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한겨례신문] “원자력 신화가 지역을 망친다” (2003/02/19)

2003.04.25 | 미분류

   “원자력 신화가 지역을 망친다”

   황천호 울진원전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핵 폐기장 건설 문제가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것은 정부와 핵 추진론자들의 대안 부재 탓이다. 입만 열면 원자력이 선진 기술인 양 호도하고 있는데, 그렇게 좋은데 선진 외국에서는 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있겠나.” 2월12일 오후 울진군청 앞 농성 천막에서 만난 황천호(44·서면 광회리) 울진원전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외국에는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재생·대안 에너지가 많아서가 아니다. 경제성도 떨어지고, 폐기물 등 치명적인 환경문제를 안고 있는 원자력 발전은 장기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기물 처분장 반대운동을 님비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내 집 앞에는 안 된다는 게 님비현상이다. 전국 전기 소비량의 20%를 담당하는 지역에서 ‘핵 폐기장만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생존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전력 생산과정에서 유·무형의 피해를 계속 당해오고 있는 울진군민의 정당한 주장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게 오히려 님비다. 지역주민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후보부지 선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이미 3차례나 폐기장을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약속을 어겼다. 이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3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발표가 있다.

=울진군 한해 예산이 2천억원이 넘는다. 정부의 약속대로 되지도 않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3천억원이 투자된다 해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울진에는 망양정·월송정 등 관동 8경 가운데 2곳이 위치해 있다. 국가지정 명승지 불영사 계곡과 천연기념물 성류굴 외에도 빼어난 경관을 갖춘 해수욕장만 8곳에 이른다. 핵 폐기장이 들어서면 이런 관광자원이 무용지물이 될 텐데 그게 지역발전인가.

-아직 폐기물 처분장으로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이번에 핵 폐기장 후보부지를 동해와 서해의 가까운 2곳씩으로 지정한 것도 정부의 꼼수다. 지역발전 이데올로기로 해당 지역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번 후보부지 선정 결과는 사실상 영광과 울진 등 기존 원전지역에 폐기장과 핵단지를 짓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새 정부 취임을 전후해 후보부지로 선정된 4개 지역이 공동으로 백지화 투쟁을 벌여나가겠다.

-원자력 발전으로 전체 전력의 40%가 충당된다. 당장 멈출 수는 없지 않나.

=대부분의 선진국이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있다. 치명적인 폐기물 문제 때문이다. 길게는 수만년 동안 격리 보관해야 하지만 적절한 처리 방법은 전무한 실정 아니냐. 그런데도 원전 추가 건설을 통해 전력수급을 맞추겠다는 발상은 정책 당국의 무능력을 방증하는 것일 뿐이다.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을 폐쇄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앞으로 30~40년 뒤를 바라보고 이제라도 대안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

울진에서 나고 자라, 농삿일로 잔뼈가 굵은 그가 삭발한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농성에 나선 것은 “대규모 원자력 단지로 변해버린 고향땅에서 등떠밀려 떠나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91년부터 원전 반대 운동을 벌여온 그는 “김대중 정부가 핵 폐기장 건설 문제를 서둘러 발표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혹을 떼 준게 아니라, 오히려 혹을 붙인 격이다. 새정부가 이를 계속 추진하면, 출범 초기부터 커다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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