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수렴과 소통 원한다면
쇠고기 재협상과 운하 백지화부터 시작해라 –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쇠고기 수입 논란에 대해 국민 여론수렴과 소통에 소홀함이 있음을 사과했다. 그러면서 한․미 쇠고기 수입 건에 대해 우리가 수입하는 쇠고기는 미국 내수로 소비되는 것과 똑같은 품질이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향후 식품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를 차치하고 한미 FTA를 비준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번 담화를 보면서 대통령이 정말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지, 왜 오늘과 같은 국정 난맥상이 발생했는지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여론수렴과 소통의 부재’를 한마디 사과발언으로 모든 것을 덮고자 한다면, 이는 국민 여론의 향방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광우병 파문은 ‘광우병 괴담’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국민 어느 누가 이번 담화문의 진정성을 믿겠는가?
국민건강과 검역주권 포기에 관한 사항은 ‘향후’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진행형으로 우선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대통령은 마치 문제가 되는 쇠고기 협상에 대해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큰 성과를 얻은 것처럼 설명했지만 이번 미국과의 재협의는 한․미 쇠고기 협의문에 대한 재협상이 아니며, 문제의 본질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광우병 괴담 운운하면서 또 다시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광우병 위험물질의 국내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문제로 불거진 현재의 난맥상을 푸는 해답은 기존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하는 길밖에 없다.
‘한미 FTA 비준’, ‘경제의 새로운 활력’, ‘국민 소득향상’, ‘일자리 창출’ 이전에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은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안정화’하는 것이다. 국민 건강은 토건국가 부흥을 위한 경제 활력 이전에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필수조건이다. 국민들을 위험한 먹을거리에 노출시키면서, 이것은 향후 국민 소득향상을 위한 것이라니, 주객이 바뀌어도 이런 경우는 없다. 올바른 국정운영의 방향으로 입이 있으면 말할 것이며, 귀가 있으면 들어야 할 것이다.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석고대죄하고 ‘민의’가 무엇인지 ‘민생’의 현장으로 직접 발 벗고 들어가라.
최근의 쇠고기 협상, 한반도 운하 등 국정 난맥을 만들었던 사항은 대통령의 발언처럼 ‘국민 여론수렴과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 70% 이상이 반대하는 운하사업도 이젠 하천정비를 위한 ‘치수’ 사업이며,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이 어제 대구에서 밝혔다. 한쪽에선 담화문을 발표하고 한쪽에선 국민여론에 반하는 정책추진에 갖가지 꼼수를 동원하여 열을 올리는 것이 현 정부의 모습이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지지도가 2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서는 불도저 CEO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을 버려야 한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혈세를 쏟아 붓는 언론광고와 ‘여론몰이’는 삼가야 한다. 대통령이 진정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민여론과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면, 쇠고기 재협상과 한반도 운하 백지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윤상훈 정책팀장 ☎ 02-747-8500 / 011-9536-5691 dodari@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