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두루미,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2008.09.10 | 미분류

멸종위기종 두루미,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 수자원공사의 군남 홍수조절지 공사 단축 계획, 두루미 생존에 치명적
– 환경부, 허울 좋은 람사르 총회보다 두루미 서식지 보전 우선해야

국내 두 번째 두루미 서식지인 연천 민통선 임진강 유역의 두루미들이 올 겨울 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군남 홍수조절지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며 사업자인 수자원공사는 두루미 서식지 보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 달 안으로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추가 협의를 거치는 대로 14개월 공기 단축을 위해 야간에도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먹이부족과 야간공사로 인한 소음과 조명이 두루미들의 서식에 치명적인 위협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루미는 전 세계에 28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으로, 녹색연합은 지난 1월 현장조사를 통해 이 지역에서 170여 개체의 두루미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올 겨울 찾아 올 두루미 다 떠날 판
군남 홍수조절지 건설사업은 이 지역의 두루미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매입한 수몰 예정지인 홍수터는 기존의 율무밭과 논으로, 이 지역에서 월동하는 두루미 서식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올 해부터 이 지역에서 행해진 경작금지로 인해 1m 이상되는 다년생 초본이 무성한 상태다. 두루미들의 대부분의 먹이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업자인 수자원공사는 현재 두루미 서식지 보전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 겨울 대책으로 먹이주기를 계획하고 있으나 먹이주기 방식과 수량에서 실효성이 매우 적다. 한국두루미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먹이주기 방식은 먹이를 집중화하기 때문에 기러기와 멧비둘기가 먼저 접근해, 예민한 두루미들이 먹이를 공급받기 어렵고 사업자가 책정한 먹이 수량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는 두루미의 밥을 뺏고 사탕을 물려주는 격”이라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자원공사가 계획하고 있는 야간공사는 두루미 잠자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는 사업자가 작성한 야간공사로 인한 영향예측에도 명시되어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겨울철 야간공사까지 강행한다는 것은 이 지역의 두루미들을 대놓고 내 쫓는 것과 다름없다.

람사르 총회를 앞둔 환경부의 이중적 태도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조사를 통해 이 지역의 두루미 개체수가 국내 두 번째임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2005년, 환경부가 두루미 서식지 보전대책이 전무한 환경영향평가에 협의해 준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환경부는 10월 국제 습지행사인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있다. 동시에 국제적 멸종위기종 두루미의 안정적 서식지인 임진강 주변 논과 습지의 수몰을 방치하고 있다.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여 습지보전에 앞장서는 것처럼 보이나 뒤로는 보전가치가 뛰어난 서식지의 훼손을 손 놓고 있는 것이다. 9월, 수자원공사는 본래 계획에 없던 공사 단축에 앞서 환경부와 공사로 인한 추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환경부의 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책임있는 판단과 대응이 절실한 대목이다.

타당성 부족한 홍수조절지 공사 단축 계획
수자원공사는 북한 황강댐 담수를 이유로 공사기간을 14개월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 논의사항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타당성 검토는 없는 상태다. 북한 황강댐 건설은 이미 본래 사업 목적에도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님에도 공사기간 단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수조절용량이 70.6백만m³인 군남 홍수조절지가 3~4억톤 규모의 황강댐의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

사업자는 책임있는 두루미 서식지 보전대책을 마련해야
사업자의 시간끌기식 대응으로 제대로 된 서식지 보전대책과 먹이터 확보방안 없이 올 10월 말 두루미를 맞이하게 되었다. 수자원공사의 계획대로 주야간 공사가 진행된다면, 먹이부족과 야간공사로 인한 소음과 조명으로 인해 올 겨울 찾아올 두루미들은 생존을 위해 대부분 떠날 것으로 예측된다. 사업자인 수자원공사와 습지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전하겠다는 의지로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면서도 국내 두 번째 두루미 서식지 파괴를 손 놓고 방관하는 환경부는 그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녹색연합의 제안
녹색연합은 군남 홍수조절지로 인한 연천 민통선 임진강 유역의 두루미 서식지 보전대책이 시급함을 절감하고, 사업자인 수자원공사와 환경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힘쓸 것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다음의 대책을 제시한다.

– 수자원공사는 올 겨울, 두루미 먹이확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 수자원공사는 타당성 검증 없는 공사 단축 계획을 철회하라.

– 환경부는 14개월 공사 단축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 추가 협의를 엄밀하게 진행하라.



* 사진자료는 웹하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군남 홍수조절지 건설현장
– 경작금지로 다년생초본이 무성한 홍수터(두루미 먹이터)
   (ID: greenku, PW: 8500 / guest 폴더: 내리기전용 – 080910 임진강 농경지 사진)

2008년 9월 10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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