 것인가?

2006.10.31 | 미분류

미시령터널, 제2의 이화령터널로 전락시킬 것인가?

– 건교부는 동홍천~양양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보류해야…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긴 미시령 터널이 지난 5월에 개통되었다. 미시령이라는 지명은 미시파령(彌時坡嶺)이라는 옛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미시령은 이름 그대로 다니기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고갯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고갯길에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미시령 터널이 지역 주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고, 장밋빛 미래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3.69㎞의 터널에 소형차 2,800원 중형차 4,800원 대형차 6,200원 즉 ㎞당 최고 1,680원까지 하는 비싼 통행료와 향후 30년간 지불해야 할 최소 수익 운영 보전금,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건설 계획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노선이 비슷한 국도의 교통량은 고속도로 개통 전 교통량의 60~7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통계로 나와 있다. 만약 고속도로 노선과 유사한 국도가 민자로 건설되어 통행료를 부과하면 그 비율은 더욱 감소한다. 이는 이화령터널의 경우를 통해 증명된다. 표1에서 보듯이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이후 민자구간인 이화령터널의 교통량은 고속도로 개통 전 교통량의 거의 40%수준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동홍천~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된다면, 미시령터널이 제2의 이화령터널로 전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시령터널이 개통되고 통행료를 받기 시작한 지난 7월과 8월의 실제 통행량을 기준으로 할 때, 개통년도인 2006년에만 최소 30억 원을 강원도가 민간사업자 측에 보전해줘야 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식이라면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미시령터널은 매년 70억 정도씩 30년 동안 총 2,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동홍천~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된다면 강원도가 민간 사업자측에 보전해 주어야 할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열악한 강원도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미시령터널의 통행료 인상을 불러 일으켜, 미시령터널을 이용해야만 하는 지역주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시령터널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44번국도, 46번국도, 56번국가지원지방도(미시령고갯길)의 교통량 흐름을 분석해 보면, 기존 서울에서 속초·양양까지 이동하는 경로는 6번국도→44번국도→46번국도→미시령터널→7번국도이다. 이 구간은 현재, 서울-춘천-동홍천 고속도로가 건설 중에 있고, 44번국도 동홍천에서 한계리까지의 구간은 2006년 말까지 4차선 고규격화 확장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며, 46번국도 한계리-용대리 구간은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4차선 고규격화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예산의 낭비를 막고 강원도의 교통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홍천~양양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보다, 서울-동홍천고속도로→44번국도→46번국도→미시령터널→7번국도의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이를 위해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서울~춘천고속도로 구간의 요금을 한국고속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수준으로 낮추고, 미시령터널의 요금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요금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시령터널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민자도로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부풀려진 예측교통량으로 인해 해마다 지출되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혈세, 그 혈세에 투자하여 사익을 챙기는 기업, 이를 위해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통행료를 내며, 자신들의 사유재산마저 공익이라는 미명하에 수용당하고 있다. 이것이 민자도로라는 거대한 빙산의 감춰진 실체이다. 산적한 민자도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 시작은 미시령터널의 해법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1월 1일 진행 예정인 건설교통부 국감에서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길 기대한다.

2006년 10월 31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모영동 02-747-8500, ydmoh@greenkorea.org
        


[ 참 고 자 료 ]



미시령 터널의 개통년도 예측 통행량은 13,020대/일이다. 예측교통량은 매년 약 5.3%씩 증가하다가, 동서고속도로 동홍천~양양구간이 개통된 이후 증가율이 반으로 떨어져 해마다 약 2.7%씩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그러나 이는 동홍천~양양 고속도로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부풀려진 계산이다. 동홍천~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미시령 터널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이화령터널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3번국도 이화령터널 구간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터널로 개통초기부터 적자에 시달렸다. 그런데 일일교통량이 6~7,000대/일 수준이던 이화령터널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완공된 이후 2005년 교통량은 거의 1/3 수준인 2,8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표1 참조). 이화령터널을 운영하던 새재개발은 이 같은 현실을 예측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04년 12월 29일 법원으로부터 국가가 704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에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화령터널을 교훈삼아 더 이상 민자도로를 건설하지 않고 있다.



미시령터널을 계기로 정부는 민간자본이 도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2006년부터 민간제안사업에 대해 더 이상 최소운영수입보장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정부 정책은 진일보하였지만, 녹색연합이 현재 운영 중인 민자도로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마다 최소운영수입보전금을 통하여 약 1,800억 원의 국민 혈세가 민자도로를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지금까지 들어간 국민의 혈세는 무려 8,064억 원에 이르는 실정이다(표2 참조).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도로가 국민의 혈세를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 올해 개통된 대구~부산고속도로, 미시령터널, 서울외곽순환도로로 발생하게 될 최소운영수입보전금을 더하면 2006년 최소운영수입보전금으로 지불되는 국민의 세금은 2000억 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판단된다.







민자사업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교통망(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인천국제공항철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교통망은 모두 민자로 건설되었거나 건설되고 있으나 그 혜택이 이용객의 편의로 돌아갈 가능성은 전무하다. 오히려 최소수입운영보전금 지불로 혈세만 낭비하게 될 전망이다. 연평균 300~400억을 보전해주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경쟁관계에 있는 두 교통망이 완공되면 그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서’를 분석해 보면, 인천공항 이용객이 모두 철도를 이용한다하더라도 철도공사가 예측한 수요 전망치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철도도 개통 직후부터 매년 300~400억씩 최소운영수입보전금을 지급해야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2단계 공사가 완공되는 시점에서는 최대 2,000억 원을 보전해 주어야 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민자사업에 지불되는 국민의 혈세(최소수입운영보전금)는 사기업의 이윤을 위한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호주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 다국적 투자 회사는 12개의 민자도로에 투자하였고 2005년에서 2006년 6월 30일까지 1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되었다.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의 특징이 ‘물가와 연동된 수입보장 및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 높은 수준의 정부 재정지원’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부풀려진 예측 교통량과 이에 따른 최소수입운영보전금이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례규정까지 만들어서 민자사업의 투자 활성화와 외국의 풍부한 자금유치가 가능해졌다고 자화자찬한 기획예산처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자도로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민자도로 건설을 위해 이루어지는 토지 수용이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민간투자사업을 함에 있어서 민간투자법은 그 20조에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에 준하여 토지 수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익과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민자도로를 과연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4조가 규정한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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