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 결국 ‘원자력’인가

2007.12.18 | 미분류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 결국 ‘원자력’인가

“3차 대책보다 후퇴한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


  

정부는 12.17(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개최해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을 심의·확정하였다. 2008년부터 시행되는 이번 대책은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는 2012년까지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 기후변화대응 정책의 근간이 된다. 정부는 이번 4차 대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과 국민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비전의 핵심은 전 세계가 기후변화대책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원자력 비중 확대’에 있다.

■ 원자력 비중 확대는 기후변화 대책이 될 수 없다.

4차 종합대책은 온실가스 감축방안으로 원자력 비중 확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원자력을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으로 규정하고 국가전략 차원에서 ‘확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번 발리회의에서 일본이 원자력에너지를 CDM사업으로 인정해줄 것을 주장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전건설 및 운영을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분으로 인정해 줄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축, 적응 방안과 함께 3대 중점 분야인 연구기술개발 분야에서도 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원자력 기술개발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결국 연구개발 분야 예산의 상당부분이 원자력 기술 개발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원자력에너지 소비 국가로 세계 원자력에너지의 5.3%를 소비하고 있다(2005년 기준). 원자력발전소 20기가 운영되고 있으며 4기가 건설 중이고, 4기는 계획 중에 있다. 1차 에너지 가운데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5년 기준 16.1% 수준이며, 이는 세계 평균의 3배에 가깝다. 발전 중 원자력 비율도 40.3%로 상당히 높다. 2005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만 5.4%의 성장을 이룩했고 나머지 대륙에서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국은 멕시코, 헝가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원자력발전 비중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치명적 사고위험, 방사성폐기물 위험이 갖는 불확실성과 우라늄 가채연수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다. 특히 우리는 아직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원자력 에너지가 온실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도 왜곡된 것이다. 우라늄 채굴, 정제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된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과 해체, 폐기물 처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우라늄 가격도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영국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정부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을 검토한 ‘저탄소 경제에서의 원자력’이란 보고서에서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다. 독일에서는 17기의 원자력 발전소 중에서 2기가 문을 닫는 것을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소 퇴출이 진행 중이다.

■ 국가 감축목표 설정을 미루고 있다.

정부는 4차 종합대책에서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 제시를 2008년으로 미루었다. 최근 발리회의에서 열린 1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포스트 교토체제 논의를 2009년까지 끝낸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볼 때 정부는 기후변화협상의 추이를 보고 감축 목표를 설정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국제협약 일정에 맞춰 차일피일 감축목표 설정을 미루면서 본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준비를 계속 늦추게 되면 결국 우리 발등을 찍게 될 것이다.

자발적인 감축노력이 지난 1-3차 종합대책 기간을 통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이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의무감축 국가가 아닌데다 국가 감축목표량을 설정하지 않고 자발적인 목표 감축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고 집행력을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정부의 수준은 아직도 국가인벤토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이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가장 먼저 마무리 지었어야 할 일을 3차 대책에 이어 4차 대책에도 여전히 구축단계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온실가스배출량 6위, 배출량 증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에너지부문 CO2 배출량은 448백만CO2톤으로 세계 10위이며, 누적 배출량으로도 세계 23위로 개도국이 이야기하는 역사적 책임으로 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이에 최근 유럽CAN(Climate Action Network)은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수준을 56개 국가 중 48위로 평가해 발표 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수준은 아직도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상향조정해야 한다.

4차 종합대책은 2011년까지 1차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로, 2030년까지 9%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 1차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13%(2005년)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폐기물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열을 지역난방에 사용하는 것이 75.9%, 수력발전이 18.8%를 구성하고 있다. 실질적인 의미의 재생가능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 풍력, 연료전지, 지열은 모두 합쳐도 5.2%에 불과하다. 정부가 발표한 2002년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4%였으나, 2003년 이후부터는 재생가능에너지라 보기 어려운 대수력을 수력에 포함시켜 전체 비율이 2%대에 진입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1차 에너지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5.8%이고, 전력 중 비중은 15%이다. 국내통계에서는 폐기물 소각열을 포함한 11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구분하고 있는 반면, OECD/IEA는 재생가능에너지의 기본적인 개념에 입각해 폐기물은 제외하고 통계치를 산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90년 한국의 1차 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은 0.6%, 전력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은 6%였다. 그러나 2004년에는  1차 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이 0.5%, 전력 중 비율이 1.3%로 나타나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이는 에너지 공급에 있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더디게 진행됨과 동시에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발생한 결과이다. 유가 100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 구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설정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 의무감축에 대한 한국의 입장 여전히 모호하다.

2007년 지난 15일 발리에서 폐막한 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에서는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 참여한다는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른바 ‘포스트(Post)-2012’ 기후변화 협상의 기본 방향을 담은 발리 로드맵에 따르면 2013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국가는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아직도 결단을 미루고 있다. “선진국과 차별화된 참여 방안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 노력” 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제협력분야 대책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국가등과 긴밀한 공조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그룹이라 함은 환경건정성 그룹(한국, 멕시코, 스위스, 리히텐슈타인)과 아.태파트너쉽(한국, 미국, 호주, 인도, 중국, 일본, 캐나다)을 말한다. 미국을 위시해 이번 발리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일본과 캐나다와 공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은 발표되었지만 국민들은 우리가 든든한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갖췄다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 온실가스감축 목표도 설정하지 못했다. 미완의 대책이다. 기존의 1-3차 대책에 원자력비중 확대라는 갈등의 에너지, 지속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기후변화대책은 철저한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을 통한 전향적인 온실가스 저감 목표 설정과 실행, 에너지 관련 세제의 전면 개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 사회 전반을 총망라하는 기후변화 적응 대책 등을 전면에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차 이행기간이 시작되는 2013년부터는 기후변화 의무감축국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직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인류가 처한 공동의 과제에 이전보다 더 공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받게 될 시한이 정해진 지금도 우리나라는 아직 대책다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 언제까지 기후변화 대책 수립을 미룰 것인가?

2007년 12월 18일

녹  색  연  합

※ 담당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이유진  ☎ 02-747-8500 / 010-3229-4907 leey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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