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의 전력시설과 전망 (토론발제3, 1999.9.15)

2001.10.19 | 미분류

○ 작성일:1999년 9월 16일(목) 20:40

♣ [세미나자료]강원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 세미나(3)

<참고자료로 사용시 출처를 꼭 밝혀주십시오>

강원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 세미나
– 일시 : 99. 9. 15(수)
– 주최 : 녹색연합·강원도 도의회 송전탑특별위원회

태백-가평 765kV 송전선로의 경제·환경적 타당성문제
녹색연합 대안사회부 석광훈 차장

강원도에서는 최근 강원지역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전력시설들이 건설되면서 극심한 지역분쟁과 환경문제를 일으키고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삼척, 태백지역에서 출발하여 경기도 가평까지 강원도를 횡단하고 있는 태백-가평 765kV 고압송전선로와 점봉산 원시림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양양 양수발전소이다. 이 글은 이른바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지역의 반발과 환경문제를 무시하고 추진되고 있는 이러한 사업들의 공익성을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므로써 검증해보고자 한다.

1. 울진핵발전소의 부수시설로 발생하는 강원지역의 환경파괴

현재 독점 전기사업자인 한전은 지난해 제4차 장기전력수급계획을 통해 국내 발전설비를 2015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인 8천만KW 규모로 건설하고 그 중 핵발전소 비중을 현재 27%에서 34%까지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 계획의 일환으로 고압송전선로와 변전소도 각각 현재보다 1.8배, 2.2배씩 증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태백-가평간 765kV고압송전선로와 점봉산의 양양 양수발전소는 바로 이 장기전력수급계획에 정해져 있는 울진핵발전소 5,6호기(2005년 완공)의 가동과 연관되어 건설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600만kw규모의 발전시설(울진 1-6호기)이 한 지역에 집중됨에 따라 이를 수도권까지 원활하게 송전하기 위한것이라고 전한다. 또한 양수 발전소의 경우, 수요가 없는 밤에도 가동을 해야만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핵발전소를 위해 건설되는 시설이다. 한전이 핵발전소의 경제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가격의 1/4가격으로 덤핑하여 심야전력을 판매하고도 남는 전력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 바로 양수발전소인데, 연평균 가동률이 불과 6%이하인 국가적으로 매우 사치스러운 시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국책사업”이라는 추상적인 명분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들의 근거는 울진핵발전소 5,6호기를 보조하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표 1. <한전의 울진핵발전소관련 전력설비 건설계획>

* 제4차 장기전력수급계획(1998-2015), 1998, 산업자원부

2. 산업자원부의 장기전력수급계획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울진핵발전소 5,6호기를 계획하고 있는 장기전력수급계획은 실제로 정책적 타당성이 있는가라는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열린 제4차 장기전력수급계획 공청회에서 한전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을 포함하여 대다수의 에너지전문가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 주내용은 다음과 같다.

1) 1차계획부터 지금까지 과학적인 전력수요예측 기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와같은 대규모 설비의 계획수립은 재원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2) 전력수요관리를 통해 상당부분의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계획이 거의 없다는 점. 특히 소비지에서의 열병합 등 소형발전설비를 활용한 탄력성있는 대책이 전혀 없다.

3) 뚜렷한 경제성분석이 안된 상태에서 핵발전소 확대를 왜 계속 시행하고 있는가

장기전력수급계획은 수요를 예측하고 설비 공급계획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전력수급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전력수급계획은, 에너지효율개선이나 전력수요관리 등의 국가적인 정책목표들이 무시되고 개별기업인 한전의 사업성 유지를 위한 공급확대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한전은 장기전력수급계획을 통해 미래시점에 대한 구체적 정보없이 발전원, 발전방식, 발전설비 용량, 준공년도, 시설입지 등을 결정하므로써 계획이 집행되는 시점에는 실제수요와 많은 오차를 보여주고 있으며 구조적인 자원낭비를 부추겨왔다.
이러한 장기전력수급계획은 필요한 물량의 사전할당과 정부의 인위적인 전기요금편성으로 인해 구(舊)사회주의 경제의 자원배분방식과 유사한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으며, 국내 전력시장에서 수급불균형의 가장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발전원별로 볼 때 수급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핵발전소에서 비롯된다. 핵발전소의 설비는 입지선정 및 건설기간이 10여년에 이르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계획시점과 완공시점에서의 수급문제를 조절하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핵발전설비를 결정하여 놓고 완공시점에서 발생하는 수급차이를 봉합하기 위해 다른 발전원에 대한 계획을 불시에 바꾸게 함으로써 핵발전 이외의 발전원들을 개발하기 어렵게 구조화시키고 있다.

