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재앙, 현 체계로는 주민 피해배상 실패할 것이다

2008.02.27 | 미분류

기름 재앙, 현 체계로는 주민 피해배상 실패할 것이다

– 정부차원의 피해배상 기록.관리기구 시급하다 –

기름 재앙이 닥친 서해안 피해지역의 피해배상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기록.관리기구 구성이 시급하다.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80일이 지났다. 피해지역에서 수산, 비 수산분야 등 각종 대책위가 통합되지 못하고 난립하고 있고, 국내 유수의 법률 회사들은 사고 수임 경쟁에 돌입했다. 충남도에 지원된 1차 생계안정지원금, 국민성금, 예비비 등 558억원은 피해지역과 규모에 적합하지 않은 배분으로 지역주민 간 불신과 갈등만 부추겼다. 피해주민들은 증거보전절차를 위한 사건 수임료만 피해배상 책정금액의 5~10%를 지불해야 될 상황이다. 심지어 대책위에 포함되지 못한 주민 피해와 생태계.주민건강 피해액은 배상청구조차 쉽지 않은 지경이다. 피해액이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IOPC펀드 최대 배상액인 3천억원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이번 피해배상의 본질이 아니다.

사고 직후, 당시 해양수산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배상 청구를 위한 구비서류를 주민들이 직접 준비해야 된다고 알렸을 뿐, 종합적인 피해배상 대응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 때 분명 IOPC펀드에서 부실한 피해배상을 받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의 대응책은 형편없었다. 피해지역의 각 어촌계를 방문해 피해배상을 위한 절차와 구비서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거나, 직접 주민피해를 수집하지 못했다. 시름에 빠진 주민들이 방제작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그 책임을 주민들에게 미뤄버린 것이다. 정부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민관 공동 ‘피해배상 기록.관리기구’(이하 기록관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기록관리기구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하 IOPC펀드)의 배상매뉴얼 분석, 피해상황 집계, 증거자료 수집, 배상청구 업무를 총괄하며, 정부차원의 지원금과 국민.기업․국제 기금을 총괄한 후 적절히 배분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또한 피해배상 소송을 위한 손해사정 업체와 법무법인을 정부 차원의 위 기구에서 선정하고, 향후 피해배상에 일원화, 체계화된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해양수산부가 해체된 마당에 환경부 주관으로 ’피해배상 기록.관리기구‘를 구성하고,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가족부, 충남도 등 관계 부처, 지자체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피해배상 기록․관리기구’는 사고지역 주민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에서 명시된 ‘특별대책위원회’의 내용과 활동시기를 넘어서야 한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 예정인 특별법안은 선지급 의무조항과 범위가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명시된 한계가 있다. ‘피해보상과 배상지원’ 등의 역할을 할 국무총리실 산하에 ‘특별대책위원회’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추진력을 보일 지 의문이다. 더구나 특별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3개월 정도가 더 필요하다.

지난 1월 17일, 한국을 방문한 윌럼 오스터빈 IOPC 사무국장은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피해 보상액이 ‘세계 최초로 보상 한도 금액인 3,000억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관례의 IOPC 배상 자료를 감안한다면, 피해 자료수집과 분석이 ‘철저’하고 ‘합당’하지 못하면 결국 주민 피해배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우리나라가 IOPC펀드에 요청한 금액은 736억원이지만, 방제비용을 포함해 502억원의 피해보상 밖에 받지 못했다.

IOPC펀드 배상매뉴얼에 명시된 유류사고 피해배상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기름방제와 예방조치 비용, 기름유출로 인한 직.간접적인 재산 피해,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마켓팅 비용, 환경피해로 인한 합리적인 복구 비용 등은 모두 IOPC펀드의 기준에 따라 배상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원봉사자들의 교통비, 식비, 숙박비에서 환경복원을 위한 연구비용까지, 국립공원과 갯벌 체험장 입장료 피해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홍보비용까지 배상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어떻게 이번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피해감소와 복원 비용을 배상가능한 객관적인 근거에 합당하도록 밝히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개별 피해대책위와 법률회사의 계약구조는 유류오염으로 인한 직접피해 이외의 피해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대응이 힘들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배상 기록.관리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 참고, IOPC펀드 배상매뉴얼의 피해배상 범위

1. 방제, 예방조치에 들어간 비용
    – 해상방제 비용(인력채용, 방제작업도구 구입비용, 보관비용 포함)
    – 해안선과 해안 시설의 정화 비용
    – 수거된 기름의 처리와 보관 비용
    – 기름 피해를 입은 생물들의 치료 비용
    –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된 방제용품, 식과 숙박에 대한 비용
    – 오염범위와 노출자원을 파악하기 위한 항공관측기구나 시스템에 대한 비용
2. 기름유출로 입은 직접피해
    – 기름 피해로 인한 자산세척(예, 여객선, 어업장비, 양식장 등), 정비, 대체 비용
    – 어업, 양식업, 어류가공 지역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 산업시설물들의 취수, 담수 설비 복원비용(예, 원북화력발전소의 장비와 기계 정화비용)
    – 재산이 복원될 때까지의 경제적 손실
3. 기름유출로 인한 간접피해
    – 어류 가공 시설물들의 소유자 피해
    – 손실이 오염으로 인해 생겼을 경우, 어업과 양식업에 직접적으로 상관된 사업들
      (예, 연료나 얼음 공급자들, 운반인, 도매상과 소매상 등)
    – 관광객 감소로 인한 피해
    – 관광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서비스나 물건들을 파는 당사자 피해
      (예, 호텔, 야영자, 주점과 식당의 주인 등)
4.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대책 비용
    – 어업과 관광 지역에 오염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마켓팅 비용
5. 환경피해로 인한 합리적인 복구조치와 비용보상
    –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실제로 행해지거나 행해질 합당한 비용
    – 태안해안국립공원, 마을 갯벌체험장, 해수욕장의 입장료 피해
    – 복원에 필요한 연구와 전문가 활용 비용

