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핵폐기장 반대 현장에 우리가 있다!

2003.02.13 | 미분류

왕복 10시간에 걸친 이동으로 인한 멀미와 피로, 두통이 결의에 찬 울진 군민들과 함께 하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그간 10여 년에 걸친 반핵 운동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가 6호기까지 건설 중이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핵폐기장 후보지로 지정된 상황을 울진 군민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더욱이 울진에 핵폐기장을 짓지 않겠다고 선언한 공문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번복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그들은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울진 핵폐기장 집회 현장에서… (12일 경북 울진 군청앞)



  “다른 지역사람들이 우리한테 복권에 당첨됐다고 하대요, 3000억 준다니까요”
솟아오르는 화를 참기 힘든 듯, 황천호 대표가 드문드문 말을 이었다.
  “우리는 돈도 필요 없고 핵의 안전성도 믿지 못하니까, 핵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산자부나 한수원에 핵폐기장 설치하면 되지 않습니까? 울진의 북쪽으로는 핵발전소가 가동중이고 남쪽에는 핵폐기장을 짓겠다고 하니 우리는 모두 죽으라는 말입니까?”
‘님비’라는 이름으로 옭아매는 주변의 압력과 정부의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정책에 시달려 지쳐있을 법 한데, 황천호 대표를 비롯한 울진 군민들은 끝까지 대항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 확고한 의지는 12일에 열린 집회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코흘리개 아이부터 파마머리의 아주머니,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울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마음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대구에서 뛰어온 노래패와 영덕에서 온 지역 대표들도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보였으며, 우리 녹색도 작은 힘이나마 함께 실어 돕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특히 핵폐기장 후보지가 4곳이 선정, 자칫 지역 간 대립으로 비춰질 수 있음이 우려되고, 이를 위해 영덕과의 교류로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는 우리의 생각을 울진 군민들과 나누고자 하였다.



군 의원 8명이 삭발을 감행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민·관(지자체)이 힘을 합쳐 공룡 같은 중앙 정부와 공기업을 향한 반대의 깃발을 높이 세웠다. 그리고 공동대표 3인도 삭발을 통해 좀더 확고한 의지와 결의를 다졌다. 이들을 지켜보는 울진 군민들은 착잡하고 비통한 심정이 되었고, 눈물을 흘리며 함께 싸워 나갈 것임을 토로하였다. 산자부와 한수원, 한전을 불태워버린 화형식 퍼포먼스와 거리행진으로 집회의 막을 내리면서, 솟아오르는 울진 군민  3000여 명의 결의와 다짐의 마음은 하나가 되었다.

글: 대안사회국 활동가 이버들  qjemfl@greenkorea.org

핵폐기장 건설 반대를 위한 원불교 교무총회 (13일 사직공원에서..)



청소년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매스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집회 현장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 가면서,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집회란 늘 과격함이 존재하는 대립의 현장으로 내 머릿속에 자리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사직공원에 갔을 때는 잘못된 선입견을 탓해야만 했다. 질서정연하게 앉아 기도하는 원불교 교무님들의 모습이 지금껏 내가 생각했던 집회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핵폐기장 건설 문제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연로하신 원불교 교무님들이 몇 시간동안 쌀쌀한 날씨 속에서 집회를 여는 열의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젊은 나조차 찬바람 속에 있기가 힘겨웠는데, 그분들에게 핵폐기장 건설 문제가 그토록 중요하게 다가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원불교 기도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정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의 참여는 핵폐기장 문제가 종교를 뛰어넘는 중요한 환경문제임을 인식시켰고, 기존의 정부나 언론에서 제시하고 광고했던 대로 믿고 있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또 1000여명이 넘는 교무님들이 모일 수 있었던 큰 힘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아끼는 큰 사랑이라 판단되었다.

‘K-19’ 영화에는 방사능에 피폭되어 괴로워하는 끔찍한 모습이 나온다. 아마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를 외치는 많은 교무님들이 우리 아들․딸들을 위험으로부터 방지코자하는 의미인 것 같다. 아무쪼록 이번 핵폐기장 건설 문제가 많은 이들이 바라는 대로 원활히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글: 대안사회국 자원활동가 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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