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기 인식 부재, 졸속 추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반대

2008.08.13 | 미분류

에너지위기 인식 부재, 졸속 추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반대

에너지는 우리의 미래이다.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을 통해 에너지문제 대한 해법과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는 경제정책과 산업정책, 환경정책이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에너지 사용과 그로 인한 환경적인 부하와 기후변화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우는 방식은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전면 국가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은 현재와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작성되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에너지시민회의(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의식은 에너지 수요 관리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면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한 공급 대안으로 해외자주개발과 핵발전소 확대에 중점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계획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이로 인한 실천의 절박함이 담겨있지 않다. 기후대책으로 에너지 수요관리, 에너지 이용효율 개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인 부분임에도 이 부분이 매우 부실하게 작성되었다.

에너지시민회의(준)는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작성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관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다. 그동안 워크샵과 공개토론회에서 에너지시민회의(준)은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기존안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에 에너지시민회의(준)은 에너지위기 인식이 부재하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 또 다시 들러리로 참여할 것을 거부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공청회가 원천 무효임을 선언한다.

첫째, 유가 전망과 수요전망의 잘못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마련한 기본계획의 초안을 보면 2030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118.7달러로 예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수요가 연간 1.7%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6년 대비 28.7%에 이르는 에너지소비 증가를 예측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위기를 인식하지 못한 전망이다. 경제발전이 고부가가치 고효율 사회로 전환시키면서 에너지수요는 정점 후에 감소할 것이다. 2030년은 지금보다 에너지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수급불균형, 투기자본, 지정학정 불안정 등 고유가의 원인은 미래에도 해결되기 보다 더 악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한정된 석유 가격의 상승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고유가 시대의 도래는 에너지 수요를 더욱 적극성을 갖고 줄여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에너지 구조를 화석연료에서 독립하여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정부는 안이한 국제유가 전망을 내놓으면서 에너지 효율향상 등을 통한 에너지수요를 줄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 핵발전소 비중의 지나친 확대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은 발전소 비중을 현재 설비 비중의 26%에서 40.6%로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발전비중을 현재의 40%에서 59%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는 지난 30년 가까이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엄청난 사회 갈등과 이에 따른 사회비용을 잘 알고 있다. 여전히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방안에 대한 사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계획을 실행하려면 추가 핵발전소를 9-13기 건설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발전소 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놓고 볼 때 신규핵발전소 건설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할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잘못된 기본계획은 새로운 사회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셋째, 가장 시급한 에너지 가격구조개편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원가 이하의 왜곡된 전력요금 체계, 즉 심야전력, 산업용 경부하 요금으로 인해 전력의 50%를 소비하는 산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겨울과 밤에 전력수요가 폭등하며 한전이 적자를 입게 되자 국민세금으로 보전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의 해결을 전기가격 체계의 개선이 아니라 기저부하 설비를 증대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현재도 기저부하설비는 80%가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심야전력 폐지 및 대체 등의 개선은 향후 5년 내에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넷째, 과도한 기저발전비중으로 인한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이다. 현재도 기저발전비중이 80%라서 세계 최고 수준인데 지식경제부의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기저발전 비중이 87.8% 이다. 전력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전력체계가 한꺼번에 다운되므로 과도한 기저발전비중, 자유로운 출력조절과 가동중단이 위험한 원자력 비중을 60%까지 했을 경우 전력 공급에서 심각한 문제에 이를 수 있다. 나아가 작년 일본이 겪었던 것처럼 지진으로 인해 7개 원자력발전소가 동시에 전력 공급망에서 이탈하게 된 사건이 월성과 고리 등지에서 발생한다면 한꺼번에 8~12개의 원전이 전력 공급망에서 이탈하게 되어 한반도의 전력공급체계는 일시에 마비될 수 있다.

다섯째, 낮은 재생가능에너지 목표이다. 이미 유럽은 상당량의 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확보하고 있으며 이웃 중국조차 2030년 전체에너지의 2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확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30년 재생가능에너지 목표를 겨우 9%를 잡고 있다. 이는 고유가와 에너지위기를 맞아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그 성장률이 매년 20-30%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분야에 아예 손을 놓겠다는 것과 같으며 그 결과는 석유에 이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서조차 또 다시 대외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기본계획은 말 그대로 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종합계획이어야 함에도 최종 에너지 소비의 17%만을 차지하고 있는 전력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많고 수요관리를 통해 에너지절감 효과가 큰 수송 분야나 건물, 난방 계획과 산업분야의 생산과정에서의 에너지 수급계획이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워크샵 과정에서 수송과 건축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와의 협의, 논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사전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이번 국가에너기본본계획안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 것이며, 이번 기본계획 작성의 목적이 핵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차와 관련한 내용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진행된 워크샵과 토론회는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이른 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시간들이었다. 문제는 횟수를 거듭했지만 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마치 벽에다 대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같았다. 결과적으로 지식경제부 스스로도 “각 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다.

