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석유취약성 지수 세계 2위 유류세 10% 인하는 석유 의존을 더욱 심화시킬 것

2008.03.04 | 미분류


한국 석유취약성 지수 세계 2위
유류세 10% 인하는 석유 의존을 더욱 심화시킬 것

정부는 3월 3일, 국무회의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의 유류세 탄력세율을 10% 인하하고, 5월1일부터는 2년 동안 한시적으로 택시용 LPG 유류세(ℓ당 170원)를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고,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세계 식량가격 상승도 예사롭지 않다. 서민들의 삶이 힘들기에 유류세 인하가 반가운 소식일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멀리 내다본다면 유류세 인하는 <석유정점> 시대에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다.    



국제학술지인 <에너지정책 Energy Policy> 2008년 3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유 취약성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도에너지자원연구소(The Energy and Resources Institute)가 26개 석유 순수입국의 석유취약성 지수를 분석해 지수로 나타냈다.
석유취약성 지수가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고유가와 석유정점의 위기에 다른 나라보다 더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으며, 사회경제적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취약성 지표는 크게 시장위험성 지표(GDP대비 석유수입 비율, 1인당 GDP,  전체에너지공급량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와 공급위험성 지표(석유소비량 대비 국내매장량 비율, 석유순수입의존성 및 지정학적 석유시장집중위험에 대한 노출도, 시장유동성)로 나뉜다.
시장위험성은 유가급변으로 인한 거시경제 위험성을 의미하며, 공급위험성은 물리적으로 석유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의 위험성이다.


우리나라 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유취약성 지수가 높은가?

논문에 따르면 26개국 전체 석유취약성 평균치는 0.64이다. 평균취약성지수치가 1인 필리핀, 한국, 인도가 ‘가장 취약성이 높은’ 그룹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0.98로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논문의 본문 중 <그림5>는 공급위험성과 시장위험성을 좌표로 4분할하여 해당 26개국을 표시한 것이다.

제 3면에 속한 국가들은 시장위험성과 공급위험성 모두 높은 국가를 나타낸다. 이 국가들은 국내 석유매장량이 전무해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수입원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 수입의 80%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에서 수입한다. 1차 에너지의 약 50%를 석유에 의존하며, 국내총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석유 집중도는 인도, 필리핀,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석유수입액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88%로 필리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석유 공급선을 바꿀 수 있는 시장 유동성은 26개국 중 5번째로 낮았다. 2006년 원유 수입은 560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18%를 차지했다.

다가오는 석유정점, 위험은 점점 더 커진다

세계석유시장과 가격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는 국제정세의 불안도 있지만 앞으로 석유정점 요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생산이 정점에 이르면 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관계는 고조되고 가격은 급상승한다. 대다수의 OPEC비회원국에서 석유 생산이 이미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곧 OPEC의 세계석유공급 통제능력이 확대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전세계 석유공급이 불안정해지므로 석유에 대한 취약성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석유정점시대를 맞는 석유취약성 지수 세계2위인 한국의 대안은?
“탈석유 정책”마련 시급 – 석유독립 시나리오 준비해야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인 일본이 취약성이 다소 낮은 국가(18위)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GDP대비 석유수입량 비율, 전체에너지공급량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다. 일본의 에너지 원단위가 0.11 TOE/천불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35TOE/천불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에너지를 3배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금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을 수립 중에 있다. 이 계획에 반드시 석유로부터의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독립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현재 작성된 초안대로라면 석유소비는 2006년 101.8백만 TOE에서 2030년 137.5백만 TOE로 전체 에너지에서 비중은 낮아지지만 사용량은 여전히 증가하게 된다. 석유에 중독된 경제체제를 그대로 가지고 갈수록 고유가에 대한 대응능력은 떨어지고 국민경제는 휘청 인다. 따라서 정부의 유류세 10% 인하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다. 당장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국민들을 더욱더 큰 위험에 내모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다 전향적으로 석유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 에너지의 공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이에 녹색연합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국가차원에서 장기적인 석유독립 시나리오와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석유독립’을 위한 장기비전을 준비할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고, 지역생산 바이오연료(유채, 폐식용유)의 활용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 석유수요를 억제해 석유수입을 줄여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석유집중도가 높은 부문에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 석유수입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인 구소련이나 카스피 연안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 자동차와 도로중심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자동차에서 철도, 대중교통, 자전거로 운송수단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에 대한 통계 자체가 없으며,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유류세를 인하해서는 안된다.  
● 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민들이 석유에 의존하는 삶을 바꿔 나갈 수 있도록 한다.  


2008년 3월 4일
녹 색 연 합

담당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팀장 이유진 (leeyj@greenkorea.org, 02-747-8500)

※ 인용 논문 Eshita Gupta. (March 2008). Oil vulnerability index of oil-importing countries. Energy Policy, Volume 36, Issue 3, Pp. 119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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