녹색연합은 ‘피해배상 기록.관리기구’의 신설과 다음과 같은 내용 마련을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IOPC펀드 책임한도인 3천억 원의 피해배상이 온전히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피해비용에 대한 성공적인 배상의 핵심 열쇠는 철저한 기록 관리다. IOPC펀드의 배상매뉴얼과 국제 사례를 철저히 검증해 피해배상 항목을 시급히 정리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주민들의 직.간접피해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투입 비용, 환경피해와 복원 비용, 원유의 독성과 회상 후 스트레스 질환에 따른 주민건강 비용 등을 파악해야 한다. IOPC펀드의 피해배상을 위한 청구 제기는 사고 발생 3년 이내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피해유형, 피해범위, 피해액을 산정해야 한다. 각종 영수증뿐 아니라 비용이 투입된 사항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도 정리해야 한다. 인우보증서나 관계기관의 확인서 등으로 실질적으로 어업에 종사하여왔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통계나 각종 협회 기준소득을 적용하여 소득 보전을 할 수 있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피해배상 기록.관리기구’가 IOPC펀드의 피해 청구에 포함되어야 할 기본사항인 작업계획서, 청구서, 사진과 영상자료, 소득자료 등 손해액을 산정할 충분한 정보와 증빙자료를 직접 수집, 정리해야 한다.

둘째, IOPC펀드의 3천억원 배상 한도를 넘어선 피해에 대해서는 ‘오염자 부담원칙’에 입각해 ‘가해자 무한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법적으로 가해 선박의 ‘중과실’ 여부가 입증된다면 ‘가해자 무한책임’을 따질 근거가 성립된다. 만약 법정에서 ‘중과실’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국가특별재난사태를 야기한 사고 선박이 다시는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약속의 ‘징벌적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1999년 프랑스 에리카호 사고의 판결이 올해 초 발표되었는데, 프랑스 정부는 사고 유조선사, 기름 납품 회사, 안전성을 검사한 회사에 소송을 제기해 IOPC펀드의 한도액을 넘어선 피해 금액의 무한책임을 물은 사례가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의 타르볼로 인한 양식장 피해 만도 3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인데, 수조원에 달할 전체 피해액을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셋째, 국내 정유회사들이 왜 IOPC펀드의 2004년 ‘추가 기금 배상에 관한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는지 밝혀내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IOPC는 대형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선주들의 책임한도액을 초과하는 피해에 대해 보상해 주는 국제해사기구(IMO) 산하 기구로서, 각국의 정유사 등 화주들의 분담금으로 자금을 조성했다. 2004년, IOPC는 ‘추가 기금 배상에 관한 협정’을 발효해, 추가 기금의 회원국에서 발생한 손해 한 건당 1조원(1,140백만 달러)까지 배상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OPC펀드의 15개국 대표가 참가하는 ‘행정위원회’에 속해있으면서도, 2004년 추가 기금 배상에 관한 협정에는 가입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받을 수 있는 배상 한도는 선주의 책임 한도액인 1,300억원(14만톤 이상일 경우, 최대 136백만 달러)과 IOPC펀드의 초과 배상금을 합해 최대 3,000억원(310백만 달러)까지다. 씨프린스호와 같은 대형 유조선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유회사들이 2004년 ‘추가 기금 배상에 관한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야 하고, 이에 따른 피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사고 초기, 해양수산부의 유류오염 초기 방제는 실패했고, 관련 부처의 협조는 체계가 없었다. 유출유 확산 시스템에 의한 예측은 빗나갔고 사고 당일 밤, 태안 해안은 초토화되었다. 사고 발생 만 하루가 지나도록 방제용품은 지급되지 못했고, 적절하지 못한 방제용품 지급은 원유에 의한 급성, 만성 질환을 방치했다. 어민들이 어선을 몰고 방제에 나서겠다는데도 해양경찰은 이를 막았다. 방제휀스도 적절히 배치하지 못했다. 자원봉사센터도 없이 수십만의 자원봉사자들이 사고 지역을 방문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초기 방제작업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비용은 IOPC펀드에서 받기 힘들어 졌다. 정부는 사고 대응의 안일함, 무책임성을 지금이라도 인식하고, 위의 요구사항에 충분히 답하기 바란다.

2008년 2월 27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윤상훈 정책팀장  ☎ 02-747-8500 / 011-9536-5691 dodari@greenkorea.org
                          김희정 활동가  010-4702-0796 skyheejung@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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