고유가와 기후변화 등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고서는 작금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으며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에너지위기를 해결하기는 보다 더 고착화할 원전에 대한 환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소비 절대량을 줄이고 왜곡된 에너지 가격구조를 전면 개편하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국가에너지 장기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그런 비전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비전과 미래가 없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반대한다.

2008년 8월 13일

에너지시민회의(준)

기독교환경연대, 녹색교통, 녹색연합, 부안시민발전소, 불교환경연대, 생태지평, (사)소비자시민의모임, 시민발전, 여성환경연대, 에너지전환, 에너지정치센터, (사)에너지나눔과평화, 청년환경센터, 한국YMCA전국연맹, 한살림,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기후변화센터, 환경정의(이상 총 19개 단체)

※ 문의 : 에너지나눔과평화 김태호 사무처장 017-219-5188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부장 018-288-8402

<참고자료: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030에 대한 시민단체 의견>

● 미국 DOE/EIA 유가 전망을 인용하면서 통상적으로 실질가격으로 제시된 유가(118.7달러)를 명목가격(185.7달러)으로 전환해서 강조하는 것은 에너지위기에 대한 안일한 대응방안을 축소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 경제수준 대비 에너지다소비 국가에서 고부가가치 고효율 국가로의 전환이 시급한데도 2006년 대비 32%에 이르는 에너지소비 증가를 예측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위기를 인식하지 못한 전망으로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2015~2020년 수요정점을 삼고 효율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국가에너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 OECD 평균 에너지원단위 0.19에 비해 매우 높은 0.347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 2030년에 현재의 OECD 평균의 에너지원단위를 목표로 하는 대신 고효율 국가인 일본(0.11) 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특히 에너지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를 고효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개선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왜곡된 에너지가격을 개선함으로서 가능하다.

● 수송, 건축 등 전반에 걸친 국가에너지 비전이 아닌 전력중심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또 다른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그 위상이 전락된 것이다. 전력정책을 관할하고 있는 지식경제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추진하면서 발생된 구조적인 문제점이며 타부서와의 통합적인 에너지정책 수립이 어려워지게 된 원인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여타의 단기적인 기본계획을 통합하는 최상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으로서 다시 그 위상이 회복되어야 한다.

● 총에너지에서 2차 에너지인 전력 비중을 늘리게 되면 1차 에너지 대비 최종에너지 비율이 더 낮아져서(74.4%->69.1%) 에너지를 쓰기도 전에 30%의 에너지를 버리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난방, 요리 등을 열에너지 대신 전기로 쓰지 않도록 하는 등 전력 비중을 낮추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 원가 이하의 왜곡된 전력요금 체계, 즉 심야전력, 산업용 경부하 요금으로 인해 전력의 50%를 소비하는 산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겨울과 밤에 전력수요가 폭등하며 한전이 적자를 입게 되자 국민세금으로 보전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의 해결을 전기가격 체계의 개선이 아니라 기저부하 설비를 증대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현재도 기저부하설비는 80%가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심야전력 폐지및 대체 등의 개선은 2013~2030년 장기 계획이 아닌 향후 5년 내에 실시해야한다.

● 원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60%까지 확대하는 계획은 원전설비 과잉으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더구나 섬과 같이 전력망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지리적인 상황에서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전 출력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원전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전력원에 의존하고 한 곳에 8기~12기씩 집중된 원전으로 인해 지진 등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 일시에 전력공급이 중단된다면 전력공급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 우라늄 역시 유한한 자원으로 고갈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가동하는 고속증식로 역시 고비용과 위험부담으로 인해 미국, 일본, 프랑스가 포기한 기술이다. 원자력 르네상스 역시 부풀려져 있어 인도, 중국, 한국을 제외하고 핵발전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나라는 없다.

● 전력원 구성을 정함에 있어 사용하는 WASP 모델은 원전과 같은 대규모 발전설비를 소비처와 멀리 떨어져서 건설해서 송배전하는 비용, 즉 현재 서울-부산 간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하고 있는 2조원 가량의 765kV 송전선로 비용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므로 모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심야전력과 산업용 경부하 요금으로 인해 왜곡된 부하패턴을 고려해서 작업을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공동 작업을 요구한다.

● 일조량이 독일보다 20% 많고 삼면이 바다라서 풍부한 해상풍력 잠재량을 가지고 있으며 산지가 많아 바이오매스 잠재량도 풍부한데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이 최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결과를 도출하게 된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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