(표)
위 표에서 제시되듯이 80년대 내내 핵발전소 위주의 전력설비 건설로 인해 엄청난 예측오차가 발생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전력예비율이 60%대까지 이르게 하는 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하였다. 이와달리 캐나다의 온타리오-하이드로(Ontario Hydro)사의 5개 전력공급자의 경우 같은 시기인 1980년∼85년 기간동안 수요예측오차율이 ±8% 이내에 머물고 있었다(에너지경제연구원, 1999)는 점을 보면, 이 오차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3. 한국의 상황에서 765kV 초고압송전선로가 필요한 시설인가?

우리와 유사하게 전력계통이 고립적인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영국의 경우는 97년 현재 발전설비가 6천1백만kW 규모로 4천만kw규모인 우리보다 1.5배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전선로의 주유형은 400kV와 275kV이며 765kV송전선로는 없다. 국토면적과 전력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분포의 측면에서 볼때도, 영국 그레이트 브리튼지역의 면적은 약 24만㎢로 인구는 5천5백5십만명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전체국토의 면적이 9만9천 ㎢에 불과하고, 인구 4천5백만명인 우리의 입장에서 영국보다 두 배 가까이 큰 규모의 대규모 고압송전설비를 갖추어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통일을 대비한 설비투자라고 하지만, 북한의 실정은 전력송전망이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이고 급작스럽게 대규모 산업수요를 일으킬 수 없는 상황으로, 장영식 전한전사장의 남북한 계통연계계획 역시 154kV 수준이었다. 섬이라 완전히 고립되어 있을 것같은 영국 역시 인근 프랑스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력계통을 연계시키고 있지만, 765kV와 같은 초고압 송전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통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막대한 재정지출과 환경파괴를 감수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공기업 특유의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면적이 광대한 미국에서조차도 대부분 전력계통망은 500kV이하이며, 765kV 송전선로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메리카전력(AEP)이 지난 70년대 초반 버지니아주에 765kV 송전선로를 건설한 바 있으나, 애초 버지니아주의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전체용량의 20%정도만을 송전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또다시 아메리카전력(AEP)측이 버지니아주 남부지역에 220km의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계획하고 있으나 환경단체와 연방산림청(NFA), 연방의회로부터 산림훼손과 경관파괴, 전자파위험의 문제로 저지를 받고 있어 사업성사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4.한국의 에너지 수요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정부나 한전의 주요 정책결정권자들이 에너지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이 국가 에너지 수요는 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한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그 경제구조와 에너지 집약도가 영구불변일 경우에만 합당하다. 그래서, 이른바 에너지 – GDP 비례관계는 경제의 기술적인 측면의 에너지효율과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기간동안만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관료나 한전 등은 70년대 박정희정권의 개발독재체제 시절에 고착화된 경제구조를 전제하여 이러한 정책논리를 실행에 옮겨왔다. 그러나 효율의 개선으로 비롯된 에너지집약도의 변화가 생긴다거나, GDP에 기여하는 여러 가지 행위들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비례관계는 붕괴된다는 시급히 깨달아야 할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경험한대로, 대개의 경제분야에서 보이는 에너지집약도의 쇠퇴는 세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 첫번째 요인은 에너지 생산의 개선된 효율이다. 예를들어 기존의 유연탄 화력이나 핵발전소의 열효율이 35%미만이었지만, 최근 건설되는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이나 복합순환발전소는 열효율이 50%대에 이른다. 두번째 요인은 에너지의 최종소비기술의 효율개선인데, 예를들어 고효율조명기구의 개발과 같은 에너지서비스나 산업체의 생산과정에서 전력단위당 필요한 전력수요는 해가 갈수록 감소되어 왔다. 세번째 요인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에서 그에 따라서 경제는 보다 높은 경제활동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료분산적인 형태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것은 전체적으로 저에너지집약형 경제(less energy-intensive economy)를 유도하게 된다. 최근의 각종 경제지표와 통계들은 우리의 산업구조가 재화생산이나 중화학공업에서 서비스 생산으로의 이동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에너지 집약도의 점차적인 쇠퇴현상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고품질 에너지 서비스로 이동하므로써 그리고 효율적인 최종소비 장치들을 개발하므로써 1인당 에너지소비량을 현재수준보다 높이지 않고서도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97년도 기준으로 3.63톤(TOE)인데 비해, 같은해 일본의 경우는 3.92톤으로 경제격차가 2,3배이상 차이가 나는 선진국에서도 우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핵발전소 위주의 장거리 송전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한전은 최근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추진하면서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내세우고 있다.

