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핵참사 22주년 성명

2008.04.27 | 미분류

[체르노빌 핵참사 22주년]

핵은 기후변화 대책이 될 수 없다.
핵발전소 확대계획을 중단하라.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4분, 체르노빌 핵발전소 4호기가 폭발했다. 핵분열 연쇄반응 제어불능으로 인한 잇단 폭발로 50여 톤 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었다. 보수적으로 집계한 유엔보건당국 발표만으로도 9천300여명이 사망했고, 그린피스는 사망자수를 그보다 10배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도 핵발전소 4호기를 중심으로 반경 30㎞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원자로 자체는 세로 100m, 높이 165m 크기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폐쇄되어 있다.

22년 전에 일어난 인류 최대의 핵사고는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의 사고로 우크라이나 일대의 자연은 황폐화 되어 있고, 각종 질병과 암에 시달리는 이들이 남아있다. 핵발전소 주변에 살던 11만 6천명의 주민들도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체르노빌 재앙은 현재도 계속돼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교훈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원자력은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지금까지 은폐되고 밝혀지지 않았을 뿐 한국에서도 핵발전소에 대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2002년,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의 관 절단으로 인한 냉각수 누출사고, 2004년, 영광 5호기 방사성물질 누출, 2007년, 핵물질 3kg이 들어있는 우라늄 시료 소각장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핵사고의 위험성에 견주어 볼 때, 이보다 더한 안전 불감증은 없다. 이처럼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우리는 핵산업과 핵발전을 감시하고 통제할 독립적인 기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핵산업계는 핵발전소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이라는 선전을 시작하고 있다. 4차 기후변화종합대책에서 정부는 원자력을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으로 소개하고 이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선진국형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구현을 위해 원전 중심의 저탄소 에너지원 확충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에너지원인 우라늄을 채굴, 정제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된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해체, 폐기물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 역시 만만치 않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우라늄도 손쉽게 채굴할 수 있는 자원량이 줄어들어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라늄 가격도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원자력 발전 확대는 치명적인 사고위험,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우라늄 가채연수, 핵확산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은 해답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에는 지금껏 대안이 없다. 또한 원자력발전 위주의 전력산업 구조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하는 노력을 방해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매년 100억 이상의 예산을 원자력문화재단을 통해 핵에너지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홍보하는데 지출하고 있다. 핵발전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정직하게 논의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데 급급한 것이다.

영국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정부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을 검토한 ‘저탄소 경제에서의 원자력’이란 보고서에서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다. 독일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2기가 문을 닫는 것을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 퇴출이 진행 중이다.

체르노빌 22주년. 체르노빌은 기억되어야 하며, 그 기억만이 우리를 올바른 선택으로 이끌 것이다. 핵발전소의 건설, 수명연장, 운영에 관한 투명한 정보공개, 독립감시기구의 구성, 핵발전소 추가건설 중단,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대안으로 에너지 절약, 효율향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이 바로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안이다.

2008년  4월  27일

녹  색  연  합

※ 문의 : 에너지.기후변화팀장 이유진 / 010-3229-4907 / leey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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