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왜 사고기업의 ‘중과실’여부를 조사하지 않는가

2008.01.21 | 미분류

오늘 1월 21일, 대전 지검 서산 지청은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에 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크레인 소유주인 삼성 중공업과 유조선 측을 모두 기소하면서 쌍방 과실을 인정했다. 관련자 5명을 선원법과 해양오염방지법 위반으로 예인선 선장 2명을 구속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검찰 수사결과는 3명의 태안 주민들이 자살하는 비극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과연 사고 책임 기업은 누구이며, 사고 기업의 피해배상에 대한 무한책임이 가능한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만 판단했을 뿐, 사고 기업의 ‘고의․과실, 무모한 행위’에 따른 중과실을 밝혀내지 못했고, 의지도 없었다.

크레인 소유주인 삼성중공업과 현대 유조선측은 앞으로 해양안전심판원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과실비율을 놓고 서로 다툴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추가 조사에서 사고 기업의 중과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완전 복구, 완전 보상, 가해자 무한 책임이라는 법적 책임과 피해 주민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서산 지청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조사 결과는 예상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태안해양경찰서와 서산 지청은 조사 과정에서 선장과 선원 만을 구속, 조사했을 뿐, 사고기업의 중과실을 입증할 선주, 혹은 예인선단의 지휘 책임자를 조사하지 않았다. 운항, 지휘 책임자와 항해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기업의 책임자를 소환하지는 않은 것이다. 악천후 속에서 삼성중공업 크레인, 예인선이 항해를 강행한 이유와 결정권자는 누구인지, 왜 관제센터와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크레인 자체 일정에 맞추기 위해 항해를 강행한 점은 선장의 책임이 아니라 선주나 지휘책임자의 판단이 컸을 것이다. 삼성 법무팀의 사고 선원 입맞추기 시도조차 밝히지 못한 이번 검찰 수사 결과는 실망스럽다. 그동안 생계 터전을 잃어버리고 생명을 버릴 만큼 비탄에 빠졌던 피해 지역 주민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이번 발표는 주민들이 그간 검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불신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검찰의 수사결과만을 기다리던 피해주민들은 이제 스스로의 의지로 난관을 헤쳐나가며, 직접 원고가 되어 가해자들의 고의ㆍ과실, 무모한 행위를 밝히는 소송을 통해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녹색연합은 검찰발표가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기게 된 오늘의 발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삼성중공업은 풍랑주의보 속에서 무모하게 운항한 점, 항해일지를 조작한 점 등 충분히 법이 정한 중과실을 저질렀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지역의 최대의 관심은 바로 피해배상이 어떻게 이뤄지냐는 점이다. 사고 지역은 당장 오늘 하루도 벌어먹기 힘든 상황이며, 무정부 상태로 치닫고 있다. 오늘 서산 지검의 발표로 지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사고 기업의 중과실을 입증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지금이라도 법적 피해배상의 한도액을 줄이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피해 지역의 참담한 현실을 살펴야 한다. 사고 발생 50일이 다가서는 시점에서 한마디의 사과, 사죄도 없이 법률 대응만 신경 쓰는 삼성중공업이 글로벌기업, 초일류기업인가. 다시 한번, 삼성중공업과 사고 기업은 유, 무한 책임 여부를 떠나 국토와 민심을 초토화시킨 사회적 책임을 지고 국민과 지역 주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감 있는 피해 보상에 나설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검찰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녹색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삼성을 고발해 소송을 통해 삼성의 중과실을 밝혀내, 주민 피해보상과 생태계 복원에 대한 삼성의 무한책임을 물을 것이다.

2008년 1월 21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윤상훈 정책팀장 ☎ 02-747-8500 / 011-9536-5691 dodar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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