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중복·과잉투자, 부담은 국민의 몫

2008.08.12 | 미분류

기후변화 시대의 교통정책 시리즈 ②

도로 중복·과잉투자, 부담은 국민의 몫

고유가의 영향이 사회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와 기후변화체제라는 시대에 직면한 상황에서 교통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내용을 담아 3편의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두 번째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도로 중복․과잉투자의 실태를 알린다.

여름 휴가철로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들이 몰려 영동고속도로가 또 정체란다. 으레 “또 정체군. 도로가 더 필요한 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우리나라 도로가 부족한 것일까?

도로 중복·과잉투자, 이제 그만

국토해양부는 ‘94년 교통시설특별회계를 설치하여 교통시설 투자재원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교통시설특별회계 설치 이후 12년 동안 투자금액의 평균 60%가 도로에 쓰였다. 교통예산의 60%를 12년 동안이나 투자했음에도 여전히 도로가 부족하다며 도로공사에 여념이 없다. 2007년 한해에만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광역도로 등 481개의 도로가 건설되는데 힘을 쏟으며 투자한 예산은 1년에 7조에 이른다.

표1.  부문간 투자재원 비율 변화추이



그럼에도 국토해양부는 선진국수준 운운하며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서의 도로투자비율을 봤을 때에는 여전히 도로가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토면적당 고속도로 연장은 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다 (표2. 참고).

우리나라 도로율이 낮은 이유는 고속도로와 국도 지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방도로와 기타도로의 부족 때문임에도 국토해양부는 이를 뭉뚱그려 OECD 평균에서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로건설 예산의 60%가 고속도로와 국도건설에 사용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운영 중인 고속도로는 3,368km이다. 2019년까지 지금 현황보다 약 1.7배에 달하는 연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후 수십 년간 도로는 끊임없이 지어질 계획이다. 기존 남북축 도로는 확장계획을 세우고, 동서축은 신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여건, 인구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장부족이라는 지표의 단순해석으로 국가교통정책과 도로정책을 왜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동안 이와 같은 주먹구구식의 도로연장 증가정책이 결국 도로중복 과잉투자로 이어져, 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왔음은 이미 수차례 밝혀진 바다.

100% 민자도로라는 것은 허상

“괴산과 문경을 연결하는 도로가 무슨 도로냐” 라고 물으면 어떻게 말해야할지 난감하다. 중부내륙고속국도, 국도3호선, 구국도 이렇게 차를 이용할 수 있는 도로만 3개 구간이 있다 (사진1.참고).

사진1. 중복구간_국도3호선과 중부내륙고속국도(이화령)


국도3호선 이화령터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도로다. 국가의 재정부담 없이 적기에 필요한 교통수단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민간자본으로 시작한 첫 사업이었지만 예측교통량의 10%에 그치는 교통량으로 인한 적자보전이라는 국토해양부의 도로정책 부실함으로 결국 국가가 건설비를 물어주고 떠 않을 수밖에 없었다. 민간자본으로 도로를 운영한다는 단꿈은 도로중복투자와 부실운영으로 정부정책 실패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림1. 참고)  

그림1. 국도3호선 이화령터널 예측통행량과 실제교통량


그런데, 이런 아픔이 또 예상된다니 무슨 일인가? 춘천~양양간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강원도 인제와 속초를 연결하는 미시령터널은 제2의 이화령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개통한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미시령터널 적자보전에 대한 문제점과 인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한해에만 강원도는 미시령관통도로주식회사에 36억을 적자보전 해야 했다. 문제는 앞으로 2035년까지 이렇게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강원도 재정자립도는 16개 광역시도 중 13번째로 28.3% 수준이다. 강원도 재정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미시령관통도로는 더구나 비싼 통행료로 인해 강원도민 조차 외면하는 실정이다.  

고속도로를 개통하면 노선이 비슷한 국도의 교통량은 고속도로 개통 전 교통량의 60~7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통계로 나와 있다. 만약 고속도로 노선과 유사한 국도가 민자로 건설되어 통행료를 부과하면 그 비율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이와 같은 민자도로가 수도권에는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고 계획 중이다. 수도권 중심에서 균형발전을 앞세우며 각 지역에 도로를 만들면서 여전히 수도권 주변도로도 확충하고 있는 셈이다.

민자라는 이름하에 지어지지만 건설비의 30%는 국고로 지원되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 세금은 여전히 무분별한 민자도로 건설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은 건설업자의 이해에 기반한 민자도로의 확장으로 귀결되고 있다. 도로공화국이라는 토건국가의 현실은 빼도 박도 못하게 우리의 도시를 도로와 자동차로 포위하고 있고 시민들은 세금 내고 더욱더 쾌적하지 못한 도시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한치 앞도 보지 못한 『국가기간교통망 수정계획』

『국가기간교통망 수정계획』의 주요 핵심은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도로와 철도비율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국가기간교통망계획(’00~’19)은 효율적인 교통체계 구축에 있어서의 한계와 부문내·부문간 중복투자의 문제 등 교통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미약하다고 지적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수정된 『국가기간교통망수정계획』은 여러 이해 집단 속에서 제대로 된 고려도 하지 못한 채 고유가, 기후변화의 변수에 대책 없는 교통계획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가 장기 교통계획이 정치적 입김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도로중복․과잉투자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붉어지면서 이에 대한 정책연구가 진행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고속도로와 국도 가운데 이런 식으로 중복 투자된 구간은 8개 노선 320km, 예산낭비는 8조 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기간교통망수정계획』이 수정될 때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칸막이 정책과 예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선도로망 투자 효율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부문의 성과지표(계획대비 공정율, 고속도로 총연장, 국토계수당 도로연장, 4차로 이상의 국도비율 등)는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의 지표라기보다는 공급자인 정부위주의 지표로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그동안 정부는 교통 혼잡과 정체는 도로건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기존 성과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가기간교통망수정계획』에서는 2019년 교통수단 간 효율적인 수송 분담 비율로 도로는 77%, 철도는 19.8%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일본철도의 여객수송 분담율은 27.1%에 달한다. 일본도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2019년 우리가 예상한 수송 분담율로는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대책이 적용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고유가,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통량의 수요관리가 절실하다. 기존 도로의 예측교통량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놀고 있는 도로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전에 더욱 철저한 수요관리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도로 공급으로 교통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도로건설을 위한 예산을 줄이는 것이다.  

2008년 8월 12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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