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자연탐방 문화, 제주에서 길을 묻다

2008.07.21 | 미분류

올바른 걷기, 탐방 문화와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지속가능한 탐방을 위한 심포지엄 열려

본격적인 더위가 고개를 내밀던 지난 7월 4일, 제주 한라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난대산림연구소에서는 올바른 걷기/탐방 문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녹색연합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가 함께 마련한 이번 심포지엄은 “올바른 자연탐방 문화, 제주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자연탐방 문화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올바른 탐방의 의미와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서, 특히 제주 세계자연유산과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올바른 자연탐방 문화의 과제와 비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유기준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는 도보 중심의 탐방 문화 전반에 대한 개념과 현황, 해외사례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걷기와 탐방에 대한 욕구와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걷는 문화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걷기 문화를 위한 새로운 길로서 ‘자연‧문화 탐방길’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역의 자연생태계와 문화를 발굴, 복원, 보전하고, 정상정복과 종주 중심 산행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생태‧문화‧역사 중심의 체험형 걷기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며,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제주도 세계자연유산의 탐방 압력은 한라산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하지만 한라산 탐방은 여전히 등산로 위주의 단선적인 구성과 체계로 이뤄지고 있어, 세계자연유산에 부합하는 한라산 탐방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은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속가능한 탐방대책의 수립임을 강조하면서, 지속가능한 탐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라산 국립공원은 훨씬 더 엄격한 탐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립공원 외곽에는 자연학습관찰로·생태탐방로 등 다양한 형태의 탐방로 및 탐방시설이 필요하다”며 제주 중산간 마을과 오름 등을 연결하는 ‘환한라산 숲길’과 난대산림연구소 한남시험림을 중심으로 난대림에 대한 교육, 연구, 학습, 관찰을 목적으로 하는 ‘난대림 자연학습탐방공원’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한라산에 대한 대안적 탐방대책 추진을 위해서는, 환경부·산림청 등 중앙정부와 제주도는 통제보다는 지원의 개념으로 접근해 시설투자 부분 등을 맡아야 한다”며 “또 도내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비영리법인이 탐방로를 유지·운영하면서 적극적으로 탐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귀한 것 일수록 귀하게 여기고 아껴야 하는 법인데 과연, 제주도에서 자장 귀하다고 할 수 있는 한라산과 제주 세계자연유산이 귀하게 대접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자연 자원을 이용해 관광수익을 늘리는 데만 고심할 것이 아니라 관민복합 관리체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탐방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은 “자연탐방이 자연을 이윤추구의 대상과 수단으로 바라보는 녹색개발주의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윤추구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탐방문화가 필요하고, 조례 등을 통해 물리적 한계의 설정과 규제라는 자연환경의 이용에 대한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영민 생명의 숲 정책실장은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 인프라 가운데 하나인 숲길과 숲탐방 문화는 특별해야 한다”며 “친환경적 숲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숲탐방 문화를 정착시키고, 지역주민과 지역공동체가 이용과 관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핵심은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지속가능한 탐방 방안’과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관리‧운영 체계’라 할 수 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이 등재 1주년을 맞은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세계자연유산의 가치에 걸맞는 국제적인 수준의 탐방 시설과 프로그램 마련이다. 대규모 자본에 의한 난개발로 단순한 유흥 위주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수준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보전을 전제로 한 지속가능한 탐방 대책을 제대로 운영‧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수이다. 기존의 관이 주도하는 관리체계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역의 시민사회와 주민이 함께 주도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원하는 시스템이 이상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그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나눈 의견들이 첫걸음이 되어 올바른 자연탐방 문화의 길이 푸르게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삼나무숲에서 길을 묻다

4일 심포지엄에 이어 5일에는 난대산림연구소 한남시험림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림청 관계자, 제주지역주민 등 30여명의 참가자들은 난대산림연구소 정영교 박사의 안내를 받으며 한남시험림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지속가능한 탐방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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