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고유가 대안이 될 수 없다. ‘소통’ 부족한 정부, 제2의 부안사태를 원하는가?

2008.06.04 | 미분류

원자력은 고유가 대안이 될 수 없다

“소통” 부족한 정부, 제2의 부안사태를 원하는가?

6월 1일, 정부는 언론을 통해 고유가에 대비해 현재 36%인 원자력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55.7%까지 높일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9기가 추가로 건설되며, 이러한 내용은 오늘 열리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거쳐, 26일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계획대로 된다면 2030년까지 국내 원전은 현재 가동 중인 20기와 건설 및 준비 중인 8기, 신규 건설 9기 이상 등 37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연합은 고유가라는 위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원자력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에 할 말을 잃었다.

우리사회는 지난 2003년 정부의 일방적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추진으로 이른바 “부안사태”를 겪었다. 비록 그 뒤 경주에 방폐물 처분장을 선정했으나 그 과정에는 4개 후보지역에서 심각한 주민갈등과 3천억원의 현금지원, 8조원의 인프라지원, 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이전 등 막대한 비용을 치루어야 했다. 그마저도 사용후핵연료의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 단지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문제에 국한된 것이었다.  

정부가 9기 이상의 신규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포화상태에 있는 기존의 부지외에 새로운 원전부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국내 신규원전 부지의 추진은 부안의 아픈 기억과 사회전체가 맞닥뜨려야 할 갈등을 감안할 때 안 그래도 굴욕적 쇠고기협상과 고유가로 분노에 찬 국민들에게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출범이후부터 이명박정부가 제출한 에너지정책들이 심층적인 검토없이 남발하다 단 며칠만에 백지화하는 해프닝을 여러차례 보아왔다. 이번 계획도 앞서의 계획들과 마찬가지로 현실감과 고민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유가에 대한 대책이지 전력부족에 대한 대책이 아니다. 2006년 우리나라가 소비한 석유제품 총 7억6,552만 배럴 가운데 4억369만 배럴(52.7%)이 산업부문에, 2억6,114만 배럴(34%)이 수송부문에 사용되었다. 발전용으로 사용된 량은 2,717만 배럴(3.5%)에 불과했다. 고유가에 대비해 산업과 수송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를 대폭 증설하는 것을 마치 근본적인 대책을 세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또한 지금 당장 건설을 시작하더라도 10년 후에나 전력을 생산할 원자력발전소는 대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전력부문에서는 경제수준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상승한 전력수요와 에너지공기업들의 거품을 없애는 작업이 원전논쟁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1인당 전기소비량은 소득수준이 두세배 이상인 영국, 독일, 프랑스 국민들의 전기소비량을 추월한 상태이다. 녹색연합은 이미 지난 5월 국내 양수발전시설들이 연 이용율 4%로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양수발전시설을 건설을 지속하는 한전과 그 발전자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폭로한 바 있다. 양수발전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국내 전력설비와 전력공급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라는 정부의 안이 자칫 우리사회가 고유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고유가에 대한 대책이라면 가장 먼저 1차 에너지원에서 43.6%를 차지하는 석유비중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당장 유가상승으로 생계에 고통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통부분에서는 도로중심의 교통체계에서 철도로 전환을 해야 하며, 자동차가 아니라 대중교통과 자전거의 수송분담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7×9 도로 건설망 구축 계획도 재검토해야 한다.

좁은 국토면적에 이미 원자력발전소는 너무 많이 들어서 있다. 이제 더 지을 곳도 없다. 역사적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가는 곳마다 갈등이 양산되지 않았는가. 정부의 일방적인 핵발전소 추가건설 결정 및 계획추진이 이루어진다면 이에 대한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저항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고유가에 대한 대안이 엉뚱하게 원자력발전소 확대 결정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확대 계획을 철회해야 하고,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고유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2008년 6월 4일

녹  색  연  합

※ 담당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이유진 ☎ 02-747-8500 leey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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