ㄱ. 대용량 발전소와 부하중심지간의 지역분포 불균형
ㄴ. 주요도시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민원의 해결과 전력공급의 안정화
ㄷ. 대도시와 발전단지간 연결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송전전압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더욱더 공고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예를들어 포항제철이나 울산공단의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체들은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전력의 품질이 좋지 않거나 정전 등의 문제로 민원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문 제는 이 산업체들이 요구하듯이 자가발전이나 한전이외의 독립발전사업자를 통해 별도의 전력구매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일이지, 오히려 먼 곳에서 전압을 높여 송전하는 것은 송전손실 등 경제성도 떨어질뿐더러 별로 효과를 보지도 못해왔다.
우리나라의 전력구조는 이미 대용량발전 – 장거리 송전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전력소비지인 서울, 부산, 대구 등 도심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0∼300km나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핵발전소와 유연탄발전소 등의 발전소를 입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광활한 지역의 자연환경이 송변전시설로 인해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자원의 수혜자와 환경위해 부담자가 나뉘어져 지역형평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소비지 근접형 발전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거품경제가 사라지면서 전력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어 올상반기 전국 발전소의 평균가동률이 60%에 머무를 정도였다. 정부가 올 상반기에 에어컨(주요 냉방부하의 원인이다)에 대해 특별소비세 면제조치까지 취했음에도 전력은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다. 핵발전소나 유연탄발전소와 같이 도시지역에서 멀어져야 하는 대용량의 위험시설을 추가건설해야할 근거가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1년중 불과 1∼2개월간의 냉방전력수요를 충당하는데에 융통성이 좋은 소용량의 LNG 열병합발전소를 해당 소비지에 짓는다면 환경파괴부담은 상당량 해소되고 별도의 송·변전시설이 불필요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현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병행되는 경제정책의 일환이 될 것이다.

6. 강원도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강원지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고압 송변전시설과 양수발전소 등의 공익성을 장기전력수급계획의 경제적 타당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해보았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시설들의 건설 및 가동경험으로 보았을 때, 경제적 타당성은 매우 희박하고 보다 효율적인 전력수급구조로 나아가는데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이들 사업의 주체인 한전은 그동안 사회각계로부터 일관된 문제제기를 받아왔지만 지금까지는 전원개발특례법 등을 통해 국가독점 기업체의 특혜를 이용해 지적된 문제를 시정함없이 기존의 관행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한전의 이러한 관행들은 앞으로 전력산업의 구조개편과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추세, 국민들의 환경 및 소비인식의 변화로 인해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해결되기 전까지,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될 강원도와 같은 지자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미국 뉴욕주의 경험을 본받아야 한다고 보여진다. 미국에서도 지난 73년 캐나다로부터 뉴욕으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 765kV 송전선로 공사가 계획되었으나, 시민들의 반대와 뉴욕주 공익규제위원회(PSC)의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청회로 77년까지 공사가 보류되었고 그나마도 전자파 등 환경문제에 대한 향후 5년간의 조사를 명령받아 인해 실제 공사는 대폭 축소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당시 다수의 미국 전력업체들은 애초 계획했던 765kV 송전선로 계획을 대부분 포기하거나 축소하였고, 결과적으로 지금에 와서는 기존에 건설했던 765kV 송전선로가 별다른 효용성이 없으며 추가건설할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경제와 사회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시민들의 권익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이 막대한 예산낭비를 막는 등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우리의 경우 중앙정부 소유의 국영기업이 일단 사업을 결정하면, 지역주민은 물론 지자체가 반대해도 공사지연으로 인한 단기적인 경제손실만을 강조될 뿐 그 사업집행으로 인한 사회/환경적인 영향과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조차 거론하지 않는 풍토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상황도 조만간 개선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볼 때, 해당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강원도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100미터 높이의 송전시설이 500미터 간격으로 강원도의 한복판을 횡단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지자체는 유권자들인 주민의 눈을 두려워해야 마땅할 것이다.
고압송전선로의 전자장으로 인한 인체피해에 대한 역학조사, 송전철탑으로 인한 강원지역의 경관훼손과 산림훼손실태를 꼼꼼히 파악하여 이를 경제적으로 계량화하는 작업도 지자체가 유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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