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22달러, “집나간 에너지 정책을 찾습니다

2008.05.07 | 미분류

유가 122달러, “집나간 에너지 정책을 찾습니다!”

  6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 당 122달러까지 치솟았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2년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정책에 적신호를 울리는 유가급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국가의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인 ‘2030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의 향방을 알 길이 없다. 지난해 12월 공청회와 심의를 거친 이 정책들이 새 정부 들어서 실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진행된 에너지ㆍ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거의 실종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 10% 인하는 지난달 세금 인하효과를 모두 잠식한 뒤 효과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또다시 5월부터 택시용 LPG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등 유류세 전액을 면제하고, 경차연료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환급해주고 있으며, 오는 20일부터는 도로공사 운영 고속도로에 대한 출퇴근시 통행요금을 최대 50%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지금의 유가인상은 이 같은 단기 처방으로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앞으로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다 전향적으로 석유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 에너지의 공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에너지 체질을 바꾸는 장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대책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4일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제16차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열고 ‘新고유가시대 에너지절약대책’을 발표했다. 실내 냉난방 온도제한조치(여름 26℃ 이상, 겨울 20℃ 이하)와 건물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도 확대,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 등을 담았다. 그런데 실내 냉난방 온도 제한을 위반한 가정에 과태료를 물리겠다던 정책은 실행불가능을 이유로 가이드라인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연비 1등급 차량의 경우에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주차료를 할인해 주기로 한 것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발표한 대책이 속속 철회되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정책자체의 미비, 부처협의와 조율 부족, 의지 부족 등 총체적 난관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은 또 어떠한가. 지난 4월 25일, 지식경제부는 태양광 발전차액 기준가격을 5단계로 세분화하고 최소 8.4%(소용량) 최대 30.2%(대용량)까지 인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2년부터는 발전차액 지원제도 대신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기준가격 인하 결정은 태양광발전사업을 포기하는 결정이다. 태양광산업에 대한 신규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는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에 효과적인 정책이 아니다. 지식경제부는 지금 시민들에게서 에너지 생산의 꿈을 빼앗고, 한국을 에너지 후진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태양광발전차액 기준가 대폭인하 방침을 재검토해야 하고, 일방적인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지금 ‘2030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을 수정하고 보완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언론을 통해 6월 중 수정된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현재 ‘2030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 수요예측에 있어 유가전망을 2030년 57달러를 전제로 작성된 것이라 수정이 불가피하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2030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보완하면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해 계속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취할 것인지,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2030년 9% 목표로 하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2030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반드시 석유로부터의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독립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현재 작성된 초안대로라면 석유소비는 2006년 101.8백만 TOE에서 2030년 137.5백만 TOE로 전체 에너지에서 비중은 낮아지지만 사용량은 여전히 증가하게 된다. 석유에 중독된 경제체제를 그대로 가지고 갈수록 고유가에 대한 대응능력은 떨어지고 국민경제는 휘청인다. 장기적인 석유독립 시나리오와 대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격구조 개편, 세제 개편 등의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을 촉구한다.

2008년 5월 7일

녹색연합

* 담당 :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 팀장 이유진 (leeyj@greenkorea.org,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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