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대학이 나설 때다

2008.03.02 | 미분류

20080303_(보도자료)_국내_190개_전력_다소비_기관_중_대학_23곳.hwp


기후변화 대응, 대학이 나설 때다
국내 190개 에너지 다소비 기관 중 대학 23곳

2008년 3월 3일, 전국의 많은 대학이 입학식을 갖고 새학기를 시작한다. 대학의 새로운 출발과 더불어 녹색연합은 우리 대학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 한다. 녹색연합은 이성권 의원(한나라당)이 에너지 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내 190개 에너지 다소비 기관의 전력 소비량 자료를 토대로 대학의 전력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하였다(2006년 통계).

국내 190개 에너지 다소비 기관에는 대학이 23곳 포함되었다. 190개 기관의 총 전력 소비량5,807,431MWh 중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815,976MWh로 14%, 대학이 운영하는 병원(15곳)까지 포함하면 1,156,081MWh로 19%에 달했다. 23개 대학 중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 서울대학교는 1년 동안 전력사용으로 7만 747톤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고 이는 30년생 잣나무 6,846만여 그루가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포항공과대학교는 3만 1,680톤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했으며, 이는 30년생 잣나무 3,065만 여 그루가 상쇄할 수 있는 양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확장되면서 미국에서는 2007년 152개 대학 총장들이 ‘미국 대학총장 기후변화 위원회(American College & University Presidents Climate Commitment)’를 구성, 대학 캠퍼스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498개의 미국 대학들은 대학에서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최대한 줄이고, 감축이 어려운 부분은 감축실적을 구매하거나 재생가능 에너지 투자, 나무심기 등의 활동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만약에 서울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가 전력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상쇄하기 위해 배출권을 구입할 경우 서울대학교는 14억 8,495여만 원, 포항공과대학교는 9억 5,190여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2008년 2월 27일 EUA PRICE ASSESSMENT 21.25유로 기준).



* 전력 사용량 탄소배출계수 = 0.424 tonCO₂/MWh(출처:에너지관리공단)
* 탄소 중립 나무 그루수
   =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년생 잣나무의 1ha당 흡수량인 3.1탄소 톤/년으로 나눈다.
      이산화탄소 흡수에 필요한 ha 산출. 1ha에 심을 수 있는 잣나무 그루수는 3,000그루.
      산출된 ha에 3,000을 곱함. (출처 : 국립산림과학원)  
* 1인당 배출량을 계산하기 위해 (교직원 수+교수 수+학생 수)로 나눔.  
* 경북대학교, 건국대학교, 충북대학교,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는 캠퍼스 인구수에 대한 데이터를  구하지 못함.
* 2008년 2월 27일 유럽연합 내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기준. 톤당 21.25유로.
* 환율은 2008년 2월 28일 환율 1414.12원 기준.

왜 대학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하는가?    

에너지관리공단이 작성한 국내 190개 에너지 다소비 기관에는 1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포함한 공공건물 6곳, 2위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포함한 연구소 14곳, 3위 롯데호텔을 포함한 호텔 20곳, 4위 코엑스를 포함한 상용건물 23곳, 5위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대학 23곳, 6위 연세의료원을 포함한 병원 18곳 등이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다양한 주체 중에서 대학이 기후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교육기관으로서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제4차 기후변화종합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행동에 옮겨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이에 우수한 학생들과 전문 연구 능력을 갖춘 대학에서 먼저 솔선수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지성인들이 먼저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대학들이 이러한 책임을 인식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둘째, 대학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사용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면, 대학 운영비도 절감 된다.

올해에도 대학 등록금은 6%~15까지 인상되었고,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다. 지난 2월 27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수도권 4년제 대학들의 예·결산 자료를 보면, 대학들은 예산 부풀리기를 통해 2006년도 한 해 동안 총 6,284억, 학교별로 평균 108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적립하였으며 적립금의 평균 84%는 건축기금과 용도가 불명확한 기타기금으로 적립되었다. 대학에서는 등록금 상승 원인 중 하나로 운영비 증가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학교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벌여왔는지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부문만 보더라도 한국의 대학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은 전혀 하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해외 대학이 학교 홈페이지에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과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한 목표를 게시해 놓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대학 홈페이지 중 어느 곳에서도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대학의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특혜를 받고 있다. 대학에서 사용하는 전력요금은 일반용 전기보다 21% 저렴하게 책정되어있다. 일반용 전기가 kWh당 97.91원인데 반해 교육용 전기는 77.48원이다. 2006년 한해에만 교육용 전기요금은 다른 부문에서 약 154억 원의 교차보조를 받았다. 2006년 전체 전력소비증가율은 4.9%였으나 교육용은 오히려 11.2% 증가하였다.

대학이 소비하는 에너지량를 줄이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대학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은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하면서 녹색캠퍼스 대출펀드 프로그램을 통해 2년 동안 6,726톤의 이산화탄소, 17만3,000배럴의 물, 90톤의 폐기물을 줄였다. 이런 노력을 통해 연간 88만9천 달러에 달하는 운영비를 줄일 수 있었다.

셋째, 대학이 기후변화대응 방안을 세우고 실천하면 그 자체로 수만 명에 달하는 예비 사회인들에 대한 기후변화 교육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학의 기후변화 대응 실천과제  

대학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별(냉난방, 전력, 물, 교통, 폐기물, 녹지 등) 온실가스 배출 인벤토리 현황을 보다 상세하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출원별 현황을 계산하고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 결과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대학내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 구조와 대학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녹색연합은 대학의 기후변화대응 방안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대학은 대학행정, 교수, 학생들이 참여해 기후변화 대응과 실천을 논의할 수 있는 학교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2. 대학은 캠퍼스 내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에너지, 물, 폐기물에 따른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측정하고, 연도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해야 한다.

3. 대학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냉・난방부문의 효율개선, 대학 내 바이오연료 사용,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통한 에너지 자립도 향상 등) 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4. 대학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강좌 개설과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2008년 3월 2일

녹 색 연 합

담당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이유진 ( leeyj@greenkorea.org )
                                                김명기 ( yopjypeyes@greenkorea.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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