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 충격, ‘석유 파티는 끝났다’

2008.01.04 | 미분류

유가 100달러 돌파 충격, “석유 파티는 끝났다”

고유가 수수방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석유공사에 책임 물어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서부텍사스중질유가 새해 개장 첫날인 2일 단숨에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한 것이다. 충격적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달러를 한번이라도 넘었다는 것은 이제 우리가 에너지 문제에 있어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경고음과도 같다. 우리는 이제 석유 정점을 넘어, 석유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석유 생산이 석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세계적인 석유 수급 사항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석유시장은 사소한 공급 악재만으로 유가가 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유가의 가파른 상승에 비해 우리 정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정부의 입장과 발표하는 유가대책을 보면 아직도 세계경제와 세계에너지 위기의 심상치 않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금의 고유가 상황에서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서민 생활 안정으로 연결되기 힘들다. 석유 원가가 급등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스웨덴은 2006년 ‘2020년까지 난방연료에서 석유를 한 방울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2007년에는 미국 부시 대통령도 10년간 휘발유 소비 2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석유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탈석유’에 대한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지금의 고유가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재정경제부의 책임

재정경제부는 고유가 상황에 대해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서면 몰라도 100달러는 우리 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1997년 IMF를 맞은 지 10년이 지났다  10년 전 국가경제 파탄의 흐름을 읽지 못했던 무능한 경제관료들과 정부가 국민들을 고통의 시대로 이끌었듯이 지금의 에너지위기를 읽지 못하는 정부가 또다시 국민들을 ‘절망의 시대’로 이끌까 두렵다.

산업자원부의 책임

녹색연합이 지난 11월 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산업자원부가 20여년 뒤인 2030년의 유가 전망을 배럴당 57달러로 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놀라운 것은 현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2008년에서 2030년까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도 기준 유가는 2030년경 배럴당 59.1달러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에 이미 100달러를 넘어선 유가를 2030년에 60달러 선으로 유지될 것으로 잡는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유가에 대해 유독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로 유명한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의 연구결과를 신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유가 60달러 시대는 산업자원부만의 간절한 바람일 뿐이다. 정유업계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산업자원부가 국가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산업자원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체제를 고수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체제 전환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책임

2007년 12월 17일 한국석유공사는  ‘유가, 100불 시대 오는가?’라는 5장짜리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고유가는 일시적이며, 석유 고갈까지는 최소 80년 이상 남아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이 보고서는 많은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되었다. 이 보고서의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수년간은 100불 이상의 유가수준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겨울이 지나고 난방용 수요가 줄어들면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고 있다. 유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통해 석유정점의 도래를 숨기려 하고 있다. 유가급등의 원인으로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 원유 정제시설 부족, 달러약세도 있지만 문제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석유 소비가 급속히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산유국의 에너지 소비 또한 심상치 않다. 2005~2006년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노르웨이, 이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 5대 산유국의 국내 에너지 소비율은 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산유국의 석유 수출은 3% 감소했다.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달러를 국내에 풀면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앞으로 공급할 석유의 양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3년 전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석유 공급 상황은 한국석유공사의 주장과는 달리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책임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미래시대의 최대 쟁점이자 경쟁력인 ‘에너지’ 문제에 대해 민-관이 공동으로 논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이런 중대한 시점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가에너지위원회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애초 민관의 공동논의를 보장할 수 있는 독립사무국의 설치가 무산되고, 주요 실무를 산업자원부가 담당하고 있다.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에서 산자부가 제안하고 보고한 2030년 유가전망을 배럴당 57달러로 잡은 “2030에너지비전”도 내용이 사전에 타 부처나 민간과의 논의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산자부 단독으로 작성. 보고내용으로 채택 발표했다.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에너지 비상사태”에 준하는 대책 마련해야 한다

석유독립 시나리오 준비해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유가수준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유가 150달러까지는 괜찮다는 안이한 대처는 결국 온 국민을 도박판에 내모는 것과 같다. 당장 공공요금이 상승하고 있고, 각종 원료가격 상승으로 인해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석유가격이 시장가격에 본격 반영되는 상반기 우리는 본격적인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고유가에 따른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에너지 비상사태”에 준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다 전향적으로 석유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 에너지의 공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에너지 체질을 바꾸는 장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앞으로 20년 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골격을 구성하게 된다. 이 계획에 반드시 석유로부터의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독립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현재 작성된 초안대로라면 석유소비는 2006년 101.8백만 TOE에서 2030년 137.5백만 TOE로 전체 에너지에서 비중은 낮아지지만 사용량은 여전히 증가하게 된다. 석유에 중독된 경제체제를 그대로 가지고 갈수록 고유가에 대한 대응능력은 떨어지고 국민경제는 휘청 인다. 한편으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는 별도로 장기적인 석유독립 시나리오와 대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일은 산업자원부와 같은 정유업계의 이익의 대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기구 구성을 통해 가능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에너지/기후변화 TF에서는 이 같은 ‘석유독립’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그릴 수 있는 조직구성을 긴급히 논의해 주길 바란다.

2008년 1월 4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 이유진 ☎ 02-747-8500 / 010-3229-4907 leey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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