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신중해야 한다.

2007.01.18 | 미분류

녹색연합은 최근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결정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평화정착이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한강하구 철책선 안으로 새롭게 형성된 원시 자연상태의 생태계에 대한 보전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채 추진된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철책선 제거에 앞서 한강하구 보전을 위한 NGO, 정부기관, 지자체, 생태전문가 등이 참가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바이다.

지난 1월 11일, 3군사령부와 경기도, 고양․김포시 등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50년 이상 분단과 생명의 상징이었던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였다.

군과 지자체가 전격합의 한 철책선 제거 구간은 고양방면으로 행주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12.9km, 김포방향으로 올림픽대로 종점에서 김포 고촌면 신곡리까지 10.6km 등 총 23.5km에 해당하며, 김포 지역은 지난해 환경부가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다 지자체의 반발로 제외되면서 맞은편 일산 장항습지 만을 포함하는 등 한강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반쪽 낸 곳이기도 하다.  

이번 철책선 제거 합의에 따르면, 김포시, 고양시 등 한강하구에 인접한 지자체는 철책선 제거 후 체육․휴게시설, 생태공원, 관광시설을 확보하고 한강하구 어민들의 조업권을 보장하겠다며, 각종 개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일산대교가 완공되는 올해 말쯤 철책선을 걷어내기 시작하겠다는 발상이다. 고양시는 한강하구의 32만평 장항습지 등을 활용해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하고, 김포시는 양촌 신도시 개발, 48번국도 공사, 일산대교 건설과 연계한 체육공원을 계획하는 모양새다.

철책선 제거 지역은 습지보호지역이다.

그러나 철책선 제거가 논의된 한강하구 일대는 “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무뚝뚝하고 불편한 존재로 화석화”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도시의 개발 열풍에서 다행히 목숨을 부지한, DMZ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긴장이 낳은 철책선으로 인해 원시 자연상태를 유지한 ‘생명과 축복의 땅’이다. 분단의 아픔을 보상한 생태의 보금자리며, 생태의 불모지인 서울시민과 수도권의 축복이다.

이에 환경부는 2006년 4월 한강하구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보호, 관리를 하고 있다.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 등 대규모 습지를 기반으로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저어새의 산란지인 유도 등이 분포되었고, 수도권에 인접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를 주민과 함께 보전하기로 한 것이다.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 I급 4종,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 II급 22종이 서식 또는 도래하는 생태계의 보고임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며, 지자체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도 거친 사항이다. 또한 지정지역 중 생태계가 우수한 일부지역은 람사습지 등록을 추진하는 등 장기적으로 DMZ와 연계하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강르네상스’는 한강하구를 위한 개발모델이 아니다

서울시는 작년 ‘한강르네상스’ 구상을 발표했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상황이다. ‘한강르네상스’는 자연성을 회복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있지만, 그 ‘자연성’이란 인간의 이용에 용이한 ‘인공’에 바탕하며, 이는 생명문화의 불모지, 공백상태를 의미한다. 이번에 철책선 제거가 협의된 김포․고양의 행정관계자들과 정치인들 역시 ‘한강르네상스’를 모델로 한강하구의 개발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일산신도시와 김포 양촌신도시가 들어서면서 한강하구 철책선이 시민들의 발을 묶고 있으며, 반면 서울시의 한강시민공원은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한강하구의 철책선 제거가 논의되는 지역은 오히려 서울시민들이 갖지 못한 천혜의 생태를 가지고 있다. 한강하구의 습지보호지역은 서울시 한강시민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일본의 쿠시로, 홍콩의 마이포 습지와 견줄만한 우리의 자연자산이다.

한강하구 보전을 위한 협의체를 제안한다.

한강하구의 습지보호지역이 지정될 당시, 환경부는 원안에 크게 비켜난 수정안을 제시했다. 김포지역의 신곡수중보에서 일산대교까지의 수변부가 지역민의 반발로 제외되었고, 습지보호지역과 연관 있는 배후지역의 보호도 당초부터 포기되었다. 김포권역의 신도시개발과 맞물려 재두루미 등 법적보호종의 채식지 파괴에 대한 보완책도 없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철책선이 제거되면 습지보호지역에서 제외된 김포권역의 개발자본은 이익창출을 위해 정치권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 생태계의 보고가 정치의 희생양으로 사라질 위기인 것이다. 한강하구는 하나의 생태체계다. 한강하구 생물들에게 강남과 강북의 구분이 어디에 있는가. 김포의 먹이장소가 없다면 고양의 재두루미 잠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강하구의 철책선 제거 논의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각 지자체와 정부기관은 철책선 제거논의를 우선할 것이 아니라 한강하구 보전을 위해 무엇을 우선할 지 고심해야 한다.

이에 녹색연합은 NGO, 정부기관, 지자체, 생태전문가 등이 참가하는 협의체를 제안하며, 이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2007년 1월 18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박정운 자연생태국장 011-266-0415 saveoursea@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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